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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재선

딸기21 2006. 10. 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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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룰라 대통령 재선 성공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61)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브라질 연방선거법원은 29일 오후 8시쯤 개표가 95% 진행된 상태에서 룰라 대통령의 당선을 공식 선언했다. 최종집계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으나 룰라 대통령은 61% 가량을 득표, 31%를 얻은 중도 우파 제랄도 알키민(53)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앞섰다. 

이로써 집권 노동자당(PT)을 이끌고 있는 룰라 대통령은 1990년대 2차례 집권한 페르난도 엔리케 카르도조 전대통령에 이어 브라질 사상 두 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지난 1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알키민 후보의 예상 밖 선전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룰라 대통령은 결선에서는 저소득층·서민층들의 지지로 압승을 거뒀다. 1년 전만 해도 집권 노동자당(PT)의 야당의원 매수 사건으로 탄핵 위기를 맞았던 룰라 대통령은 또 한번 오뚜기 근성을 보여줬다. 

선거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알키민 후보가 중산층 이상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도 `오만하다'는 평판 때문에 지지율을 높이지 못한 것과 달리 룰라 대통령은 저소득층 거주지역을 돌면서 서민대통령 이미지를 살려 재선 기반을 마련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룰라대통령은 결선투표에서 큰 표차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집권 2기 정국을 안정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2002년 집권 뒤 국제사회에서의 명망을 바탕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개발도상국들을 잇는 남-남 외교에 주력해온 룰라 대통령은 향후 중남미 경제통합과 개도국간 경제협력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경제개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아직까지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데다 빈부격차 등 고질적 불안요인들이 상존해있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경제 복병 많지만 서방은 `환영'


룰라 대통령은 한때 중남미 좌파의 대명사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에 와서 그를 좌파 대통령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다. 룰라 대통령의 결선 승리를 외국 투자가들이 앞장서 환영한 것은 그에 대한 달라진 평가를 반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월스트리트도 룰라를 사랑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룰라 대통령 재선에 대한 미 증권가의 반응을 전했다. 월가는 룰라 대통령이 큰 표차로 승리를 거둠으로써 조기 레임덕을 피할 수 있게 됐고, 불확실성이 줄어들었다며 환영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고질적인 토지 집중 등을 해소하기 위한 개혁정책을 펼치면서도 좌-우를 구분하지 않는 정책으로 서방 투자자들과 국민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벌여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혁 속도가 늦어진 점, 인기에 영합하는 임시변통 정책들이 남발된 것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가장 큰 과제는 경제성장을 가시화하는 것. 브라질 정부는 최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를 4% 이하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민간 경제기구들은 올 성장률이 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2기 정책의 초점을 성장률 제고에 맞출 것이라고 밝히고 있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도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출 감소 때문에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룰라 대통령은 집권 이후 '기아 제로'라는 구호 아래 빈곤층 감소정책에 주력해왔지만 여전히 인구 5분의1인 4000만 명 이상이 최저생계비 이하로 생활하는 빈곤층이다. 지난해 공식 실업률은 9.8%에 이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중산층 이상 계층에서 룰라 대통령 지지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갭이 그대로 노출됐다. 이런 정치지형도 룰라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당발 외교' 더욱 바빠질 듯


룰라대통령은 국내에서는 정치스캔들, 개혁 실망감 등으로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국제무대에서는 브라질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며 맹활약을 펼쳤다. 

집권 2기 외교는 더욱 적극적, 공세적이 될 전망이다. 중남미를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통합경제권으로 키워야 한다는 지론대로 경제통합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이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베네수엘라를 가입시켜 주변 경제권의 몸집을 불렸다. 메르코수르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남미의 또 다른 경제기구인 안데스공동체(페루 콜롬비아 등 5개국)와의 협력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룰라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의 명망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아랍권 개발도상국들과 관계를 강화해왔다. 최근에는 인도·브라질·남아프리카공화국을 엮는 `이브사(IBSA) 정상회담'을 열어 주목을 끌기도 했다. 

향후 개도국들을 묶는 `남-남 협력'을 바탕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들어가기 위한 터 닦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룰라 대통령이 중남미 `반미-좌파 국가들'을 다독이고 미국과의 사이를 이어주는 중재역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축하' 끝나면 고민거리 잔뜩


재선에 성공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에게 30일 전세계에서 축하메시지가 쏟아졌다. 

`좌파 열풍' 속 중남미 국가들은 물론,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즉시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집권당을 둘러싼 온갖 스캔들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룰라 대통령 앞에는 그러나 산더미같은 과제가 쌓여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브라질리아의 대통령궁 앞에서 30일 부인 마리사와 포즈를 짓고 있는 룰라대통령. /AP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대선 승리 축하메시지를 전하면서 "미국은 룰라 대통령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부시대통령은 다음달 7일 미 의회 중간선거 뒤 브라질 측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무부는 별도로 성명을 내고 "룰라 대통령의 재선은 중남미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했다는 증거"라면서 2기 룰라 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임을 강조했다.


2002년 룰라 대통령 집권 당시 `브라질 좌파 정권'에 우려를 보냈던 미국 언론들도 이번에는 재선을 환영한다는 기사들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는 브라질이 지난해 말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채무를 조기상환하는 등 서구 자본을 안심시키는 조치들을 취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룰라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중에는 좌파 성향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실제 정국 운영에선 오른쪽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남미 좌파 도미노 속에서 브라질 `맏형'의 승리를 기원했던 중남미 각국으로부터도 축하가 잇따랐다. 


국제무대에서 브라질과 앙숙관계였던 아르헨티나의 중도좌파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은 29일 밤 룰라 대통령 재선이 확정되자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인사를 전했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특히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가 확대·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룰라 대통령 재선은 민중의 위대한 승리"라고 치켜세우면서 브라질 선거결과가 중남미 통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남미 `좌파 정부들' 양쪽으로부터 축하 세례를 받은 룰라 대통령은 서방 투자자들을 의식한 듯 재정운용을 튼튼히 하겠다는 것부터 강조했다. 동시에 연간 5∼6% 경제성장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 성장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펼칠 것임을 시사했다. 좌파식 `복지우선-큰 정부' 정책과는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률이 3% 안팎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우선회한 룰라 대통령의 `경제 파이 키우기'가 약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국과 브라질은 지난해말 기준 교역 규모가 49억1200만달러(약 4조6000억원)였다. 브라질에 대한 수출이 24억1100만달러, 수입은 25억100만달러로 90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전기전자 제품과 자동차 부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9월말 현재까지 4억1400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코트라(KOTRA) 상파울루 무역관에 따르면 9월말까지의 교역액은 44억4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은 36.1%, 수입은 13.8%가 증가했다.

현재 브라질 거주 한국 교민은 약 5만2000명이며, 그중 대다수인 5만명 가량이 상파울루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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