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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세계사 1, 2

딸기21 2012. 8. 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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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세계사 1, 2 A History of Islamic Societies
아이라 M. 라피두스. 신연성 옮김. 이산. 8/21



이슬람 세계의 역사에 대한 교과서라 할 만하다. 800쪽 가까운 분량의 책이 두 권이다. 이산 <히스토리아 문디> 시리즈로 나왔는데, 이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게 알차고 방대한 책이다. 일단 책 두께가 눈과 손을 압도한다. 전철 안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을 때가 많은데, 워낙 두꺼워서 가지고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슬람의 태동에서부터 2001년 9·11 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직후까지의 역사를 줄줄이 훑었다. 지리적으로는 가히 이슬람 세계 전체를 아우른다. 오늘날의 중동(아랍과 이란) 뿐 아니라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아프리카까지 망라했다. 러시아·중국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 내의 무슬림 사회까지 다룬다. 이슬람 세계에 대해서 이렇게 포괄적으로 빽빽하게 집적해놓은 책은 처음 본다.

시대를 씨줄 삼고 지역을 날줄 삼아 엮은 전형적인 통사인데, 이슬람 세계의 경제적인 측면은 거의 다루지 않았다. 저자의 설명을 빌면 이슬람의 태동과 확산 이전과 이후에 이슬람이라는 요인으로 인해 경제적 토대가 변화한 것은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또한 저자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발전을 신학적 측면에서 다루는 데에 공력을 들였고, 이슬람 신학을 이끈 사상가들을 충실히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모르는 이슬람 종교 자체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방대한 내용, 그리고 이슬람 신학에 대한 설명들 때문에 이슬람권 역사를 쭉쭉 읽어나가기에는 장애가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이슬람에 대한 맛보기로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이슬람 용어나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교과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수피(이슬람의 현인들, 수도승들)와 울라마(이슬람 공동체 조직), 이슬람권 국가의 정치권력(술탄-칼리프)을 3대 축으로 삼고 역사를 설명한다. 뛰어난 번역자가 공들여 설명을 곁들이긴 했지만 개념정리가 쉽게 되지 않아 읽으면서 조금 애를 먹었다.

어쨌든 그동안 접해온 중동·이슬람권에 대한 책들이 정치권력 위주로 쓰여 있던 것과 비교해, 이런 종류의 통사를 읽는 것은 재미있고 또 도움이 많이 됐다. 사하라 이북의 아랍계 북아프리카뿐 아니라 아프리카 내륙의 이슬람 역사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도 수확이었다.

뒷부분의 참고문헌과 이슬람 용어는 별도로 정리를 해놓아야 할 것 같은데... 어느 세월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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