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52

손 잡고 생을 마감한 부부

영국의 유명 지휘자가 스위스의 ‘자살 클리닉’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부인과 함께 목숨을 끊었습니다. 54년을 함께 했던 부부는 장애와 불치병에 시달리며 생을 붙들고 있느니 가족들의 이해와 사랑 속에 잠들겠다며 죽음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BBC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열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었던 유명 지휘자 에드워드 다운스(85)와 발레리나·TV프로듀서 출신인 아내 존(73)[위 사진]이 스위스의 한 클리닉에서 동반 자살했다고 14일 보도했습니다. 부부는 지난 10일 조력자살 전문 의료회사 디그니타스 그룹이 운영하는 취리히의 클리닉에 나란히 누워, 딸과..

암세포와 싸우는 '트로이 목마'

암 세포 속에 침투해 죽이는 ‘트로이 목마’ 같은 암 치료법이 개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호주 시드니 유전자치료 전문회사 엔진IC 연구팀은 유전물질을 제거한 박테리아의 세포를 운반수단으로 삼아 암세포의 유전자 스위치를 조작할 수 있는 리보핵산분자(siRNA)를 실어 암세포에 집어넣었다. 암세포는 통상 다른 세포가 침투해오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허락한다는 성질을 이용한 것. 암 세포 속으로 들어간 박테리아는 리보핵산분자를 방출해, 암세포의 단백질 생산 유전자 스위치를 꺼버린다. 암세포는 단백질을 스스로 만들어내 항암치료에 쓰이는 화학약물에 저항하는데, 이 작용을 막음으로써 암세포를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다. 학자들은 리보핵산분자를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 생산 유전자를 마비시키는 것을 ‘..

나라가 평안해야 국민이 오래산다- WHO 보고서

올해 태어나는 일본의 여자아이들은 평균적으로 2095년까지 살 수 있다. 운이 좋으면 22세기를 볼 확률도 높다. 하지만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난 남자아이들의 경우, 네 명 중 한 명은 다섯 살까지도 살아남기 힘들다. 어린 시절을 넘긴다 해도 마흔살 넘어까지 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일 유엔 밀레니엄개발목표(MDG)의 보건 분야 목표달성을 점검하고 세계 각국 보건현황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90년에서 2007년 사이 각국의 평균기대수명과 영아 사망률 등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를 예측한 수치인 평균기대수명은 한 사회의 보건·의료 수준을 가늠케 하는 잣대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정치불안과 내전..

평등해야 건강하다

평등해야 건강하다 The Impact of Inequality 리처드 윌킨슨 저 | 김홍수영 역 | 후마니타스 삶의 질은 중요하다. 건강해야 행복하고, 행복해야 건강하다. 잘 살아야(돈도 좀 있어야) 건강도 행복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먹고 살만해진 지금 우리는 왜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다고 느끼는 걸까. 아니, 느낌만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점점 많은 질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저자는 우리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얼핏 당연한 얘기인 듯도 하고, 얼토당토 않은 얘기인 듯도 하다. 당연한 얘기로 들리는 것은 우리가 이미 경험적으로, 느낌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난할수록 보건 혜택도 못 받고 하루하루의 스트레스도 많은 것은 당연하다. 아프리카의 영유아 사망률만 보면 알 수 ..

딸기네 책방 2009.04.20

어제의 오늘/ '블록버스터' 비아그라의 그늘

알약 하나가 세계에서 이만큼 화제가 되고 이만큼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모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세계최대 제약회사 화이자가 만든 남성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다. 1998년 3월 27일 비아그라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비아그라는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낸 밥 돌 전 상원의원과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를 등장시킨 광고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이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린 미국과 유럽의 거대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의약품 시장에서 ‘블록버스터’를 만들어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비아그라는 이 시장의 판도를 뒤바꾼 ‘초대박’ 상품이었다. 원래 이 약이 시장에 나올 계획이 아니었다는 것은 지금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화이..

‘급격한 민영화’가 100만명 죽였다

ㆍ옛소련·동유럽 남성근로자 실직 등 충격 사망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 뒤 옛소련과 동유럽에서 진행된 공기업 민영화로 인해 노동연령층 남성들의 사망률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BBC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스터클러 교수와 케임브리지대 로런스 킹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89~2002년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들의 15세 이상 남성 노동자 사망률을 조사, “100만명가량이 급격한 민영화 정책이 가져온 실업 등의 경제 충격으로 숨졌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명 의학저널 랜싯(www.thelancet.com)에 발표한 논문에서 “빠른 속도로 민영화를 진행한 러시아, 카자흐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남성 사망률이 기록적으로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이들 나라..

인간광우병

이른바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공포가 영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영국 정부 인간광우병자문위원회(SEAC)가 최근 영국 내에서 발생한 vCJD 감염 사망자의 유전자형을 분석한 뒤 “최대 350명이 추가로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고 BBC방송이 18일 보도했다. 크리스 히긴스 SEAC 위원장은 전날 BBC방송 ‘뉴스나이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 vCJD로 사망한 환자의 유전자형을 분석한 결과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MM유전자형이 아닌 MV유전자형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뇌 부검 등을 통한 확인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확언할 수는 없지만 MV 유전자형 인간광우병 희생자가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350명까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암환자 ‘게놈’ 완전 해독

미국 의료진이 암환자의 전체 게놈(유전체)을 사상 최초로 완전 해독했다. 워싱턴 의과대학 티모시 레이 박사는 혈액암인 급성골수성백혈병(AML)으로 숨진 50대 여성환자의 게놈을 완전 해독,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유전자 차이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내기 위해 일부 게놈을 해독한 적은 있지만, 전체를 다 해독한 적은 없다. 레이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에서 “백혈병을 유발한 유전자 변이를 알아내기 위해 환자의 피부조직에서 채취한 정상세포와 골수에서 채취한 암세포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면서 “두 유전자의 차이를 분석했더니 암세포에서 10개의 변이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백혈병을 일으킨 원인으로 보이는 이 변이 유전자들 중 2개는 이..

산모 혈액검사로 다운증후군 알아본다

산모의 혈액 검사만으로 태아가 다운증후군에 걸려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35세 이상 연령에 출산하는 산모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받아야 했던 양수검사가 사라지고, 2~3년 안에 비침습법(주사 바늘을 찌르지 않는 방식) 검사법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미국 뉴욕타임스는 6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를 인용, 산모의 혈액을 검사해 태아의 다운증후군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이 개발됐다고 보도했다. 스탠퍼드대학 생명공학-응용물리학교수 스티븐 케이크 박사는 임신부의 혈액에 섞여 있는 태아의 DNA 파편을 분석, 다운증후군의 원인인 염색체 이상 여부를 알아낼 방법을 찾아냈다. 인간의 염색체는 23쌍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중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많아 한 쌍이 아닌 3개로 이뤄져 있을 때 다운증..

英애버딘大 연구팀, 치매 악화 막아주는 약 개발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가 진행되는 것을 초기 단계에 막아주는 약이 개발됐다. 영국 의료팀이 개발한 신약은 임상실험에서 효과가 확인됐으며, 이르면 2012년쯤 상용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BBC방송·AP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애버딘대학의 클로드 위스치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알츠하이머 학술대회에서 ‘렘버(Rember)’라는 이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임상실험에서 성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치매 환자들은 뇌세포 안에 타우(TAU)라는 단백질이 엉겨붙으면서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틸렌블루라는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렘버는 타우 단백질이 뭉치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다. 연구팀은 영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17개 의료기관에서 치매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