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GM 101년 역사의 몰락

딸기21 2009. 6. 2. 00:18
728x90

사용자 삽입 이미지

The General Motors world headquarters building in Detroit, Michigan.

(AFP/Getty Images/File/Bill Pugliano)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1일 오전 8시(현지시간) 뉴욕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101년 역사를 자랑하는 GM은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라 이날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GM은 파산보호 신청에 따라 당분간 채무상환이 연기되며, 법원의 감독 하에 구조조정을 거쳐 회생으로 가게 된다. 270억달러(약 34조원)의 채권을 보유한 채권단은 30일 채무조정안을 통과시켜, 정부와 회사 측의 출자전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앞서 오바마 정부는 채무 지급불능 상태에 처한 이 회사에 6월1일을 시한으로 구조조정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GM은 이에 따라 산하 12개 브랜드를 4개로 대폭 줄이고 직원 2만1000명을 추가로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20개 공장 중 12개는 문을 닫는다. 미국 전역 6000여개 판매점의 40%가 폐쇄된다. 정부는 컨설팅회사 앨릭스파트너스LLP의 앨 코크 경영이사를 구조조정책임자로 임명해 파산관리를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보호 기간은 60~90일 정도로 예상된다.


GM의 지배구조는 완전히 바뀐다. 미 재무부는 구조조정을 거쳐 새로 태어날 GM의 지분 60%를 갖게 된다. 정부는 지금까지 지원한 200억달러에 더해 300억달러를 추가투입할 계획이다. 별도로 캐나다 정부도 95억달러를 투자, 12% 지분을 갖는다. 전미자동차노조와 건강보험기금, 채권단이 나머지 지분을 갖게 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자본주의의 아이콘인 GM이 일시적으로나마 국유화됐다”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주요 방송을 통해 GM 파산에 관한 대국민연설을 했다.

한편 뉴욕 파산법원은 31일 크라이슬러의 주요 자산을 이탈리아 피아트와 자동차노조, 그리고 새로 탄생할 크라이슬러 법인에 매각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새로운 크라이슬러의 지분 55%는 자동차노조가, 20%는 피아트가 갖게 된다. 나머지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가 갖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집 크리스틴은 셰비(GM 시보레 브랜드의 애칭)였어요. 아장아장 걷던 시절부터 함께 했던 자동차. 어릴 때는 아버지의 낡은 셰비를 부끄러워하기도 했었지요. 당신은 GM과 어떤 추억을 갖고 있습니까.”

GM이 결국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오래전부터 예견된 몰락임에도, 미국인들은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이 사라졌다”, “블루컬러 공화국이 무너졌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1일 뉴욕타임스의 제임스 코브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족의 애차 셰비와 함께 한 추억의 사진들을 올리며, 독자들에게 GM에 얽힌 기억들을 물었다. 캐딜락, 시보레, 지금은 사라진 코르베어, 파멀 트랙터 등 GM이 만든 차종들에 대한 독자들의 추억이 줄줄이 쏟아졌다. GM은 101년의 역사 동안 총 4억5000만대의 자동차와 트럭 등을 팔았다. 코브는 “미국인들은 4억5000만개의 스토리들을 함께 만들어왔다”며 시대의 상징이던 GM의 몰락을 애도했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 워싱턴뮤추얼 등 자산규모가 더 큰 기업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줄줄이 파산했지만 미국인들이 ‘GM 파산’으로 받은 충격은 그 때에 비할 바가 아니다. 미국 문화는 곧 ‘자동차 문화’이고, ‘자동차 왕국 GM’은 미국의 경제 뿐 아니라 사회·문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쳐왔기 때문이다.

GM은 1908년 윌리엄 듀런트라는 사업가가 세웠다. 당시 미국 자동차시장은 포드에 점령돼 있었지만 듀런트는 시보레, 뷰익 등 여러 브랜드를 거느린 ‘다중 생산라인’을 도입해 포드에 도전했다. 30년대에 들어서자 GM은 포드를 누르고 미국 자동차의 대명사가 됐다. 2차 대전 후의 경제성장기에 자동차에 대한 미국인들의 충성심은 유별났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에게 포드냐 GM이냐는 민주당을 지지하느냐 공화당을 지지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A 1957 Chevrolet Corvette peaks out from its protective cover at an antique car show which featured cars from General Motors past, present, and future, at the Sport Chevrolet dealership in Silver Spring, Maryland May 31, 2009. General Motors Corp. finished a key piece of business yesterday before a bankruptcy filing planned for June 1, 2009 as the deadline expired for bondholders to accept an exchange offer brokered by the Obama administration. A bankruptcy filing by GM would rank as the third-largest bankruptcy in U.S. history and the largest and most complex manufacturing bankruptcy ever.

REUTERS/Gary Cameron (UNITED STATES TRANSPORT BUSINESS)



GM의 역사는 세계를 지배한 미국 자동차산업의 역사이기도 했다. GM은 ‘국민 기업’이었고, 50~70년대는 GM의 시대였다.

1952년 GM 사장 출신으로 국방장관이 된 찰스 어윈 윌슨이 의회 청문회에서 “GM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에 좋은 것은 곧 GM에 좋은 것이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라 답한 일화는 유명하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늘 50%를 넘었고, 한때는 전세계 자동차 3대 중 1대가 GM 차였다.

미국 내 고용인원이 61만8000명에 이른 적도 있었다. 이 회사의 직원이 된다는 것은 미국의 중산층이 된다는 뜻이었다. 매서추세츠주 클라크대 개리 체이슨 교수는 “열심히 일하라, 그러면 회사는 보답을 해줄 것이고, 당신은 자식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GM이 미국인들에게 해준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속은 깨졌다. 80년대 일본차들의 약진 속에 GM의 시장점유율이 내려갔고 90년대에는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됐다. GM의 미국 내 직원 수는 81년 44만명에서 2000명 13만명으로, 지난해에는 6만2000명으로 줄었다. 주가는 1달러를 밑돈다. 번영의 상징이던 디트로이트는 희망을 잃은 도시가 됐다. CBS방송은 GM 파산의 최대 희생자는 결국 노동자들과 딜러들, 부품공급업체들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