딸기가 보는 세상

에르도안과 호세프, 시위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딸기21 2013. 6. 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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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약탈자일 뿐이다. 시위를 진압하는 게 내 의무다.” (에르도안)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다.” (호세프)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몇주째 대규모 군중시위에 시달리고 있네요. 에르도안 총리는 그동안 많이 보도됐다시피 이스탄불의 유서깊은 공원 철거계획 때문에, 호세프 대통령은 버스요금 인상계획 때문에 시위대에 에워싸였습니다. 


하지만 두 지도자의 반응은 사뭇 다르군요. 



이 사람이 에르도안.



에르도안은 18일 집권 정의개발당(AK) 집회에서 연설하며 이스탄불 탁심광장에서 시작된 전국적인 반정부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력을 더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강경진압에 대한 비판을 일축하며 “경찰이 뭘 했다고 그러냐, 총이라도 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고 현지 일간 후리예트 등은 전했습니다. 

에르도안은 지난달부터 계속돼온 평화시위를 폭력진압했으며 시위대를 ‘차풀주(약탈자)’라 몰아붙였습니다. 그래서 터키에서 이를 비꼬는 '차풀주' '차풀링'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죠.


에르도안은 시위대와 대화하는 시늉을 한 뒤 기습적으로 강제해산하고, 시위주동자들 집으로 경찰을 보내 대거 체포했습니다. 내무부는 이스탄불과 앙카라에서만 7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대응은 에르도안의 권위주의 통치에 대한 총체적인 반발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강경 진압에도 시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습니다. 행위예술가 에르뎀 귄뒤즈의 퍼포먼스로 시작된 탁심광장 침묵시위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두란 아담(Duran Adam. 서있는 사람)’이라는 새로운 시위로 이어졌습니다. 




터키 노조단체들도 시위대를 지위했고, 변호사협회는 “서있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침묵시위까지 막으려는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에르도안 정부의 강경대응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18일 에르도안 연설 뒤 터키 국채 금리는 올라가고, 리라화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이스탄불 사회연구센터 조사결과 총리 지지율은 지난 4월 60.8%에서 시위진압 뒤 53.5%로 떨어졌습니다. 정의개발당 지지도는 거의 그대로인데 에르도안의 인기만 낮아졌다고 합니다.



요건 뭔지 아세요? 보시다시피, 서 있는 펭귄입니다. 
터키 주요 방송 중 하나인 CNN튀르크가 시위가 한창일 때 그 보도는 하지 않고
펭귄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나 어쨌다나... 그래서 이따우 언론을 꼬집는 의미로
펭귄 패러디가 봇물터지듯 나왔다고 합니다. 그 펭귄이 두란아담과 합체한 거죠. ^^


저도... 스탠딩 딸기 하나... 



그럼 브라질은 어떨까요.


브라질 시위는 지난 7일 버스요금 10% 인상 계획으로 촉발됐습니다. 발단은 버스요금이지만 열악한 치안·보건·교육 인프라를 내버려둔 채 내년 월드컵 준비에만 돈을 쏟아붓는 정부에 대한 총체적인 항의로 번졌습니다. 


17일에는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리아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20만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20여년전 부패의 상징이다시피 했던 콜로르 정권 때 이래 최대규모라고 합니다. 

과거 브라질의 대중 시위는 '토지 없는 농민 운동' 같은 농민단체나 노조, 빈민들이 주도했지요. 그런데 이번 시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신흥중산층이 대거 거리로 나왔다는 점입니다. 리우타임스 등은 월드컵 바람몰이에 신물난 서민들과 신흥 중산층이 사회시스템의 실패에 분노하며 거리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룰라 다 실바에서 호세프로 이어지는 노동자당(PT) 집권 기간 빈부격차를 완화하는 정책을 펼쳐 신흥 중산층이 많이 생겼습니다. 물론 아직도 브라질의 빈곤 문제, 빈부격차는 엄청 심각하다고들 합니다만. 암튼 이렇게 중산층이 형성되긴 했는데, 인프라 수준은 그들의 요구를 채워주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거지요. 



노동자당 소속인 호세프 대통령은 18일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이들은 더 좋은 학교와 병원, 보건, 더 많은 시민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시위대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상파울루로 가서 전임자인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을 만나 조언을 들었으며, 상파울루 시장에게 버스요금 인상안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물론 이걸로 브라질 사람들의 요구가 채워지고 시위가 사라지지는 않겠지요. 

CNN은 상파울루 시위가 전반적으로 '축제분위기'라고 전했지만, 시위가 가열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약탈도 벌어지고 있다 하고요. 지난주에 이미 100여명이 다치고 120명 이상이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위를 대하는 두 지도자의 모습은 참으로 대조적으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우리나라 어느 대통령의 대응이라든가... OO산성이라든가... 중구청의 꽃밭질이라든가... 

에이. 더이상 '연상'하지 말아야지.



이건... 아줌마 아저씨의 다정한 한 때. ^^ 
오래전 포스팅에서 꺼내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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