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일기 48

장자일기/ 굳은 마음

굳은 마음(成心) 8. 우리에게 생긴 굳은 마음을 따라 그것을 스승으로 떠받들면, 스승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그렇게 되면 어찌 변화의 이치를 아는 현명한 사람들만이겠느냐, 우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아직 이런 굳은 마음이 없는데도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것은 마치 오늘 월나라를 향해 떠나 어제 그곳에 도착했다는 것과 같이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있을 수 있다고 하면 우(禹) 임금처럼 신령한 분이라도 알 수 없을텐데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 어찌 이를 알 수 있겠느냐? 해설을 보니 어떤 이는 成心을 좋은 뜻으로 해석하고 어떤 이는 '굳어진 마음'이라 해서 부정적인 뜻으로 읽는다고 한다. 이 책의 주석자는 문맥을 보아 후자를 따랐다고 하는데, 통 ..

장자일기/ 참주인

참주인(眞宰) 6. (이런 변화를 주관하는) 참주인이 분명히 있는데, 그 흔적을 잡을 수 없구나. 참주인이 작용하는 것은 믿을만한데 그 모습을 볼 수 없는 셈이지. 실체ㅏ 있지만 모양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뼈마디가 백, 구멍이 아홉, 여섯가지 내장이 있는데, 그 중에서 어떤 것을 특별히 더 좋아해야 하는 걸가? 자네는 모든 것을 다 좋아하나? 그 중에서 어느 것을 특히 더 좋아하는 것 아닌가? 그러면 (그 좋아하는 것만 떠받들고) 다른 것은 모두 머슴이나 종처럼 취급하나? 머슴이나 종들은 자신들을 스스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인가? 서로 임금과 신하의 입장을 번갈아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 속에 참임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그 실체를 알든 모르든 그 참모습에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

장자일기/ 지적 활동과 감정의 작용

4. 큰 꾀는 느긋하고, 작은 꾀는 좀스럽고. 큰 말은 담박하고, 작은 말은 시끄럽고. 잠잘 때는 꿈으로 뒤숭숭하고, 깨어 있을 때는 감각 기관이 일을 시작하고. 접촉하는 일마다 말썽을 일으키고, 마음은 날마다 싸움질에나 쓰고. 더러는 우물쭈물 더러는 음흉 더러는 좀생이 작은 두려움에는 기죽어하고, 큰 두려움에는 기절하고. 시비를 가릴 때는 물매나 화살이 날아가듯 날쌔다. 끝내 이기겠다는 것을 보면, 하늘에 두고 한 맹세 지키듯 끈덕지다. 날로 쇠하는 것을 보면, 가을·겨울에 풀과 나무가 말라가는 것과 같고 하는 일에 빠져들면 헤어날 길이 없다. 늙어서 욕심이 지나친 것을 보면, 근심에 눌려 꼭 막힌 것 같다. 죽음에 가까워진 그 마음은 다시 소생시킬 수가 없다. 5.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염..

장자일기/ 吾喪我

이제 1편 소요유(逍遙遊) 끝내고 제물론(齊物論) 쪽으로 넘어간다. 해설자는 이 제물론이 ‘중국 철학사의 최고봉’이라 할 만큼 유명하고 또한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처음 읽는 것이니깐 앞에서 해왔던 대로, 내 마음대로 읽으면서 베껴보면서 넘어가야겠다. ----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1. 남곽(성곽 남쪽)에 사는 자기(子綦)라는 사람이 책상에 기대앉아서 하늘을 쳐다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이 마치 자기 몸과 마음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 앞에서 모시고 서 있던 제자 안성자유가 물었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몸도 이렇게 마른 나무 같아질 수 있고, 마음도 죽은 재 같아질 수 있습니까(枯木死灰)? 지금 책상에 기대앉아 게신 분은 이전에 이 책상에 기대앉아 계시던 그 ..

장자일기/ 송나라 모자 장수와 요 임금

송나라 모자 장수와 요 임금 11. 송나라 사람이 예식 때 쓰는 모자를 잔뜩 가지고 월나라에 팔러 갔습니다. 그러나 월나라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짧게 깎고 몸에 문신을 해서 모자가 필요 없었습니다. 요 임금은 세상을 잘 다스려 나라가 태평해지자, 멀리 고야산에 사는 네 스승을 뵈러 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분 강 북쪽 기슭에 다다랐을 때, 망연자실해 자기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큰 박과 손 트는데 쓰는 약 12.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습니다. “위 나라 임금이 준 큰 박씨를 심었더니 거기서 다섯 섬들이 박이 열렸네. 거기다 물을 채웠더니 너무 무거워 들 수가 없었지. 쪼개서 바가지를 만들었더니, 깊이가 없이 납작해서 아무 것도 담을 수가 없는데 크기만 하고 달리 쓸모도 없어 깨뜨려 버..

장자일기/ 요 임금이 나라를 허유에게

요 임금이 나라를 허유에게 8. 요 임금이 나라를 허유에게 넘겨주겠다고 말했습니다. "해나 달이 떴는데도 켜 놓은 관솔불 빛은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때가 되어 비가 오는데도 밭에다 물을 대고 있으면 그 노고도 헛된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께서 位에 오르셔야 세상이 바르게 될 터인데, 제가 아직 임금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제 스스로 부족함을 알고 있으니, 청컨대 세상을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다스려 세상이 이미 좋아졌는데, 제가 왕이 되는 것은 오직 이름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름은 실재의 껍데기일 뿐. 제가 그것으로 뭘 하겠습니까?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트는 데는 가지 하나만 있으면 되고, 두더지가 시내에서 물을 마시는 데는 그 작은 배를 채울 물만 있으면 됩니다. 임..

장자일기/ 매미와 새끼 비둘기

매미와 새끼 비둘기 5. 매미와 새끼 비둘기가 그것을 보고 함께 웃으면서 말합니다. “우리는 한껏 날아보아야 겨우 느릅나무나 다목나무에 이를 뿐이고, 어떤 때는 거기에도 못 미쳐 땅에 내려앉고 마는데, 구만리를 날아 남쪽으로 간다니.” 가까운 숲으로 놀러가는 사람은 세끼 먹을 것만 가지고 가도 돌아올 때까지 배고픈 줄 모르지만, 백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지낼 양식을 준비해야 하고, 천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먹을 양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매미나 새끼 비둘기 같은 미물이 어찌 이를 알 수 있겠습니까? 조금 아는 것(小知)으로 많이 아는 것(大知)을 헤아릴 수 없고, 짧은 삶(小年)으로 긴 삶(大年)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아침에 잠깐 났다가 시드는 버섯은 저녁..

장자일기/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고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고 1. ‘북쪽 깊은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살았는데, 그 이름을 鯤이라 하였습니다. 그 크기가 몇천 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 물고기가 변하여 새가 되었는데, 이름을 鵬이라 하였습니다. 등의 길이가 몇천 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한번 기운을 모아 힘차게 날아오르면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았습니다. 이 새는 바다 기운이 움직여 물결이 흉흉해지면, 남쪽 깊은 바다로 가는데, 그 바다를 예로부터 ‘하늘못(天池)’이라 하였습니다. 2. 이상한 일을 다룬 「제해(齊諧)」라는 책에도 이 새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붕이 남쪽 깊은 바다로 갈 때, 파도가 일어 삼천리 밖까지 퍼진다.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그것을 타고 여섯 달 동안 구만리 장천을 날고 내려와 쉰다.” 3.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