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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왜? 보스턴 사건, '자생적 테러'인가

딸기21 2013. 4. 1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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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수사국(FBI)이 15일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현장 주변 폐쇄회로TV 영상과 관람객들 동영상을 훑으며 범인을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누가, 왜’ 저질렀는지를 알려주는 단서는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사람도 없고, 테러를 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나 인물도 없다. 

2001년 9·11 테러나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동시다발 열차폭탄테러, 2005년 영국 런던 7·7 지하철 연쇄테러 때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범행을 인정하고 나왔던 것과는 다르다.

또 보스턴에서 터진 폭탄은 군용폭탄이 아닌 사제 소형폭탄에 베어링을 넣어 파괴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카에다 같은 테러조직들의 ‘폭탄 전문가’들이 만들었다고 보기엔 조악하다. 


보스턴글로브 등은 미국 내 ‘자생적 테러범’의 소행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해 정치적 목적을 띤 범죄인 양 취급한 것이 성급했다면서 아직까지는 범인과 목적을 알 수 없는 ‘공격(attack)’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남성이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당국은 “아직 체포한 사람은 없다”며 부인했다. 이 남성은 현장에 있다가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경찰로부터 사고 정황에 대한 ‘일반적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연구소의 테러전문가 브라이언 젠킨스는 보스턴글로브에 “급진 이슬람세력이 의심을 받기 쉽긴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2001년 발생한 9·11 테러의 충격 때문에 미국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의 피해국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졌지만, 미국 내에는 자생적인 테러조직들이 꽤 여럿 존재한다. 미국 내부에서 어떤 목적이나 명분에서든 유혈 사태를 일으킨 전력이 있는 단체들이 수십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 실험에 반대하며 실험실들을 공격하고 학자들을 살해한 동물해방전선이다. 낙태에 반대한다며 낙태시술을 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을 폭탄과 총기로 살해한 ‘신의 군대’라는 조직도 있다. 

주로 1970~80년대에 활동하다 지금은 명맥만 유지하는 흑인 마르크스주의단체 ‘검은 해방군’, 2001년 이래로 수차례 연방정부에 테러 위협을 했던 급진 환경주의자 단체 ‘지구해방 전선’도 빼놓을 수 없다. 

인종주의 폭력·범죄조직인 ‘아리안 네이션스’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얼마전 코네티컷 주에서 일어난 검사 연쇄살해의 주범으로 지목된 ‘아리안 형제단’도 비슷한 성격의 신나치 인종주의 조직이다. 흑인 살해·린치로 악명 높은 백인 인종주의자 단체 쿠클락스클란(KKK) 역시 아직까지 존재한다.


FBI가 미국 내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이런 단체들 외에, 일명 ‘외로운 늑대들’로 불리는 개인 테러리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테러범 시오도어 카친스키, 일명 ‘유나바머’.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표적인 예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반(反)문명·반기술을 주창하며 ‘우편폭탄’을 돌렸던 시어도어 카친스키다. 일명 ‘유나바머’라 불렸던 카친스키는 1978년부터 1995년 사이에 29명에게 폭발물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보냈으며, 그의 공격을 받은 이들 중 3명이 숨졌다. 유나바머 사건은 일부에게 공감을 얻었고 미국 내에서 거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보스턴 사건은 유나바머같은 ‘외로운 지식인’의 소행이라 보기는 힘들며, 그보다는 1995년 4월에 일어난 오클라호마 주 연방청사 테러공격과 더 비슷한 측면이 많다. 

티머시 맥베이라는 전직 미군이 군 동료였던 테리 니콜스 등과 공모해 오클라호마시티의 연방청사 건물 앞에서 폭발물이 가득 실린 트럭을 폭파시켰다. 이 공격으로 어린이 19명을 비롯해 168명이 숨졌다. 9·11 테러 전까지만 해도 이 사건이 미국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테러사건이었다. 조사 결과 백인우월주의자·총기옹호론자인 맥베이는 군 복무 때 실수를 질타당한 것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 2년 전인 1993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파키스탄계 청년이 소규모 폭탄테러를 일으킨 바 있었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과 언론들은 오클라호마 사건도 ‘아랍 테러범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군 생활까지 했던 ‘미국인 테러범’의 범행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1995년 4월 차량 폭탄테러를 당해 폐허가 된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 시티의 연방청사 건물. 사진 위키피디아



이듬해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 중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일어난 4차례 연쇄폭탄테러도 미국인 우익 테러범 에릭 루돌프의 소행이었다.

2001년 미국 전역이 9·11 테러의 충격에 휩싸여 있을 때 언론사와 정치인들에게 ‘탄저균 편지’가 배달됐다. 9월 18일부터 시작돼 한달 정도 이어진 이 공격으로 5명이 숨지고 17명이 감염됐다. 정부와 언론은 이 때에도 이라크를 비롯한 ‘불량국가’들의 생물학 공격이라 추정했다. 7년이 지난 2008년 당국은 정부 소속 생화학자였던 브루스 이빈스의 소행이라고 발표했다. 


2010년에는 기업들의 부패와 구제금융 등에 항의하며 앤드루 스택이라는 남성이 소형비행기를 몰고 텍사스 주 오스틴의 연방국세청 건물에 돌진, 범인을 포함해 2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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