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 41

터키가 나빠, 프랑스가 나빠?

프랑스 의회가 최근 터키를 겨냥, 과거사를 부정하는 행위를 범죄로 간주한다는 법안을 만들어 터키에서 반프랑스 시위가 벌어지는 등 양국간 갈등이 확산됐다. 이번엔 미국 뉴욕타임스가 사설에서 프랑스측 법안을 `터무니없는 짓'이라며 맹비난했다. 이 법안 파문으로 `과거사 반성'과 `표현의 자유' 사이 오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부인하는 프랑스(France in Denial)'이라는 사설을 싣고 프랑스의 `과거사 부정 처벌법'을 비판했다. 워터게이트사건을 파헤친 저명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최근 저서 `부인하는 국가'에서 따온 제목의 이 사설은 프랑스 하원이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얼토당토 않은 어리석은 짓이라면서, "아직 상원에서 법안을 던져 내버릴 기회가 있으니 당장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오르한 파묵, 그리고 터키라는 나라

터키의 과거사를 비판했다가 재판까지 받았던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 대표작인 '내 이름은 빨강'으로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2일 스웨덴 한림어의 결정이 발표된 뒤 터키에서는 "터키 문학의 더없는 영광"이라는 환호와 함께 보수주의자들의 비아냥이 쏟아지면서 엇갈린 반응이 터져나왔다. 같은 날 프랑스에서는 옛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비판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터키는 하루 동안 국제적인 영광과 오명을 함께 껴안은 셈이 됐다. 작가가 아니라 배우 같군요, 파묵 선생. 터키인들 `환호' 한쪽에선 `냉소' 파묵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터키 정부와 문학계는 일제히 환영과 축하를 보냈다. 이스탄불의 작가 쳉기즈 악타르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현대 터키의 깨어있는 의식을 상징하는 ..

미군의 '양민학살' 비디오테이프

진절머리난다. 이라크에서 미군이 자행한 `양민 학살'이 국제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영국 BBC방송이 미군의 또다른 학살을 보여주는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BBC는 1일 인터넷판에서 "미군이 11명의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BBC는 이 비디오테이프는 지난 3월 바그다드 북쪽 이샤키 지역에서 벌어진 민간인 사살을 담고 있으며, 미군이 작전 뒤 밝혔던 정황과는 상반된 내용이 들어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군은 이샤키 마을에서 무장세력 소탕작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건물이 무너져 4명이 숨졌다고만 발표했었다. 그러나 BBC가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미군은 어른 남성 2명과 여성 4명, 어린이 5명 등 11명을 건물 안에 몰아넣고 사격을 퍼부은 것..

찰스 테일러

아프리카의 잔혹한 학살자 법정에 서게 될까 지난 1990년대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지에서 내전을 일으켜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찰스 강카이 테일러(58)가 유엔 전범법정에 넘겨졌다. 재판이 본격화되면 `세계 최악의 지옥' 중부아프리카 내전 당시의 잔혹상이 낱낱이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르완다, 옛 유고연방에 이어 라이베리아 내전의 反 인도주의 범죄가 국제법정에서 어떤 판결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주와 체포 AP통신 등은 테일러가 나이지리아의 망명지에서 도주를 시도했다가 체포돼 29일 시에라리온 수도 프리타운으로 압송됐다고 보도했다. 테일러는 이틀전인 27일 나이지리아 북부 칼라바의 망명처를 탈출, 이웃한 카메룬으로 탈출하려다 붙잡혔다. 테일러는 1990년대 라이베리아와..

살인의 데자뷔... 인질극 강경진압 러시아군은 '무죄'?

지난해 9월 발생한 북오세티아공화국 베슬란 초등학교 인질사건 진압과정을 조사해온 러시아 검찰이 "러시아군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러시아측의 무자비한 진압이 오히려 참사를 불렀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해온 유족들의 주장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또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영국 BBC방송은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검찰이 베슬란 인질사건 당시 보안요원들의 진압 작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베슬란 인질극 진압작전을 조사해온 러시아검찰 니콜라이 셰펠 차장은 이날 인테르팍스와의 회견에서 "보안요원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규정을 엄격히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진압 작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

팔루자 학살

미군이 지난해 이라크 팔루자 공격 때 백린(白燐)을 사용했음을 인정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이라크 정부가 자체 조사에 들어가는 등 백린 사용을 문제 삼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은 미군의 행태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으며, 이라크전쟁 자체에 대한 비판도 더욱 커지고 있다. 나르민 우트만 이라크 인권장관은 이날 미군이 팔루자에서 민간인들에게 백린 무기를 사용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팔루자에 조사요원들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알아라비야TV 등 아랍권 언론들은 미군의 백린 사용을 크게 보도했으며 이들 언론의 웹사이트에는 미군을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소이탄, 네이팜탄 등의 원료인 백린은 인체에 닿으면 살을 태우는 맹독성 화학물질. 미 국방부는 전날..

'학살'에도 '이중잣대'

유엔이 이스라엘의 요구를 받아들여 매년 1월 27일을 `대량학살 추모일'로 제정키로 했으나, 유태인 학살에 초점을 맞추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묵인하는 것이라며 아랍국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AFP통신은 1일(현지시간) 유엔이 매년 1월27일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홀로코스트(유태인 학살)에 희생당한 이들을 추모하는 날로 제정하기로 총회에서 결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호주, 캐나다, 러시아가 발의하고 104개국의 지지 서명한 이 결의안은 투표 없이 이날 통과됐다. 결의안은 1945년 1월27일 나치 캠프에서 유태인 수감자들이 해방된 것을 기념, 매년 이 날을 홀로코스트 피해자를 기리는 날로 삼도록 하고 있다. 또 유엔 회원국들에게 유태인 학살의 비극을 가르치고 미래의..

23년만에 드러나는 '두자일의 비극'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90㎞ 떨어진 두자일은 티그리스강의 지류인 나흐르디잘라 강변의 작은 마을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이곳은 인구 3만9000명의 부유한 농촌도시였다. 주민들은 강의 물줄기를 끌어들여 과수원을 만들고 대추야자를 키웠다. 수백년 간 이어져온 이들의 삶은 23년 전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 마을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라크에서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사담 후세인 전대통령의 재판을 계기로 두자일 마을에서 당시 벌어진 무참한 학살과 파괴의 전모가 공개되기 시작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18일 이라크특별재판소에 기소된 후세인의 죄목, `두자일 마을 학살사건'의 전말과 살아남은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전했다. 두자일이 위치한 이라크 중동부는 이슬람 시아파가 많이 살고 ..

니자르 카바니, '카나의 얼굴'

The face of Qana 카나의 얼굴 1 카나의 얼굴 예수의 얼굴처럼 4월의 바닷바람처럼, 창백한. 빗물처럼 흐르는 피, 그리고 눈물. 2 숯덩이가 된 우리 몸을 짓밟고 그들이 카나로 들어왔다 이 남쪽땅에 나치의 깃발을 올리며 폭풍의 한 장을 열어젖힌다 히틀러는 가스실에서 그들을 불태웠고 이제 그들은 히틀러의 뒤를 이어 우리를 불태운다 히틀러는 그들을 동유럽에서 내쫓았고 이제 그들은 우리를 우리 땅에서 내쫓는다 3 그들이 카나에 들어왔다 굶주린 늑대처럼 메시아의 집을 불태우고 후세인의 옷과 남쪽 땅을 짓밟는다 4 폭격을 맞은 밀밭과 올리브나무, 담배밭,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폭격을 맞은 카드모스 폭격을 맞은 바다와 갈매기들 폭격을 맞은 병원들, 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들, 학생들 폭격을 맞은 남..

안전지대 고라즈데

안전지대 고라즈데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글논그림밭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대단히 감명깊게 읽었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같지만, 그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역자의 말마따나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할만한, 공들인 역작이었다. 단아하지 않고 섬세하지 않고 격렬하지 않고 심금을 울리지도 않고 심지어 코믹하지도 않은, 저자 특유의 저널리즘. ‘팔레스타인’의 매력은 적어도 내겐 그 성실함에 있었다. 네모칸 구석구석, 얼마나 성실한지. 지겨운 것은 지겨운 대로, 우울한 것은 우울한 대로 그저 성실하게 그려내는 만화가라니. 그리하여 그 지긋지긋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진면목을 여지없이 보여줘 버리는 성실함이라니. 그러니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고르면서 주저함이란 있을 수 없었다. ..

딸기네 책방 200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