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세계를 하나로 만든 만델라… 분쟁지역 어린이들은 촛불로, 에펠탑은 무지갯빛 조명으로

딸기21 2013. 12. 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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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카라치의 어린이들이 둥글게 모여 앉아 촛불을 들었다. 인도 첸나이의 학생들도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모였다. 늘 싸우는 인도와 파키스탄이지만 이날의 촛불만은 ‘하나’였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은 무지갯빛 조명으로 물들었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일곱 색깔로 빛났다. 
팔레스타인 가자시티의 ‘무명용사들의 광장’에서는 지난 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모여들어 이스라엘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시위를 했다. 이들의 손에도 이날만은 돌멩이가 아닌 촛불이 들려 있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카라치 어린이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8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대 에버턴 경기가 열린 영국 런던의 에미리츠스타디움의 대형 전광판에 만델라의 얼굴이 방영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 지난 6일 만델라를 추모하는 뜻에서 무지갯빛 조명을 내뿜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수라바야에서도 시민들이 8일 만델라 추모행진을 하고 있다(위쪽부터). 카라치·런던·파리·수라바야 | AP·구글어스팬픽처 트위터


지난 5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타계 뒤 지난 주말 세계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어쩌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만델라의 마지막 가는 길은 그가 남긴 위대한 유산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일 파리에서 열린 아프리카정상회의에 참석해 만델라의 초상 앞에서 연설을 했다. 뉴욕의 유엔본부,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본부 앞에 조기가 걸렸다. 워싱턴의 백악관도, 파리의 엘리제궁도 조기를 달았다. 만델라를 추모하는 순간만은 세계가 하나였다.

[만델라 추모·장례식 어떻게 되나] 축구장 4곳 22만여명, 만델라 ‘마지막 길’ 함께 추모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광장에서는 남아공에서 온 흑백 여행자들이 함께 국기를 흔들었다. 로마시는 해마다 비아델코르소 거리에 세우는 대형 트리를 올해는 무지개색으로 장식하고 만델라에게 헌정했다. 모두가 어우러지는 ‘무지개 국가’는 생전의 만델라가 꿈꾼 나라였다. 메일앤드가디언 등 남아공 언론들은 “세계가 만델라의 뜻을 함께 기리고 있다”고 전했다.

만델라 정치적 후계자 음베키 “만델라의 전설을 배신하지 말라”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이자 동반자였던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SABC방송 등 남아공 언론들은 음베키가 8일(현지시간) “만델라가 보여줬듯 우리 앞에 놓인 도전들에 맞설 리더십이 존재하느냐”며 남아공 정치상황에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음베키는 이날 요하네스버그 시내 유대교회당을 방문해 만델라 타계 후 처음으로 공식 발언을 했다. 그는 “만델라의 삶을 기리는 것 못잖게, 그를 비롯한 투사들의 희생을 배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음베키는 만델라의 동지였던 고반 음베키의 아들이다. 만델라가 대통령이던 시절 부통령을 지냈고, 1999년부터 2008년까지는 대통령이었다.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내 당권경쟁에서 밀려 제이컵 주마 현 대통령에게 권좌를 내준 음베키는 민족회의가 분파주의로 치닫고 권력다툼에 매몰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해왔다. 음베키는 주마 집권 뒤 민족회의가 온갖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명성이 실추한 것을 우려했지만, 이날 그의 발언 자체가 민족회의 지도부의 분열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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