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7

월드컵 앞둔 토고는 요즘

"토고라는 나라가 지도에 나타났다."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과 첫 경기를 벌이게 될 아프리카의 소국 토고. 지금껏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아본 적이 없던 토고가 월드컵 첫 본선 진출을 계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외신들은 첫 출전을 앞두고 들뜬 토고 현지 분위기와 토고 국가대표팀을 둘러싼 소식들을 잇달아 전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최근 토고가 아프리카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면서 토고 수도 로메 시민들의 기대에 찬 분위기를 전했다. 로메에서는 눈길 돌리는 곳마다 대표팀 얼굴과 의상이 보일 정도로 월드컵 열풍이 불고 있다고. 우기(雨期)가 시작돼 예년 같으면 한산했을 로메 거리에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이 응원전 연습에 한창이고, 젖은 운동장에서는 장대비 속에서도 공 차는 아이들이..

월드컵, 알고 보면 더 재밌어요

옛 지배국과 피지배국 ‘운명의 대결’ “식민의 恨도, 굴곡진 역사도 축구와 함께 날린다.” 사람과 공, 사람과 사람이 맞부딪치는 축구는 가장 원초적이고 또한 ‘정치적인’ 스포츠다.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국가대항전을 할 때면 양팀은 ‘포클랜드 전쟁’을 방불케하는 사투를 벌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누캄프 구장에서는 카탈로니아 독립을 꿈꾸는 이들이 카탈로니아어로 ‘마드리드 중앙권력’에 맞서고, 빌바오의 축구장에선 바스크 독립운동세력이 바스크팀을 응원하며 민족의식을 달군다. 지난해 9월 북아일랜드 대표팀이 잉글랜드 대표팀을 33년만에 꺾자 북아일랜드의 중심도시 벨파스트에서는 반(反)영국 시위대가 거리퍼레이드를 벌였다. 세르비아에서는 민족주의세력이 1990년대 프로축구팀과 연결된 청년들을 동원해 반대세력을 탄압했..

[2005, 토고] 오지마을 추장님 집에서.

바삼바 마을에서 제일 큰 집, 야판타 앙투안(60) 추장의 집을 찾아갔다. 집앞에는 `예침포게이'(도저히 이 발음을 따라서 한글로 적을 수가 없다;;)라고 부르는 액막이 흙무더기가 있었고, 그 위에 하얗게 바랜 소 머리뼈가 걸려 있었다. 마당에서는 한 청년이 진흙으로 범벅이 된 채 음식을 저장하기 위한 커다란 토기를 만들고 있었다. 오지마을 촌장님을 만나다 야판타 추장은 1985년 추장이던 아버지가 숨진 뒤 자리를 이어받아 마을을 대표하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아버지의 아버지 대에 지은 것으로, 추장은 이 집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왔다. 마당에는 햇볕과 모래바람에 시달려 나이를 짐작하기 힘든 여인들과 아이들이 있었고, 추장은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두꺼운 점퍼를 나름 멋내어 덧입고 있었다. ..

[2005, 토고] 탐베르마 마을에 갔던 이야기.

서아프리카 토고 북부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이 원시적인 모습으로 부족생활을 하는 원주민 마을이 있다. 14일 수도 로메에서 500㎞를 달려 탐베르마 지역에 있는 바삼바의 오지 마을을 방문했다. 바삼바까지 가는 길은 멀었다. 남단 해안에 있는 수도 로메를 벗어나자 겨울철 계절풍인 모래바람 하르마탄이 짙게 깔렸다. 북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하르마탄이 벌써 로메까지 이르고 있었다. 초원 저멀리 모래바람 속에 메마른 나무들이 희미하게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사바나에는 짙은 모래바람이 안개의 층을 이루듯 하얀색으로 초원을 한꺼풀 씌우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잘 뚫려있었지만 아무 제한표시도, 표지판도, 차선도 없었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 나무들을 스쳐지나며, 자동차는 갓길을 걷는 사람들 사이를 곡..

[2005, 토고] 냐마지히의 축구소년들

역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토고는 온통 축구열기로 가득차 있었다. 곳곳에 노란색과 초록색이 섞인 국가대표 축구팀을 파는 노점상들이 눈에 보였고, 거리의 빈터는 모두 축구장이었다. 13일(현지시간) 수도 로메시 외곽 헤지라나웨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밤늦게 도착해 마땅한 호텔을 찾지 못하고 현지 한국인 교회에 묵었다)를 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토고 최대 축구장인 케게 국립경기장이 보였다. 수용인원 3만명의 케게경기장은 지난 10월8일 토고 국가대표팀이 아프리카 지역 월드컵 예선 마지막 경기인 콩고전을 치른 곳이다. 콩고와의 경기가 있던 날, 헤지라나웨 일대는 경기장에서 들려오는 함성으로 온 마을들이 들썩거렸다고 한다. 드문드문 나즈막한 집들이 있는 마을 한가운데에 덩그머니 경기장이 서있었다. 국..

[2005, 토고] 아프리카에 대한 환상을 버려!

국내 언론에도 많이 소개가 됐지만... 토고는 아프리카 서해안의 작은 나라다. 남북으로 길다란 칠레형 국토를 갖고 있고, 로메는 대서양과 면한 남단에 있다. 2005년12월12일. 토고 최고층 빌딩인 코린티아 뒤 페브리에르 호텔(2월 호텔) 35층 전망대에 올랐다. 이런 초고층 건물이 있으니 ‘미개 국가’는 아니다. 사람들은 자꾸만 토고가 얼마나 미개한지, 혹은 얼마나 개발된 나라인지를 묻는다. 미개발 국가가 맞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에서는 온 국민이 똑같이 가난하고 부자 나라에서는 온 국민이 똑같이 부자라는 환상을 버려! 우리나라는 비교적 ‘균등하게’ 발전해온 편이다. 하지만 모두가 우리와 똑같은 역사적 발전 경로를 갖고 있진 않다. 우리나라는 ‘일사불란 일사천리 싹쓸이 통일형’ 이런거 좋아하는데, 다..

[2005, 토고] 토고에 가다

"우에종(반갑습니다), 꼬레!" 모래바람 부는 바닷가 공항, 서아프리카인들 특유의 마음 좋아 보이는 얼굴에 넉넉한 웃음. 12일(현지시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토고 수도 로메에서 마주친 이 나라의 첫인상이었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월드컵 조 추첨식을 보고 좋아라 하며 “내일은 드레스덴을 구경해보자” 하면서 꿈에 부풀어있었다. 날벼락 같은 지시를 받았다. “토고로 가라”. 생소한 이 나라가 한국의 월드컵 첫 상대팀이 됐다고 해서, 갑자기 토고로 가게 됐다. 라이프치히에서 부랴부랴 토고행 비행기표...를 샀다. 난생 처음 내 카드로 천만원 긁어봤다! (중간 생략) 프랑크푸르트에서 민박하고 담날 파리로 갔다가, 곧바로 토고 수도인 로메로 향했다--- 라고 하면 사실과 좀 다르다. 파리에서 로메 가는 비행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