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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야만 -20세기를 정리해주는 뿌듯한 역사책

진보와 야만 Progress and Barbarism: the World in the 20th Century (1998)클라이브 폰팅 (지은이) | 김현구 (옮긴이) | 돌베개 | 2007-03-13 벌써 한 10년은 된 것 같은데, 클라이브 폰팅의 ‘녹색세계사’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COLLAPSE)’ 같은 책들보다 훨씬 선구자적으로 역사를 환경적 관점에서 설명한 저술로 기억하고 있다. 폰팅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그것도 무려 ‘진보와 야만- 20세기의 역사’라는 거창한 제목의 책이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했다. 각설하고, 기대에 부응해주는 책이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쳐가며 읽고,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기록해둬야겠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책장 귀퉁이를 접..

딸기네 책방 2007.07.12

야만의 역사- 아우슈비츠를 만든 것은 당신들이다

야만의 역사 Exterminate All The Brutes (1996) 스벤 린드크비스트 (지은이) | 김남섭 (옮긴이) | 한겨레출판 | 2003-04-25 ‘폭격의 역사’에서 20세기의 가공할 폭격들 뒤에 숨겨진 인종주의의 얼굴을 보여주며 묵시록과 같은 어두운 미래상을 그려보였던 스벤 린드크비스트가, 이번엔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과거로의 여행을 치른다. 이 여행은 즐기며 구경하며 가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상처내며 치러내야하는 그런 여행이다. 알제리 내륙에서 남쪽으로 접경한 니제르 북단까지 이어지는 북아프리카 ‘사막의 길’이 린드크비스트의 경로다. 조셉 콘라드의 ‘어둠의 한가운데’를 화두 삼아 린드크비스트는 19세기, 20세기 유럽의 아프리카 식민지 점령이 어떻게 철저한 야만을 ..

딸기네 책방 2007.07.09

백야행

이번 주에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고 여러가지로 복잡한 처지였는데, 그 와중에도 '막간의 틈'이 있었어요. 저절로 생겨난 것은 아니고, 정말 힘들게 바쁜 생활의 樂으로 만들어낸 틈이었달까요. 교보문고에 가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을 읽었습니다. 상중하 3권으로 돼있어서 월화수 내리 사흘을 교보로 달려가 2시간씩 '독파'를 해야 했어요. 이렇게 말하면 정신없이 바빴다는 제 말이 설득력 없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덕택에 거의 연예인 수준으로 짜여진 스케줄 -_- 을 소화해야 했답니다. 저는 유독 '성장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글쎄, '유독'이라고 말할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요, 다른 분들도 다들 성장소설, 성장을 다룬 영화 좋아하시는지 어떤지 잘 모르니까. 아무튼 저는 굳이 성장소설로 분류되지 않는 것들까지도..

재밌게 읽고 다 까먹은 '장자크 루소'

장 자크 루소와 국제정치 김용구 (지은이) | 원(이보란) | 2004-08-30 이 모든 것이 평화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저항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외눈거인 Cyelope 의 지하실에 감금된 채 삼켜지기만을 기다리는 율리시즈 친우들의 평온함이다. 신음을 하면서도 침묵을 지켜야 한다. 이 공포의 대상 위에 씌워진 영원한 베일을 벗겨 보자. 눈을 들어 먼 곳을 응시한다. 화염에 쌓인 불길, 황폐한 촌락, 노략질 당한 도시들을 본다. 이 잔인한 인간들아! 이 불행한 군중들을 어디로 이끌고 가는 것이냐? (95쪽) 결국 국민 전체에 의한 약속은 최후의 구성원 보존에 대해서도 그 밖의 모든 구성원 보존을 위한 것과 같은 배려를 제공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또한 단 한 시민의 행복이라도 그것이 국가의 그..

딸기네 책방 2007.06.22

너무 간단한 이라크의 역사

이라크의 역사공일주 (지은이) | 살림 | 2006-12-30 ‘살림지식총서’를 읽은 것은 처음인데, 이것만 그런지 다른 것들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엉성하다. 고유명사가 전혀 통일돼있지 않고 표기법도 제각각인데다가 문법상 맞지 않는 구절들도 그대로 들어가 있어서 편집자가 대체 존재하기나 했었는지 의심스럽다. 책 내용은, 작은 책 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한 까닭에 어지간히 이라크 문제에 관심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이해하기가 좀 힘들 것 같다. 고유명사가 이렇게 줄줄이 나오는데 한국 독자들 귀에 익은 이름도 아니고, 그나마도 표기가 한 페이지 안에서조차 다르니. 너무 개괄적이어서 오히려 이해하기 힘들게 만들어놓은 것 아닐까. 저자인 요르단의 공일주 박사는 만나본 적이 있는데, 짧은 만남에..

딸기네 책방 2007.06.22

스피박의 대담 -마이너리티는 누구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나

인도 캘커타에서 찍힌 소인 The Post-Colonial Critic 스피박의 대담 가야트리 스피박 (지은이) | 새러 하라쉼 (엮은이) | 이경순 (옮긴이) | 갈무리 스피박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저기 나와서 무모한 용기를 내어 주문했고, 꾸역꾸역 읽어치우긴 했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것도 같다가, 너무 어려운 소리들만 해서 또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다 싶기도 하다가... 번역도 너무 직역이어서 문장이 아주 꼬여있어서 나하고는 영 안 맞는 스타일의 책이었다. 그래도 생각하게 만드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나는 외국에 가서 ‘제3세계 여성 지식인’이 돼본 경험은 없지만 유추를 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내가 마이너리티적인 요인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여성’이라는 점일 것이다...

딸기네 책방 2007.06.04

세계의 경제 대통령 버냉키 파워 -미국 FRB 교과서

버냉키 파워 가토 이즈루 | 야마히로 츠네오 (지은이) | 우성주 (옮긴이) | 달과소 | 2006-10-23 회사에 굴러다니는 것을 집어서 읽었는데, 의외로 아주아주 많이 도움이 됐다! 버냉키가 FRB 새 의장이 되니깐 거기 맞춰서 좀 억지로 짜맞춘 느낌도 없지는 않다. FRB의 의사 결정 구조와 역사 등 전반적인 것에 대한 설명이 더 많고 알차고 도움도 되는데 제목에 ‘버냉키’를 넣으려 애쓴 듯한 인상. 버냉키에 대해서는 이런 사람이다 어떻게 갈 것이다 확정적으로 말하기 힘든 상황에서 쓴 것이라 너무 추상적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FRB 전반에 관한 충실한 설명, 저널리스트로서 느낀 현장감과 축적된 데이터들을 잘 결합시켜 ‘FRB 참고서’로 훌륭하다는 점에 별 네 개. ▶연방준비법이 FRB에 부과하는 ..

딸기네 책방 2007.05.28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 Failed States: The Abuse of Power and the Assault on Democracy 노엄 촘스키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황금나침반 | 2007-02-25 촘스키의 책, 신선미가 떨어져서 그리 반가워하지 않았는데 어째 또 한권 뚝 떨어졌다. 읽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동안 우르르 쏟아져나왔던 책들이 전작들 울궈먹기 짜깁기로 펴낸 듯한 느낌이 많았던 것에 비해 이번엔 이라크전 이후 상황에 대한 내용들이 꽤 들어가 있다. 촘스키가 이제 어찌나 유명한지, 원제는 ‘실패한 국가’인데 한국어판 제목은 ‘촘스키, 실패한 국가 미국을 말하다’로 바뀌었네그랴. 눈길 끌었던 대목 몇 토막. ▷ 이스라엘 군 역사학자 마틴 반 크레펠드..

딸기네 책방 2007.05.28

생 텍쥐페리, 야간 비행

야간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은이) | 이원희 (옮긴이) | 소담출판사 | 2001-01-05 한 밤중에 하늘을 날면 어떤 기분일까. 속으론 생 텍쥐페리를 좋아하는데 정작 이 책을 읽지를 못해서 겉으론 그런 말을 못했다. 어느분이 이 책을 선물해줘서 읽었는데, 마음이 어딘가 좀... 마음을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찌르는 것 같지는 않고 막 주물럭주물럭하는 것 같지도 않고 간질이는 것 같지도 않은데, 뭐랄까, 마음을 손가락으로 살짝 툭 건드리거나 아주 잠깐 살살 문지르거나 하는 것 같은 기분. 작가는 승리와 패배라는 단어를 끄집어내는데 승자와 패자는 분명하지 않다.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냉정한 항공 관리책임자는 승자인 것 같기도 하고, 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사람마..

딸기네 책방 2007.05.26

일본의 발명과 근대 - 한국 학자들은 확실히 수준이 떨어진다?

일본의 발명과 근대 박규태 | 윤상인 | 임경택 | 이이화 | 박진우 (지은이) | 이산 | 2006-07-20 솔직히 실망했다.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 지금까지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기 때문에 이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연히 내용이 알차겠거니,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번 것은, 영 기대에 못 미친다. 하필이면 이 출판사에서 내놓은 그 많은 책들 중에 유독 한국 학자들이 쓴 책이 평균선 아래여서 기분이 더 찝찝하다. 그 뿐일까, 이 책은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BK21’에 참여한 학자들이 자기네들 성과를 중심으로 뼈대를 잡고 거기에 관련 분야 학자들의 글을 더 붙인 것이라 하는데, BK21이라는 세금 많이 들어간 사업의 실적이 이 정도라면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 지원금..

딸기네 책방 2007.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