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또 미국 대선 이야기.

딸기21 2008. 1. 1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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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 경선이 갈수록 예측불허가 되고 있네요.
초미의 관심사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전국 지지율은 다시 격차가 좁혀졌고, 공화당에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근소한 우세 속에 여러 후보가 주(州) 별로 돌아가며 1등을 차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변에, 미국 대선 얘기하는 분들이 참 많아졌어요. 클린턴도 관심거리이긴 하지만, 대략 오바마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마디로 '관전 깜'이 된다는 것이고요, 그만큼 역사적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역전 노리는 오바마

USA투데이와 갤럽이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 클린턴과 오바마는 각각 45%와 33%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15일 공개된 같은 기간 로이터ㆍ조그비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 39% 대 오바마 38%로 나타나 지지율 차이가 1%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조그비라는 작자는... 2004년 미국 대선 때 케리가 이긴다는 출구조사 결과를 내놔서, 전세계 언론들 개망신당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라는군요. 물론, 워낙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니 이 사람을 탓할 수도 없겠지만... ;; 이 자가 자기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너무 자신있게 말하는 스탈인가바요.

지난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뒤 한때 33% 동률을 기록했던 두 사람 지지도는, 8일 뉴햄프셔 예비선거(프라이머리) 등을 거치며 클린턴 우위로 다시 돌아갔었습니다. 그러나 오바마가 또다시 클린턴을 맹추격, 뒤를 바짝 쫓기 시작한 거죠.




현재 다급한 쪽은 오바마가 아닌 클린턴이겠지요. 전국 지지도에서 여전히 앞서고는 있으나 믿고 있던 네바다주에서 오히려 오바마 측에 조금 밀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을 뿐 아니라, 대의원수가 더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10%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으니....
이대로라면 다음달 5일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이달중 실시됐거나 실시 예정인 4개 주 경선에서 오바마에게 무려 3승을 내주는 참혹한 결과를 맞을 수 있습니다. 오늘 낮에 미국에서 오신 어느 변호사님과 간이 세미나를 했는데요, 미국 선거는 (어디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지만) '기대치 선거'라고 하더군요. 이길 곳에서 이기고 질 곳에서 지면 문제가 없는데, '이길 곳에서 지면' 대세론에 찬물을 확 끼얹으니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죠.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다 클린턴이 진다 해서 완존 치명타를 맞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대선후보 경선에서 일종의 '방화벽'이라더군요. 그 전 몇군데 졌어도 여기에서만 이기면 회생 가능한데, 여기서마저 지면 맛이 간다는...

안개 속 공화당

공화당이야말로 오리무중입니다그려...

15일 미시간주 예비선거에서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득표율 39%를 기록, 30%를 얻은 매케인 상원의원과 16%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누르고 1등을 차지했지요. 지금까지 돌아가며 한차례씩 1위를 기록한 이들 세 명과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 등 총 5명이 공화당 대선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재미난 것은, 역시나 그 변호사님 설명을 빌자면, 매케인 허커비 롬니 줄리아니 모두 공화당 3대 주류(월가의 자본/외교안보 매파/기독교 보수세력)의 시각에서 보자면 하나씩 결격사유를 안고 있다는 겁니다.

매케인은 너무 리버럴하지요.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이고.
허커비는 기독교 보수파들은 좋아하지만, 너무 서민적이고 포퓰리즘적입니다. 이러면 월가가 싫어하지요.
롬니는 정치적으론 보수파이나 종교가 몰몬교라서 기독교 보수세력이 표를 안 줍니다.
줄리아니는 리버럴할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낙태 권리에 찬성하고 동성애자들에게 우호적이라서 보수파들이 싫어합니다.

그러다보니 보수파 '주류'가 확실히 밀어줄만한 후보가 없다는 것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클린턴 오바마 에드워즈가 다 괜찮은 인물들이니 '좋은 사람 중에 더 좋은 사람을 뽑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고, 반대로 공화당은 '다 한군데씩 별로인데 그 중 가장 덜 별로인 사람을 뽑아야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얘기...


노병 매케인, '대세론' 힘 얻을까

현재로선 전국 지지도에서 매케인이 우위를 보이고 있고 허커비, 롬니, 줄리아니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40%에 육박하기도 했던 줄리아니 지지율은 올들어 경선전이 시작되면서 급전직하했습니다. 반면 `돌아온 노병' 매케인은 꾸준히 인기가 올라가는 추세입니다. 리버럴인데 '다행히도' 베트남전 참전용사라는 경력이 있으니, 안보 우선론자들 앞에서 방어막은 되는 모양입니다.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네바다에 몰려있는 것과 달리, 공화당은 네바다와 같은 날 경선을 치르면서도 대의원 수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특히 허커비는 다인종적 분위기가 강한 네바다는 거의 제쳐둔채 기독교 보수파 세력이 강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군요. 매케인 역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해안지역 온건파 주민들을 주로 만나며 대세론을 굳히려 애쓰고 있다는데....
지금까지 조사에서는 이달 중 경선 일정이 잡혀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 플로리다 모두에서 매케인이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 할아버지 얘기하는 거 보면 꽤 괜찮아 보이던데... CNN 등의 최근 조사에서는 대의원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도 당초 예상과 달리 줄리아니를 제치고 매케인이 지지율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니, 역시나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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