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세 아이와 눈 속에서 사흘

딸기21 2007. 12. 2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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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속에서 길을 잃고 세 아이와 함께 사흘을 버티다 구조된 한 아버지의 이야기에 미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네요.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해 12월 오리건주에서 눈보라 속에 길을 잃은 뒤 가족을 구하려다 홀로 숨진 한국교포 제임스 김 사건 이후 1년 만에 나온 ‘크리스마스 휴먼 스토리’를 집중 조명하면서 조난에서 구출까지를 생생히 전했습니다.

뉴스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북쪽 패러다이스라는 소도시에 살고 있는 프레데릭 도밍게스(38). 도밍게스는 지난 16일 아들 크리스토퍼(18), 딸 알렉시스(14)와 조슈아(12)를 데리고 크리스마스트리로 쓸 나무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픽업트럭에 세 아이를 태우고 산길로 향했던 도밍게스는 눈 덮인 산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는군요.


도밍게스의 두 딸 알렉시스(왼쪽 세번째)와 조슈아(왼쪽 두번째)가
구조헬기에서 내려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어요. AP



집으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해 하루를 헤맨 도밍게스 가족은 17일 밤부터 눈보라가 거세지면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둘째 알렉시스는 한쪽 신발을 잃어버려 꽁꽁 언 발로 오도가도 못할 처지가 됐습니다.
눈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며 찬바람이 몰아치자 도밍게스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길 찾기를 포기하고 구출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인적 없는 임도(林道) 한편의 배수용 도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제발 아이들만이라도 살려달라고 기도하면서 버텼지요.” 아버지와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기운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고 합니다.

크리스토퍼와 동생들은 눈 덮인 산길에 나뭇가지로 ‘SOS’를 새겼습니다. 체온 때문에 녹아내린 눈이 뚝뚝 떨어지는 컴컴한 도랑 안에서, 네 식구는 셔츠를 찢어 젖은 발을 감싸고 구출되기만을 기다렸지요.


세 아이와 함께 눈 속에서 버티다 구출된 도밍게스. /AP


산길을 순찰하던 헬기가 SOS 신호를 발견한 것은 19일. 눈보라로 시야가 흐려져 착륙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헬기는 간신히 도밍게스 가족들이 버티고 있던 도랑 옆길에 내려앉을 수 있었습니다. 구출 당시 산길엔 60㎝ 깊이로 눈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헬기는 먼저 두 딸을, 그리고 2차로 도밍게스와 크리스토퍼를 구출해 패러다이스의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네 식구는 동상과 탈진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곧 건강을 회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애타게 실종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도밍게스의 이혼한 전처 리자 샘스는 “사흘째 소식이 없어 절망으로 빠져들던 참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사히 아이들을 지켜낸 도밍게스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내년엔 꼭 할인점에서 파는 플라스틱 트리를 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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