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김석희 (옮긴이) | 이산
<칸의 제국>. 서양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금세기 이전까지 여러 차례의 접촉(주로 정복과 관련있는)을 통해 형성된 중국의 모습은 바로 저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중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의 접근 방법은 늘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일전에 제가 무지하게 칭찬했던 <현대 중국을 찾아서>는 정통 역사책 글쓰기를 보여주는 반면 또다른 저술인 <강희제>(게을러서 서평을 못 올렸습니다--;;)는 황제의 회고록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아주 훌륭합니다.
<칸의 제국>은 마르코 폴로에서부터 보르헤스까지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적어놓은 텍스트들을 꼼꼼이 분석해서 '서양인의 마음 속에 비친 중국'을 설명합니다. 마르코 폴로 이후 서유럽의 탐험가들과 예수회 선교사들, 중국을 방문한 여성 관찰자들,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을 지켜본 에드가 스노 등을 통해 서양인들의 '중국관'을 살펴보는 거죠. 또한 '시누와제리'로 표현되는 프랑스의 이른바 '이국정서', 차이나타운으로 대표되는 미국내 중국인 소사이어티 등에 대해서도 찬찬히 뒤를 밟아갑니다.
사실 우리는 중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하다못해 찰싹 붙어 있어 영향을 많이 받았으면서도 정작 '중국관'에 있어서는 그다지 정리되지 못한 상태인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까지 중국을 중국이라고 부르지 않고 '중공'이라고 불렀던 것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죠.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중국이란 이름을 다시 쓰게 됐을 때 생소하고 신비스런 느낌을 받았었거든요. 역사시간에 그렇게 맣이 들었던 이름인데도 말입니다.
'쿠빌라이'로 상징되는 정복자, 화려한 도자기와 정원, 차와 전족 같은 중세의 이미지, 마오쩌둥과 대장정에 대한 환상과 뒤이은 비판, 그리고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는 Chinaphobia 까지, 중국에 대한 서양인들의 생각은 극단과 극단 사이에서 겹치고 구부러지고 흔들립니다.
그 '중첩과 왜곡의 역사'를 좇아가는 스펜스의 발걸음은 진지하면서도 경쾌하달까요, 한문장 한문장 때로는 시처럼 때로는 소설처럼 흥미를 자아냅니다. 책이 더욱 값진 것은, '중국관의 역사'를 찾는 과정에서 폴로에서 보르헤스로 이어지는 서양의 지성사까지 섭렵할 수 있게 해놨다는 점입니다. 골드스미스, 마크 트웨인, 마르크스와 에즈라 파운드, 몽테스키외 등등 쟁쟁한 인물들이 모두 중국에 대해 한 보자기씩 벌려놓은 이야기들을 줄줄 풀어놨습니다.
일단 책은 재미있게 읽었는데...앞서도 말했지만 우리의 중국관이라는 문제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국내 화교 탄압에서부터 조선족 문제까지- 우리도 가리봉동 '연변타운'을 포함하는 중국관의 문제와 우리 스스로의 역사인식을 다시 세워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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