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에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가 이례적일만큼 거센 분노를 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모든 비판을 외면한 채 “하마스에 철권을 날리겠다”며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이스라엘로 하여금 자국이 처한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문제의 근원은, 자신들을 제외한 모든 세계를 적대시하는 이스라엘의 태도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스라엘이 스스로가 만든 ‘폭력의 덫’에 갇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세계 한 목소리 이스라엘 비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대가 시나고그(유대교회당)에 화염병을 던지며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남미의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는 유대인 단체 건물이 소이탄 공격을 받았다. 반이스라엘 시위는 세계 곳곳에서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을 상대로 압도적 화력을 퍼부은 것은 한두번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1982년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난민 2000여명을 학살한 사건 이래 반이스라엘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휴전촉구 결의안을 채택한데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도 이스라엘 비난 결의를 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를 유엔에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의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삼았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분쟁지역 구호활동 시 ‘중립’ 원칙을 중시해온 국제적십자사까지도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미국 뉴스위크는 “이스라엘이 망국의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을 정도다.
이스라엘 “죄책감 안 느낀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평화운동단체 ‘피스 나우(Peace Now)’와 좌파정당 메레츠가 가자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는 했지만, 이스라엘 내 여론은 강경우파들이 주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2일 “이스라엘 내에서는 ‘정당한 전쟁’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이스라엘인들은 이번 전쟁에 대해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가디언은 이스라엘인들이 가자 어린이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한 보도를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다고 전했었다. 가자지구 사망자는 900명을 넘어섰지만, 이스라엘인들은 로켓포에 숨졌거나 자기들끼리의 오폭으로 사망한 이스라엘 군인들을 기리며 영웅만들기에 급급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UC어바인의 마크 레빈 중동사 교수는 알자지라방송 인터넷판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이 스스로가 판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유대계 미국인인 레빈 교수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보는 시각과 외부세계에서 이스라엘을 보는 시각은 너무나 다른데 이스라엘인들은 이를 알지 못한다. 시각차를 인식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피해자인데 남들이 몰라준다”고 생각할 뿐이다.
눈귀 막은 이스라엘, ‘깡패국가’로
가자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인들의 기본 인식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치 않는다 △이번 공격은 하마스의 도발을 막기 위한 ‘방어전’이다 △그러므로 전쟁 책임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 가지 전제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레빈 교수는 지적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2월 하마스와의 휴전이 끝나기 전부터 공습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초반부터 교육·의료시설과 관공서를 집중폭격, 가자의 인프라 파괴가 목적임을 보여줬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 등은 하마스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할 의사가 없음을 종종 드러냈다. 이스라엘 지도부는 논리적 모순에 부딪치자 ‘하마스 도발 억제’에서 ‘하마스 궤멸’ 쪽으로 전쟁 목표의 수위를 올렸다.
이스라엘은 국제법을 위반하고 전쟁범죄를 저지르면서 ‘깡패국가(rogue state)’가 돼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내부의 민주주의도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서방 언론과 자국 언론들의 가자 접근을 막고 있다. 또 12일에는 오는 2월 총선에서 아랍계 정당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주민들의 정치적 발언을 막는 인종차별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된 데에는 미국의 잘못도 크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무슨 짓을 하든 편들어 주면서 첨단무기들까지 공급했다. 오만해진 이스라엘은 “미치광이의 이미지로 바뀌어가고 있다”(10일자 하레츠지). 레빈 교수는 “이스라엘은 폭력을 통해서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병든 사회가 됐다”면서 “덫에 걸린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더 큰 저항과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신무기 시험장'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방사능·화학무기에 이어, 치명적인 신종 무기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노르웨이 의료진이 주장했다.
가자지구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다 노르웨이로 귀국한 마스 길베르트와 에릭 포세 등 의사 2명은 12일 오슬로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군의 신무기 실험실이 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노르웨이 구호기구 노르왁(NORWAC)에 소속돼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가자시티 시파병원에서 열흘간 의료활동을 했던 두 사람은 “이스라엘 신종 무기인 고밀도금속폭탄(DIME)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DIME은 저강도 전쟁에서 상대적으로 좁은 범위에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 사용하는 소구경폭탄(SDB)의 일종이다. 텅스텐 가루로 된 폭탄을 탄소섬유로 에워싼 것으로, 2004년 미국에서 개발됐다. 목표물에 맞으면 텅스텐 입자들이 폭발, 반경 5~10m 내에 있는 인체에 침투해 근육을 태우며 절단시킨다. 엄청난 압력의 광파와 함께 초미세 유탄들이 발산돼 살상을 일으키지만 다른 폭탄과 달리 금속파편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공격하면서 DIME과 비슷한 무기를 사용했다고 이탈리아 TV가 보도했었으나 확인되지는 않았었다.
길베르트는 “우리는 파편에 맞지 않고도 신체가 절단된 부상자들을 많이 봤다”면서 “틀림없이 DIME으로 인한 부상”이라고 주장했다. 포세 역시 “30여년 동안 분쟁 지역들을 돌며 의료활동을 했지만 가자지구 부상자들에게서는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양상이 나타났다”며 “이스라엘이 어떤 무기를 사용하고 있는지 국제사회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가자 공격에서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를 비롯, 화학무기와 방사능무기를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주택가 밀집지역인 가자-이집트 국경 라파 난민촌 등지에서 화학무기인 백린탄(White Phosphorus)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백린탄은 보통 조명·감시용으로 사용되는데, 인체에 닿으면 호흡곤란과 화상을 일으킨다. 제네바협약은 민간인 거주지역에서 백린탄을 쓰지 못하도록 금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공식적으로 “국제법상 금지된 무기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하레츠 등 이스라엘 언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은 “백린탄은 적들의 눈이 보이지 않게 해 우리 군의 진격을 돕는다”며 백린탄을 썼음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엔이 사용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열화우라늄탄은 피폭자들에게 신체 이상과 함께 유전적 질병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이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전에서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했다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스라엘은 또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최신형 벙커버스터 GBU39 폭탄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무기와 특징
백린탄(WP) : 조명탄으로 주로 쓰이는 화학무기. 화상과 호흡곤란을 일으킴
열화우라늄탄(Depleted Uranium Bomb) : 신체이상과 유전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방사능무기
GBU39 : 소구경폭탄(SDB)의 일종. 가자-이집트 접경지대 땅굴 공격에 사용된 최신형 벙커버스터
고밀도금속폭탄(DIME) : 폭발시 광파와 함께 미세 금속입자들이 발산돼 신체 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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