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니제르델타의 비극... 석유가 나오는데 왜 가난할까

딸기21 2006. 2. 22. 13:02
728x90
나이지리아 유전지대 소요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석유전문가들이 걱정해왔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나이지리아 사태는 다국적 석유기업과 가난한 원주민들 간 이해관계의 충돌로 나타난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 석유를 수입해 쓰는 서방이나 우리 같은 나라는 석유 값이 올라가는 것을 걱정하지만, 정작 석유가 많이 나는 나이지리아 유전지대 주민들은 너무 가난해서 전기조차 쓰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유가 상승 불안요인

세계 10위의 산유국이자 8위의 원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의 정정불안 때문에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지난부말보다 1.22달러(2.0%) 오른 배럴당 61.10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영국 런던시장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소폭 상승했다.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인 니제르 델타 지역 소요사태가 유가를 올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중순에도 니제르델타 무장세력이 석유시설을 공격하면서 WTI가 68달러대까지 올랐었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태가 수차례 반복됐다.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니제르 강. 3만6000 ㎢에 이르는 니제르 델타는 아프리카 최대의 유전지대다.


무장세력의 전면전 선포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멘드)이라는 나이지리아 반군 조직은 지난 17일 유전지대를 장악한 서방 다국적 석유회사들의 산유시설을 공격하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다음날 이들은 석유회사에서 일하던 미국인 바지선 기술자를 비롯해 이집트인과 태국인 등 외국인 9명을 인질로 납치했다. 20일에는 로열더치셸의 산유시설과 정부 소유 선박을 폭파했다고 로이터통신과 BBC 등이 보도했다. 잇단 공격으로 셸은 하루 45만5000배럴의 석유 생산을 중단했다. 이는 나이지리아 하루 원유생산량의 20%에 육박한다.

반군의 공격이 거세지고 있지만, 멘드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갓스윌 타무노'라 불리는 인물이 이 단체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 그는 매스미디어에 이메일을 보내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투쟁 과정과 목표를 알릴뿐이다. (중남미 좌파들이나 마오이스트 반군을 연상케 하네;;)


소요사태 원인은 `수탈과 가난'


`얼굴 없는 지도자' 타무노는 BBC 이메일 인터뷰에서 "니제르델타의 석유자산을 지역민들의 것으로 되돌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멘드 외에도 반군 조직 여러개가 비슷한 목표를 내걸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델타 최대부족인 이자우족으로 구성된 `델타인민의용군' 등 반군들은 수년 전부터 정부를 상대로 외국 기업들의 석유자원 빼가기를 막고 석유수출 이익을 지역민에 환원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일부 세력은 아예 분리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셸이나 셰브론 같은 기업들은 나이지리아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겨가지만 주민들은 가난하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00달러 밖에 안 된다. 이 GDP가 외국 기업들의 석유생산 이득까지 계산된 것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소득은 더 떨어질 것이다.

반군 탄압으로 일관해오던 정부는 재작년 정책을 바꿔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유혈사태는 일시 소강국면에 접어들기도 했지만 현지 주민들의 가난은 개선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말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델타 주민들의 고통스런 생활상을 보도했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