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우고 차베스, 명복을 빕니다.

딸기21 2013. 3. 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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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가 라틴아메리카의 통합을 위해 했던 역할이나 14년에 걸친 집권기간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해온 일에 대해서는 역사가 합당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겨두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차베스가 국내·국제적인 맥락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었는지를 분명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남미 지도자들과 국민들은 지난 10년 동안 이뤄낸 통합을 향한 발걸음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이 일이 굉장히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에겐 무한한 에너지와 통합을 향한 신념을 가지고 일했던 차베스가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면에 '차베스 이후의 라틴아메리카'라는 칼럼이 실렸다. 필자를 보니... 루이스 이냐시우 룰라 다 실바. 
이러니 뉴욕타임스랑 어떻게 감히 경쟁할 생각을 하겠어. ㅋ

폴 크루그먼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을 때 뉴욕타임스에서 같이 칼럼 쓰던 모린 다우드가 이런 칼럼을 올린 적 있다. "칼럼니스트들끼리 은근 경쟁한다지만, 이젠 노벨상 수상자하고까지 경쟁해야 하는 것이냐!"

하지만 오늘 가장 눈에 띈 것은, 가디언에 실린 타리크 알리의 칼럼이다. 유럽 68혁명의 투사이자 <뉴레프트리뷰> 편집장이었던 알리가 자신이 만났던 차베스, 그리고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그를 사랑했던 이유 등을 털어놨는데 다 읽어보진 못했다. 

다만 한 구절 눈에 들어온 내용은 이런 것. 차베스가 2005년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백만부 찍어서 국민들에게 나눠줬단다.
 
돈키호테같은 자의 돈키호테같은 돌출행동이라고? 아니다. 그 백만명은, 돈 없어서 문맹으로 살다가, 차베스 정권의 친서민 복지정책(특히 문맹을 위한 평생교육)으로 글을 읽게 된 사람들이었다. 이것이 '돈키호테같은 차베스'의 스토리다. 쇼맨십이라 해도 좋다. 그를 욕할 사람들은 많겠지만, 지구상에는 그를 애도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Jennifer Szymaszek/Associated Press

President Hugo Chávez of Venezuela, who died this week, playing percussion on the guira
with Omar Freilla of the band Palol Monte during a visit to the South Bronx in 2005. /New York Times



박래군 선생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나는 강연 때 종종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된 기본권을 가진 나라가 어느 나라라고 생각하냐고 묻는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서구 나라들을 거론한다. 프랑스, 영국, 미국, 때로는 스웨덴 등의 북유럽 국가들을 거론한다. 정답과는 거리가 먼 답들이다. 정답은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의 헌법에는 기본권이 조항이 116조개 있다. 우리나라 헌법이 기본권 조항을 30개조항(그것도 의무와 병렬적으로 나열되어 있다)을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베네수엘라 헌법이 매우 풍부한 기본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용 면에서도 국제사회에서 논의되는 가장 선진적인 권리들을 기본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형제의 폐지, 정보결정권과 접근권, 사생활의 보호, 양심적 병역 거부권 등만이 아니다.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논의 중에 가장 진보적인 논의를 수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조항도 매우 적극적이다. "노동자 권리는 포기될 수 없다. 따라서 이들 권리를 잠식하거나 포기시키려는 모든 결정, 협약, 협정은 원천 무효다."(제89조 2항) "사용자 측이 본 헌법을 위배하여 택한 수단 또는 모든 조치는 모두 원천 무효이며 효력을 상실한다."(제89조 3항) 베네수엘라의 민중들은 차베스가 손에 든 핸드북으로 된 헌법을 갖고 토론 모임을 조직했다. 그런 모임만도 수십만 개라고 한다. 

생활과 거리가 먼 그런 그림의 떡 같은 헌법이 아니라 민중들과 같이 호흡하는 헌법을 갖고 있었다. 헌법을 공부한 민중들이 호락호락 야권 세력에게,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세력(신자유주의 세력)에게 혁명 권력을 넘겨줄 것 같지 않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세력, 자본가 세력, 보수야당들이 대선에서 권력을 찾아오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겠지만, 인권의식으로 무장된 민중을 꺾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중들은 차베스가 집권 동안 각성했고, 스스로 조직했다. 차베스는 갔지만, 볼리바리안 혁명의 꿈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국내 일부 신문의 차베스 기사는 참 안습이었다. 차베스는 성인도 아니고 완벽한 정치인도 아니고 잘못도 많았고 막말도 잘 했고... 하지만 차베스의 베네수엘라에 세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참 많았다. 

그를 무작정 옹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꿈은 꿀 수 있게 해주었던 사람 아닌가. 그래서 차베스가 떠나니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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