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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IS는 왜 이렇게 잔인할까

딸기21 2015. 2. 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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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즈 알카사스베(26)는 요르단 유력 가문 출신으로, 독실한 수니파 무슬림이었다. 아버지는 대학교수였고 삼촌은 현역 군 장성이다. 알카사스베 역시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공군조종사로 복무했다. 홀로 이라크나 시리아에 들어갔다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붙잡힌 인질들과 달리 그는 미군 주도 연합군의 일원으로 IS와의 전쟁에 투입됐다. 조종하던 전투기가 추락해 IS에 붙잡힌 그는 결국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IS는 사형수 사지다 알리샤위를 내놓으라고 요르단과 일본을 위협하더니, 일본인 인질 2명에 이어 알카사스베 살해 동영상을 3일 공개했다. 신혼 6개월만에 적에게 생포된 젊은 조종사는 ‘산 채로 화형’이라는 끔찍한 죽음을 맞았다. 요르단 당국은 알카사스베가 지난달 3일 살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애당초 IS에게 ‘인질 석방협상’ 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요르단은 즉시 보복을 선언했으며 알리샤위 등 무장조직과 연관된 사형수 2명의 형을 집행했다.


사진/요르단타임스 웹사이트


IS의 잔혹성은 하루가 머다하고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 미국·영국 인질 참수에 이은 ‘화형’은 2001년 9·11 테러 이래로 14년 가까이 세계가 접해온 어떤 테러보다도 야만적이다. 이들은 어떤 목적으로, 왜 이토록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일까. 

 

국제테러조직의 원조 격인 알카에다만 해도 미국 혹은 미국 관련시설이나 미군 함정 등을 주로 공격했고, 사우디아라비아같은 중동 ‘친미’ 왕정들로 타깃을 넓혔을 뿐이었다. 그러나 IS의 공격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서방 인질뿐 아니라 같은 무슬림들도 납치하고 학살한다. ‘지하드(성전)’는 원래 이슬람을 전파하기 위한 종교적 행위이자, 자기 안의 불신에 맞선 내면의 싸움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지금 곳곳에서 판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전투원) 조직들은 돈과 범죄를 목적으로 뭉친 학살집단에 불과하다.

 

반 소련 무자헤딘(전사)으로 출발한 알카에다로부터 IS가 갈라져나와 괴물로 성장하게 된 시발점은 2000년대 중반 이라크였다. 그 핵심에 있었던 것이 요르단에서 처형된 여성 테러범 알리샤위와 관련이 있었다는 ‘이라크 알카에다’ 지도자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다. 요르단이 3일 알리샤위와 함께 처형한 또 다른 사형수 역시 알자르카위의 측근이었다. 

 

‘이라크 알카에다’는 반미 항쟁을 내걸고 출발했으나 종파간 충돌로 폭력사태를 변질시키면서 시아파들을 대거 학살했다. 이라크 민간인들을 상대로 무차별 테러를 저지르고 외국 인질들을 참수하며 이라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오사마 빈 라덴 사후 알카에다 최고지도자가 된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무슬림을 공격하지 말라”고 경고하자 알자르카위는 알카에다 본부와 결별했다. 그는 2006년 미군 폭격에 사망했으나 그의 밑에 있었던 무장조직원들은 시리아로 넘어가 IS를 결성하며 되살아났다.

 

영토와 자원을 확보, 국가수립까지 선언한 IS의 잇단 잔혹행위에 대해 CNN은 “새로운 차원의 야만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잔혹함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행위이기도 하다. IS가 인질살해 동영상에서 죽어가는 시리아 어린이들부터 보여주는 것은 ‘대테러전으로 우리를 죽이니 우리도 너희를 죽이겠다’며 일말의 명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슬림 청년들에게는 이것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세계가 IS의 잔혹성에 놀랐다지만 미군과 미국 민간군사회사(PMC) 전투원들은 2004년 이라크 바그다드 부근 팔루자에서 민간인들을 학살했다. 이라크 15세 소녀를 성폭행하고 일가족을 살해한 뒤 불지른 미군들이 기소된 적도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IS의 잔혹행위가 그들 나름의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전술이라고 분석했다. 


‘충격과 공포’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상대를 제압해 두려움을 심어주고 저항 의지를 잃게 만드는 미국의 군사독트린 중 하나이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작전명이기도 했다. 또한 IS의 잔혹범죄가 무모한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알카에다보다도 강하다’는 것으로 세계 지하디스트 조직들의 충성맹세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시리아 무장조직에 가담했다가 일본으로 돌아온 20대 청년 우자와 요시히토는 “단지 싸우고 싶어서 과격그룹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IS 규탄, 미국의 대응은


이슬람국가(IS)의 요르단 공군 조종사 살해 동영상이 공개되자 국제사회는 ‘야만적 폭거’라며 일제히 규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반인도적인 행위”라는 성명을 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긴급 비난성명을 냈다. IS에 인질들을 잃은 일본과 영국도 애도와 연대를 표시했다.

 

요르단은 즉시 보복을 선언했다. 당국은 IS와 관련해 사형선고를 받은 테러범 2명을 처형했으며 추가 사형집행도 예고했다. 압둘라2세 국왕은 조종사 무아즈 알카사스베를 ‘순교자’라 칭했다. 마침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압둘라2세를 만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 격퇴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국은 또 요르단에 10억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관건은 미국의 대응이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8월 이후 이라크에 미군 3000명 가량을 보냈으나 지상전에는 투입하지 않고 있다. 시리아·이라크에서 쿠르드족이 IS와의 지상전투를 맡고, 미국과 아랍국들은 공습만 한다. 요르단 조종사 피살로 오바마 정부는 극심한 압박을 받게 될 게 뻔하다. 알카사스베는 미국이 주도한 싸움에 동원된 동맹국 군인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알카사스베가 억류된 뒤 동맹에 가담했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미군 중부사령부에 구출작전 여부를 타진했으며, 대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지난해 말 공습 참여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공화당)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 부재가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찰스 크라우트해머는 “미국은 IS에 맞선 전쟁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는 것에 반대하는 반면, 다음주 쯤 취임할 신임 국방장관 지명자 애쉬튼 카터는 좀 더 공격적인 대응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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