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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다음번 무기는 '후계자 카드'?

딸기21 2005. 9. 1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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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다음번 무기는 '후계자 카드'?

여당 압승을 이끌어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다음번 무기는 `후계자' 카드?


`중의원 3분의2 의석'이라는 신화에 가까운 대승을 거둔 고이즈미 총리가 전날에 이어 12일에도 "집권 정당의 총재직 임기는 지켜져야 한다"며 임기 연장 의사가 없음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공명당 대표와 회담하면서 자민돥공명 연립정권이 계속될 것임을 재확인하고, 연립정권의 중점 정책과제를 명기한 합의문서를 교환했다. 이어 자민당사에서 향후 정국 운영의 기본 방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1일 중의원 특별회의를 소집, 형식상의 총리 선출 절차를 거친 뒤 내각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제3차 고이즈미 내각'은 현 내각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특별회의를 통해 지난달 참의원에서 부결된 우정공사 민영화 법안들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우정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면 당료 인선이 뒤따르게 된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고이즈미 총리의 내년 9월 당 총재직 임기 만료와 연결돼 있는 당 간부 인사. 그는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린 당내 경쟁에 대해 "내 이후에 당 총재, 총리직을 바라는 여러 사람이 있는데, 가능하면 그 사람들이 활약할 마당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요미우리는 이번 당료 인선에서 차기 후보군을 적극 기용, 경쟁을 시킬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른바 `우정 해산'으로 당내 반대파를 제거하고 `자객 공천'으로 당내 파벌들을 뒤흔든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엔 `후계자 카드'를 내밀며 아예 킹메이커로 자리를 굳히려는 계산일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대리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등 차기 후보로 꼽혀왔던 인물들은 이제 고이즈미 총리 앞에 줄을 설 수 밖에 없게 됐다.

당내 파벌들을 이끌던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총리 등이 밀려난 상황에서 다음번 총재직은 고이즈미 총리의 입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후임은) 내 개혁노선을 이어받아 계속 진행했으면 한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일본 정계, '줄서기' 한창


자민당 압승으로 끝난 총선거를 계기로, 일본 정계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1인 천하'로 들어갔다. 고이즈미 총리의 출신 파벌에 자민당 신진 의원들이 몰려들고, 우정민영화 법안 `반란파'들도 찬성 쪽으로 돌아서는 등 고이즈미 총리의 눈에 들기 위한 `줄서기'가 한창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13일 자민당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간사장을 관저로 불러 이번에 처음 당선된 의원 83명이 파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파벌에 소속되지 않고서도 정보교환과 정치 수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당 집행부는 총리와 신인 의원이 매달 간담회를 갖게 하고 매주 교육과 정보 교환 모임을 만들어, 그동안 정치인들의 네트워크로 기능해온 파벌의 존재 의의를 없앨 방침이다.


그러나 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고이즈미 총리의 출신 파벌인 모리파에는 신인의 입회 희망이 이어지고 있다. 모리파는 이번 선거에 16명의 새 얼굴을 내세워 15명을 당선시켰다. 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郞) 전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의 방침을 받아들여, 당분간 신인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모리파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미 중의원-참의원 79명의 최대 파벌로 부상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측근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총무국장이 이끄는 그룹도 예전 4명에서 11~12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과거 최대 파벌이었던 옛 하시모토파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전 총리의 은퇴와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들의 탈당, 일부 의원의 낙선 등으로 중의원 50명에서 31명으로 대폭 줄었다.


`반란파'의 투항도 잇따랐다. 기후(岐阜)1구에 무소속 출마, `자객'을 누르고 힘겹게 당선된 노다 세이코(野田聖子)의원은 21일 소집될 예정인 특별국회 총리 지명 투표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찍겠다고 밝혔다. 우정상 출신인 노다 의원은 여성 총리후보 1순위로 꼽혀온 인물. 자민당 소속이지만 참의원에서 우정법안에 반대했던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 전 문부상도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거를 통해 분명히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법안 찬성 의사를 밝혔다. 나카소네 의원을 비롯해 우정민영화에 반대했던 11명이 찬성 쪽으로 돌아섬으로써 법안 채택은 기정사실화됐다. 참의원은 지난달 8일 우정법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중의원 해산과 총선거의 빌미를 제공했었다.


한편 아사히 신문이 12~13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 압승이 고이즈미 총리의 개인 지지도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는 응답이 58%로 나타나는 등, `고이즈미 붐'이 수치로도 확인됐다. 이 조사에서 자민당 자체를 지지했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고이즈미 내각 지지율은 55%였다. 요미우리(讀賣)신문 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61%로 선거 직전보다 8.4%나 뛰어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자민당의 압승에 당혹감을 느끼는 유권자도 많았으며, 고이즈미 총리의 독주에 경계심을 표시한 사람도 60%를 넘었다고 요미우리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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