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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간군사업체(PMC) 블랙워터가 지난달 이라크에서 민간인 11명을 사살한 사건 때문에 미국이 시끄럽다. 워싱턴포스트는 5일 국방부 보고서를 인용해 블랙워터가 교전 수칙도 지키지 않고 과잉 군사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가 처음으로 외국계 PMC인 블랙워터에 이라크 내 사업 불허 처분을 내리는 등 파장이 일자 의회는 PMC에 대한 규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여러 제안들을 내놓고 있다. 반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미군의 부담을 덜어주는 PMC의 활동을 제약할 경우 대테러전과 이라크 재건작업 등에 차질이 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사실 PMC 문제가 이제야 도마에 오른 것은 뒤늦은 감이 적지 않다. 부시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공격 뒤 전후재건 계획을 세우면서 `민간군수지원강화(LOGCAPㆍ로그캡)' 프로그램을 내걸었을 때부터 `전쟁 민영화'의 폐해는 예견된 것이었다.
에너지업체 핼리버튼 최고경영자 출신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복구와 미군 지원은 물론, 전통적으로 `군인의 일'에 해당돼온 군사분야의 다양한 영역까지 민간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택했다. 미군 활동의 민간 `아웃소싱'은 지난 10여년간의 추세였지만, 특히 이라크전에서는 로그캡과 `이라크정유시설복구계획(RIO)' 두 가지 프로그램에 따라 민영화가 폭넓게 진행됐다. 그 결과 이라크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민영화된 전쟁'이 되고 말았다.
핼리버튼 계열사인 켈로그브라운&루트(KBR)와 블랙워터, MPRI, 다인코프 등 대표적인 PMC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곳의 전쟁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테러전쟁 뒷처리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따낸 대규모 계약들은 거의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KBR은 이라크에서만 2003년부터 이후 3년간 미 국방부와 1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는데, 비용을 과다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수차례 물의를 빚었다. 이 회사는 쿠웨이트 사막에 있는 `캠프 버지니아' 등 중동 지역 미군기지 여러 곳의 경비를 맡고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성(城)처럼 지어진 미국 대사관 공사도 이 회사가 맡아 했다.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돼 피살된 김선일씨가 일했던 회사도 KBR의 하청업체였다. 관타나모 이슬람 포로수용소도 이 회사가 지었다. 민주당의 헨리 왝스먼(캘리포니아) 의원 등이 KBR에 대한 불법적 특혜 의혹을 줄곧 제기해왔으나 국방부는 아랑곳 않고 법적 근거가 없는 `민간 전투원'들까지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
민간 병참지원회사들의 활동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오늘날과 같이 전쟁의 모든 영역을 `대행'해주는 PMC의 활동은 1990년대 아프리카에서 본격화됐다. 1980년대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독재에 동원됐던 베테랑들이 만든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가 그 시발이었다.
이 회사는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시에라리온 등의 내전에 개입해 각국 정부군과 반군들 모두를 상대로 계약을 맺어 직접 전투에까지 참여했다.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광물자원을 둘러싸고 군벌들과 정부들이 뒤섞여 PMC들을 고용해 싸움을 벌이는 형태의 내전이 확산됐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PMC들은 일대 전기를 맞았다. 옛소련권과 서방 세계 모두에서 군대가 줄면서 할일이 없어진 전직군인들이 전쟁대행산업에 흘러들어가면서 PMC 규모가 급팽창한 것. 글로벌화와 민영화 바람 속에 군사부문에도 아웃소싱이 대세를 이루면서 전쟁대행업은 바야흐로 특수를 누리게 됐다. 냉전 이후 빈발한 국지전들은 PMC의 주무대가 됐다.
지난 몇년 동안 미 국방부는 병참 및 기지 유지ㆍ보수에서 육군 공중훈련의 70%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웃소싱했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F117 스텔스전투기, KC10 공중급유기, U2 정찰기와 수많은 해군 전함등 전략무기들의 유지ㆍ보수와 관리가 모두 사영화됐다. 최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작동까지 사기업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스캔이라는 회사는 미 공군과 항공우주국(NASA) 로켓 발사시설 관리를 맡고 있다. BDM은 정보전, 특수전, 첩보전 훈련을 담당하는 동시에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만 등지에서 미군 군사작전을 보조하고 있다.
옛 유고연방 내전에 투입돼 세상에 알려진 MPRI는 미 육군 병력 모집에서 관리까지 전과정을 총괄한다. 미군은 동유럽 코소보 군사작전 때에는 미군 공중정보 수집 기능을 외주로 돌리기도 했다. 2000년 러시아 핵잠 쿠르스크호 폭발을 처음 목격한 것도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 정찰선이었다.
미국 뿐이 아니다. 영국군은 2001년 `스폰서 예비군 시스템'이라는 계획을 통해 해군 항공지원부대, 육군 탱크운송부대, 공군 공중급유대 등을 민간 회사에 완전 이전시켰으며 최신형 핵잠수함의 관리와 조종까지 민간기업에 맡겼다. 러시아에서는 KGB 특전단 출신들에 의해 설립된 알파라는 회사를 필두로 PMC 직원 15만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체첸,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용병으로 전투에까지 참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계 비넬에 정권 안보를 맡겨놓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 회사는 사실상 사우디 정규군 관리를 맡고 있다. 대테러작전과 시가전 훈련도 미국계 C&W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1997년 파푸아뉴기니 종족분쟁에 샌드라인이라는 PMC가 개입했다가 현지 군대의 반란을 초래하면서 PMC 문제가 불거졌다. 남미에서는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미국계 용병업체들을 고용해 정부군과 대리전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 군사기업 다인코프는 쿠바 문제에 깊숙이 개입,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 사망에 대비해 `즉시 투입 병력'까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야 도마에 오른 PMC
사실 PMC 문제가 이제야 도마에 오른 것은 뒤늦은 감이 적지 않다. 부시행정부가 2003년 이라크 공격 뒤 전후재건 계획을 세우면서 `민간군수지원강화(LOGCAPㆍ로그캡)' 프로그램을 내걸었을 때부터 `전쟁 민영화'의 폐해는 예견된 것이었다.
에너지업체 핼리버튼 최고경영자 출신인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이라크 재건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복구와 미군 지원은 물론, 전통적으로 `군인의 일'에 해당돼온 군사분야의 다양한 영역까지 민간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택했다. 미군 활동의 민간 `아웃소싱'은 지난 10여년간의 추세였지만, 특히 이라크전에서는 로그캡과 `이라크정유시설복구계획(RIO)' 두 가지 프로그램에 따라 민영화가 폭넓게 진행됐다. 그 결과 이라크전쟁은 `인류 역사상 가장 민영화된 전쟁'이 되고 말았다.
돈벌이 마당 된 이라크와 아프간
핼리버튼 계열사인 켈로그브라운&루트(KBR)와 블랙워터, MPRI, 다인코프 등 대표적인 PMC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두 곳의 전쟁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테러전쟁 뒷처리 과정에서 민간업체가 따낸 대규모 계약들은 거의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KBR은 이라크에서만 2003년부터 이후 3년간 미 국방부와 1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는데, 비용을 과다청구한 사실이 드러나 수차례 물의를 빚었다. 이 회사는 쿠웨이트 사막에 있는 `캠프 버지니아' 등 중동 지역 미군기지 여러 곳의 경비를 맡고 있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성(城)처럼 지어진 미국 대사관 공사도 이 회사가 맡아 했다.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돼 피살된 김선일씨가 일했던 회사도 KBR의 하청업체였다. 관타나모 이슬람 포로수용소도 이 회사가 지었다. 민주당의 헨리 왝스먼(캘리포니아) 의원 등이 KBR에 대한 불법적 특혜 의혹을 줄곧 제기해왔으나 국방부는 아랑곳 않고 법적 근거가 없는 `민간 전투원'들까지 전쟁에 동원하고 있다.
PMC의 그늘진 역사
민간 병참지원회사들의 활동은 역사가 오래됐지만, 오늘날과 같이 전쟁의 모든 영역을 `대행'해주는 PMC의 활동은 1990년대 아프리카에서 본격화됐다. 1980년대말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의 독재에 동원됐던 베테랑들이 만든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가 그 시발이었다.
이 회사는 앙골라,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르), 시에라리온 등의 내전에 개입해 각국 정부군과 반군들 모두를 상대로 계약을 맺어 직접 전투에까지 참여했다.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광물자원을 둘러싸고 군벌들과 정부들이 뒤섞여 PMC들을 고용해 싸움을 벌이는 형태의 내전이 확산됐다.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 PMC들은 일대 전기를 맞았다. 옛소련권과 서방 세계 모두에서 군대가 줄면서 할일이 없어진 전직군인들이 전쟁대행산업에 흘러들어가면서 PMC 규모가 급팽창한 것. 글로벌화와 민영화 바람 속에 군사부문에도 아웃소싱이 대세를 이루면서 전쟁대행업은 바야흐로 특수를 누리게 됐다. 냉전 이후 빈발한 국지전들은 PMC의 주무대가 됐다.
정찰에서 작전수립까지 민간인이 대행
지난 몇년 동안 미 국방부는 병참 및 기지 유지ㆍ보수에서 육군 공중훈련의 70%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아웃소싱했다. B2 스텔스 폭격기와 F117 스텔스전투기, KC10 공중급유기, U2 정찰기와 수많은 해군 전함등 전략무기들의 유지ㆍ보수와 관리가 모두 사영화됐다. 최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는 작동까지 사기업이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스캔이라는 회사는 미 공군과 항공우주국(NASA) 로켓 발사시설 관리를 맡고 있다. BDM은 정보전, 특수전, 첩보전 훈련을 담당하는 동시에 소말리아 아이티 보스니아 중앙아시아 페르시아만 등지에서 미군 군사작전을 보조하고 있다.
옛 유고연방 내전에 투입돼 세상에 알려진 MPRI는 미 육군 병력 모집에서 관리까지 전과정을 총괄한다. 미군은 동유럽 코소보 군사작전 때에는 미군 공중정보 수집 기능을 외주로 돌리기도 했다. 2000년 러시아 핵잠 쿠르스크호 폭발을 처음 목격한 것도 미군과 계약을 맺은 민간 정찰선이었다.
전세계가 민영화 바람
미국 뿐이 아니다. 영국군은 2001년 `스폰서 예비군 시스템'이라는 계획을 통해 해군 항공지원부대, 육군 탱크운송부대, 공군 공중급유대 등을 민간 회사에 완전 이전시켰으며 최신형 핵잠수함의 관리와 조종까지 민간기업에 맡겼다. 러시아에서는 KGB 특전단 출신들에 의해 설립된 알파라는 회사를 필두로 PMC 직원 15만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체첸,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용병으로 전투에까지 참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계 비넬에 정권 안보를 맡겨놓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주축이 된 이 회사는 사실상 사우디 정규군 관리를 맡고 있다. 대테러작전과 시가전 훈련도 미국계 C&W라는 회사가 맡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1997년 파푸아뉴기니 종족분쟁에 샌드라인이라는 PMC가 개입했다가 현지 군대의 반란을 초래하면서 PMC 문제가 불거졌다. 남미에서는 콜롬비아와 멕시코 마약 카르텔들이 미국계 용병업체들을 고용해 정부군과 대리전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 군사기업 다인코프는 쿠바 문제에 깊숙이 개입, 피델 카스트로 대통령 사망에 대비해 `즉시 투입 병력'까지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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