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틱타알릭- 물에서 뭍으로, '잃어버린 고리'를 찾았다

딸기21 2006. 4. 11.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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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탄생한 이래 인간이 두 발로 세상을 걷기까지 생물체들은 오랜 진화를 거쳤다. 박테리아에서 다세포 생물로의 진화, 어류 파충류 포유류의 출현에 이르는 진화의 역사는 38억년에 이르는 기나긴 과정이었다. 초기 생물체가 바다에서 출현해 뭍으로 올라왔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그동안 `물에서 뭍으로' 동물의 이동을 입증해주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아 학자들의 애를 먹였다. 그런데 북극에 가까운 캐나다 북부에서 발견된 한 화석이 바로 이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에 해당되는 것으로 드러나 진화생물학자들과 고생물학자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BBC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


`발 달린 물고기'

3억8000만∼3억7500만년 전 물고기에서 네 발 달린 뭍짐승으로의 진화를 보여주는 화석이 북극에서 1000㎞ 정도 떨어진 캐나다의 누나부트 지역에서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발견됐다. 화석을 연구한 미국·캐나다 공동연구팀은 6일자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단계의 생물종 화석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북부 북극 근방에서 발견된 틱타알릭 화석과, 화석을 바탕으로 복원해 만든 모형.


이 동물은 몸길이 2.7m에 이르는 거대한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지느러미가 달려 있다는 점에서는 물고기에 가깝지만 해부학적 특성은 육상 동물에 가깝다. 연구팀은 "틱타알릭은 양서류와 파충류, 공룡과 포유류, 최종적으로는 인간의 조상이 됐을 것"이라면서 "지느러미를 벗어나 사지(四肢)가 생성되는 단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석에는 수족 관절의 전신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남아 있으며, 물고기와 달리 악어처럼 평평한 두개골을 갖고 있다.




이 동물에는 `틱타알릭(학명 Tiktaalik rosea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틱타알릭은 극지방 이누이트 원주민 언어로 `얕은 물에 사는 큰 물고기'라는 뜻. 연구팀을 이끈 미 시카고대학의 닐 슈빈 교수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확장되고 정교해지면서 뭍짐승의 사지로 발전해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틱타알릭의 발견이 진화의 역사를 새로 쓸만한 "놀랍고 신기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물고기(fish)와 네발짐승(tetrapod)의 중간단계라는 점에서 이 동물을 `발 달린 물고기(fishapod)'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화 연구의 로제타석

고생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육지로 올라오기 직전 단계인 3억7000만년 전 원시 어류(판데릭티스)와 초창기 육지 동물인 아칸토스테가의 화석을 발견했다. 아칸토스테가는 육상생물이지만 물고기 꼬리 모양의 큰 꼬리를 땅에 끌고 다닌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둘 사이의 중간단계,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는 단계'의 동물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믿어왔다. 고생물학자들은 이같은 이행이 3억8500만∼3억5900만년 전 데본기(期) 말에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슈빈 박사의 연구팀은 1999년부터 데본기 암석들이 있는 캐나다 북부에 캠프를 만들고 탐사작업을 벌였으며, 2004년 틱타알릭의 화석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2년여의 연구 끝에 틱타알릭은 학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완벽한 증거임이 드러난 셈이다.

수-륙 이행기 어류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던 과학자들은 틱타알릭의 등장에 감탄과 환호를 보냈다. `고리 찾기' 연구의 선두주자로 평가받았던 스웨덴 웁살라 대학과 영국 캠브리지대 공동연구팀은 네이처에 실린 별도의 논문에서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들이 맞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면서 시카고대 연구결과를 인정했다.


미국 국립과학기금의 고생물학국장 리처드 레인은 틱타알릭 화석을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결정적 열쇠가 됐던 로제타석(石)에 빗대 "진화 연구의 로제타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창조론에 맞설 무기

미국 교육계에서 최근 몇 년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진화론-지적설계론(창조론)' 논란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던 뉴욕타임스는 특히 틱타알릭의 발견이 창조론에 맞서는 강력한 반증이 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내 보수 기독교인들은 학교에서 창조론을 가르쳐야 하며 진화론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신적인 존재가 복잡한 생명체를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지적설계론' 진영과 과학자들 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한 종(種)에서 다른 종으로의 진화를 입증해주는 화석 증거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이제 진화의 증거가 발견된 셈"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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