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113

빈라덴의 참깨

몇해 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 참깨 원산지를 속여 판 놈들이 걸려들어왔습니다. 국내 영세 참기름업체들에 수입 참깨를 팔면서 원산지를 '중국'으로 바꿔 표기했다는 거였는데, 그럼 이 참깨의 진짜 산지는 어디냐. 아프리카의 수단이었습니다. 중국산 농산물을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거야 다반사지만, 수단산을 중국산으로 둔갑시킨다는 얘기는 처음이었죠. 머나먼 수단같은 나라보다는 그래도 가까운 중국산으로 해야 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건데, 잡혀온 놈들 주장은 "모모 기업같은 큰 회사들도 다 수단산 참깨를 쓴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올봄에 이마트에서 기니산 가자미를 사다 먹은 적도 있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식생활의 국제화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오사마 빈라덴 아시죠. 오사마가 91년 아프간에서 나와 걸..

새로운 전쟁

새로운 전쟁 사이먼 리브 (지은이) | 한영탁 | 황의방 (옮긴이) | 중심 | 2001-11-10 지겨운 감이 없잖아 있어 제껴놓고 있던 책 2권을 내쳐 읽었다. 사이먼 리브의 과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 둘 다 지난해 9.11 테러 뒤부터 줄곧 책꽂이 한켠을 장식하던 것들인데 드디어 해치웠다. 은 북리뷰팀에서 가져다준 것을 책꽂이에 꽂아만 놓고 있다가, 갑자기 손이 그리로 가는 바람에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원제(The New Jackals)에서 알 수 있듯, 20세기 최고.최악의 테러리스트로 꼽혔던 자칼의 뒤를 잇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는 93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의 주범인 람지 유세프, 후반부는 지난해 9.11 테러의 마스터마인드 오사마 빈..

딸기네 책방 2002.11.19

번역이 나쁜 '좋은 책', <추악한 전쟁>

추악한 전쟁 Unholy Wars 존 K. 쿨리 (지은이) | 소병일 (옮긴이) | 이지북 | 2001-10-13 저널리스트 출신의 아프가니스탄 전문가 존 쿨리가 지난 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을 분석해놨다. '반소련'을 기치로 내세운 미국의 각종 '공작'과, 결국 그것을 씨앗으로 해서 자라난 이른바 '국제테러리즘 세력'의 역학관계를 아주 잘 그려낸 역작이다. 자료도 풍부하고 생생하며 아주 재미있다. 표현이 간결하고, 읽기에도 쉽다. 사실 위주로 전달돼 내용이 쏙쏙 들어올 뿐더러, 시각도 비교적 공정하다. 미국 테러참사와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렇게 잘 정리해놓은 책도 없을 것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5천만의 교양도서로..

딸기네 책방 200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