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 68

[이라크]시아파 사원 방문기 (2)

바로 그 후세인의 유골을 안장한 모스크(사진)에 갔더니 이란에서 온 순례객 여성이 눈물을 뚝뚝 떨구며 기도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이란에서 왔다, 저들은 파키스탄인들이다라고 구분해 설명해주는 유씨프에게 "내 눈에는 모두 똑같아 보이는데 어떻게 국적을 아느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당신들은 나에게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묻지만 우리끼리는 서로 구분한다"고 말해줬다. 유씨프의 설명으로는 흰 옷에 흰 모자를 쓴 사람들은 파키스탄인들이고, 이라크 사람들과 비슷한 옷차림에 단체로 돌아다니며 무슨 책자 같은 것을 보고 있는 이들은 이란인들이란다. 하지를 다녀왔냐고 유씨프에게 물어봤다. 무슬림이라면 일생에 한번은 해야 하는 의무사항인데 이라크에서는 45세가 넘어야만 하지를 할 ..

[이라크]시아파 사원 방문기 (1)

원래 모스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이라크에 있는 동안 여러곳-정확히 말하면 7군데의 모스크를 돌아다녔다. 앞서 쓴 바 있는 바그다드의 카디미야 황금돔사원과 바라싸의 시아파 사원, 명성 높은 칼리프인 하룬 알 라시드의 부인 주베이다가 잠들어 있는 셰흐마루프 모스크에 들렀고 또 사마라의 칼리프 사원에도 갔었다. 바그다드의 알 카디미야 황금돔 사원 그러나 역시 가장 아름다웠던 건 시아파 지역인 케르발라, 나자프의 사원들이었다. 사실 말은 이라고 했지만 이라크에서는 시아파가 다수이고 순니파가 더 적다. 그런데 후세인 정권이 굳이 따지자면 순니파이기 때문에 시아파 지역 운운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남부에는 특히 시아파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남부 중심도시 디와니야의 시아파들은 1991년 걸프전 때 후세인 정..

[이라크]바그다드 카페

바그다드 교외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몬수르의 알사아 레스토랑에 들렀다. vm라이드 치킨과 햄버거 같은 스낵을 함께 파는 간이 레스토랑 겸 카페인데 세련되고 서구적인 분위기여서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랑 다를 바가 없었다. 몬수르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번화가인데, 알 사아의 카페 안에서도 데이트하는 남녀들이 여러쌍 보였다. 어떤 이가 라는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라크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우리식과는 전혀 다르다. 차(茶)도 역시 마시는 방법이 다르다. 투르키쉬(Turkish coffee)라고 부르는 커피는 에스프레소처럼 진하게 탄 것인데 독특한 향내가 나고, 가루같은 것이 녹지 않고 씹힌다. 특히 작고 좁은 커피잔의 바닥에는 그 가루가 진흙처럼 가라앉아 있어서, 잘 모르고 끝..

[이라크]사마라의 탑

사마라(Samarra)에 갔던 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사마라는 바그다드 북쪽 120km,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마을 없는 초지를 지나, 타리크가 모는 밴을 타고 갔다. 나를 맡은 인 사멜이 동행했다. 사마라에는 유명한 미나레트(사진)가 있다. 원래 미나레트는 모스크 옆에 있는 망루같은 것인데, 예전에는 미나레트에 사람이 올라가 큰 소리로 기도시간을 주변에 알렸다고 했다. 나는 모스크에는 4개의 미나레트가 있는 것이 정석(定石)이라고 들었는데, 이라크의 모스크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나레트가 4개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카디미야의 모스크에는 4개가 있다"면서 자랑스럽게 대꾸한다.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카디미야의 황금돔사원을 말하는 것인데, 이 사원 외에 ..

[이라크]알 마쇼우크의 '사랑의 성'

사멜과 타리크와 나는 티그리스 강변을 따라 알 마쇼우크로 향했다. 바그다드의 티그리스는 마치 서울의 한강변처럼 양 옆으로 제방을 쌓아 보는 재미가 없는데, 사마라 부근의 티그리스는 초지 사이를 자연 그대로 흐르고 있어 아주 멋졌다. 수천년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낳았던 바로 그 강. 물 위로 새들이 많이 날았다. 알 마쇼우크는 뜻풀이를 하면 이다. 오래전에 사막의 왕이 베두인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왕비가 될 아가씨는 황량한 초원에 살게된 것을 몹시 슬퍼했단다. 왕은 왕비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성을 새로 짓고, 티그리스 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아 왕비가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알 마쇼우크에서 티그리스 강까지는 너무 멀어보였는데, 옛날에는 강이 바로 앞으로 흘렀다는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스크랩] 라픽 샤미 '말하는 나무판자가 말을 하지 않게 된 이야기'

다니엘 삼촌은 타고난 발명가였다. 그렇게 어린아이 같은 동심을 지닌 삼촌이 세 번이나 구속되어 고문을 받았던 건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첫번째 구속은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된 싸움 때문이었다. 손님 하나가 수리비를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삼촌은 손님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 손님의 친척이 비밀경찰이라는 것을 몰랐던 삼촌은 시계를 가져가기 전에 수리비를 달라고 고집했다. 말이 말을 부르고 언성이 높아지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당신이 사기꾼이라는 건 우리 가게에 들어설 때 벌써 알아봤지." 삼촌이 소리쳤다. "어떻게 알았다는 거지? 예언가라도 되나?" 손님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래 예언가다." 흥분한 삼촌이 말했다. "어디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지." 손님이 빈정댔다. "그래, 난 예..

딸기네 책방 2002.06.21

라픽 샤미, '1001개의 거짓말'

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지은이) | 유혜자 (옮긴이) | 문학동네 | 2002-04-08 오랜만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책을 읽었다. 라픽 사미의 소설이라면 예전에 '한줌의 별빛'을 읽은 적이 있다. 시리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소년 사이의 우정을 그린 것이었는데, 아주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1001개의 거짓말'은 소설이라면 소설이고, 우화라면 우화이고, 또 주인공 사딕의 주장대로,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어느 것이 거짓말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이 다단한 세상에서 선뜻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무엇이든 진실의 일면과 거짓의 일면을 갖고 있는데. 순환논법에 회의론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그건 아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유려한 말솜씨로 사딕이 풀어내는 여러가지..

딸기네 책방 2002.06.21

에드워드 사이드의 '나기브 마흐푸즈 論'

Naguib Mahfouz and the Cruelty of Memory December 16, 2001 by Edward Said Before he won the Nobel Prize in 1988, Naguib Mahfouz was known outside the Arab world to students of Arab or Middle Eastern studies largely as the author of picturesque stories about lower-middle-class Cairo life. In 1980 I tried to interest a New York publisher, who was then looking for "Third World" books to publish,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