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방글라데시 건물 붕괴, 숨져간 여공의 맨발...

딸기21 2013. 4. 2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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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신문인 데일리스타 웹사이트에 25일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지진이 난 듯 무너져내린 다카 외곽 사바르의 ‘라나플라자’ 건물 잔해 사이로 나와 있는 맨 발의 사진이었다. 

핏자국이 묻은 채 움직임 없는 이 발의 주인은 아마도 건물 안에서 숙식하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해 번 돈을 시골 집으로 부치던 여공들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전날 붕괴한 8층짜리 라나플라자의 아래층에는 점포들이 있고, 위쪽 6개 층에는 의류공장 5곳이 입주해있었다.


24일 붕괴한 방글라데시 사바르의 ‘라나플라자’ 건물 잔해 사이로 여성의 맨발이 나와 있다. 사진 데일리스타(www.thedailystar.net/)



사고 다음날인 25일 오전 현재 사망자 수는 178명이고, 다친 사람이 1200명이 넘는다. 구조된 사람은 약 2000명이다. 하지만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사람이 워낙 많아 사망자 수는 갈수록 늘 것으로 보인다. 

건물 안에서 일하던 여공 수가 2500명에서 많게는 5000명에 이르렀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구조된 여공 중 한 명인 딜라라 바굼 등은 “화요일(23일) 벽에 금이 갔는데 수요일 아침에 관리인들이 ‘안전하니 작업을 시작하라’며 공장으로 밀어넣었다”고 증언했다. 대부분 여공들이 출근하고 1시간이 지난 오전 9시쯤 건물은 와르르 무너졌다. 


이들이 만들던 옷은 거의 모두 미국과 유럽행 수출품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글라데시의 ‘스웻샵(노동착취 공장)’이라는 해묵은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라나플라자 입주 공장들의 주요 ‘바이어’는 영국 유통회사인 뉴웨이브였다. 이 유통회사가 라나플라자의 공장들에서 옷을 사다가 영국, 덴마크, 프랑스, 독일, 스페인, 아일랜드, 캐나다, 미국의 27개 의류체인에 납품했다.

과거엔 의류회사들이 아시아 하청공장들을 직접 이용했지만 1990년대 이후 스웻샵 반대운동이 거세지자 중간 유통업체를 끼워 ‘구매’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그렇다 해도 서방의 유명 기업들이 가난한 여공들의 목숨값으로 돈을 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뉴웨이브로부터 옷을 공급받아온 영국 저가 의류체인인 프리마크는 “라나플라자에 우리와 거래하던 업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충격과 슬픔을 느낀다”는 성명을 냈다. 프리마크는 유럽 곳곳에 257개 점포를 갖고 있고, 최근 공격적으로 확장에 나서고 있었다. 

영국 안에만 212개 점포를 소유한 또다른 의류업체 마탈란은 “뉴웨이브와 거래하고 있을 뿐 현지 공장과 우리 사이엔 아무 계약관계가 없다”면서도 “피해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발표했다.

유명 브랜드 베네통 납품 서류가 현장에서 발견됐지만 베네통은 “그 건물과 관련 없다”며 거래 사실을 부인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망고, 네덜란드 C&A, 미국 월마트 등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방글라데시에는 5000개가 넘는 의류공장이 있으며 고용된 노동자가 320만명에 이른다. 대부분 농촌 출신 여성들이다. 셰이크 하시나 대통령은 25일을 추모일로 지정하고 애도를 표했다. 당국은 건물 소유주인 소헬 라나와 입주 공장주들을 고발했다. 라나는 집권당인 아와이연맹 간부다. 현지언론 BD투데이는 건물이 원래 5층으로 허가됐는데 라나가 8층으로 증축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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