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늘 68

어제의 오늘/ 충칭 가스전 폭발사고

중국 내륙 대도시 충칭(重慶) 부근에 있는 천연가스전에서 6년전 오늘 대규모 가스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충칭에서 동북쪽으로 약 340㎞ 떨어진 촨둥베이(川東北)에 위치한 이 가스전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가 운영하던 것으로, 매장량 500~600억 톤에 하루 평균 100만㎥의 가스를 생산하고 있었다. 이 가스전 지하 700m에서부터 가스가 분출, 대형 폭발로 이어져 불길이 10층 건물 높이로 치솟았다. 유독한 황화수소가 섞인 가스가 대량 누출돼 작업하던 노동자들과 주민 234명이 목숨을 잃고 6만4000명이 주변 마을들로 대피했다. 가스정(井)은 긴급 폐쇄됐고 유독가스로 폐사한 가축들은 모두 매장됐다. 당국의 조사결과 이 사고는 회사 측이 가스정의 용량을 과소평가한데다 압력조절 밸브마저 실수로 ..

어제의 오늘/ 아리스티드, 아이티 대통령 당선

중미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 섬은 스페인 정복자들에 점령돼 식민살이를 했던 곳이다.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했을 당시 섬에는 원주민인 타이노족과 아라와칸족 등이 살고 있었으나 유럽인들이 가져온 질병과 학살로 몰살당했다. 스페인은 이 섬에 아프리카의 흑인노예들을 데려다 일을 시켰다. 이들이 지금의 아이티 국민드의 선조들이다. 나중에는 프랑스가 이 섬을 차지했으나 1804년 독립을 했다. 이로써 아이티는 미주 지역에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빨리 독립을 쟁취한 나라가 됐다. 세계 최초로 흑인노예들의 혁명에 의해 독립하고 그들이 만든 헌법으로 세워진 흑인 공화국이었던 셈이다. 아이티는 스페인어권 문화 속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나라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세상 어느 나라..

어제의 오늘/ 노조운동가 바웬사, 폴란드 대통령 되다

레흐 바웬사는 1943년 폴란드의 포포보에서 태어났다. 목수의 아들이었던 그는 초등학교와 직업학교 교육만 받고 67년 그단스크에 있는 레닌조선소에 전기공으로 취직했다. 70년 식량폭동 때 공산당 정권이 시위대에 발포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반정부 노동운동에 뛰어들었지만 몇 년 못 가 해고됐다. 80년 레닌 조선소에서 식료품값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다시 일어나자 바웬사는 담장을 넘어들어가 노동자들에 가세했다. 파업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그는 경영진과의 협상에서 요구사항을 관철시켰다. 고무된 인근 지역 노동자들도 합세해 ‘공장간 파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바웬사는 이 위원회를 이끌며 파업권과 자유 노조 결성권 등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국은 시위가 전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노..

UAE의 탄생

19세기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아라비아 반도 북단, 페르시아만에 면한 해안에는 영국인들이 ‘휴전 국가들(Trucial States)’ 혹은 ‘휴전 오만(Trucial Oman)’, ‘휴전 해안(Trucial Coast)’이라 부르는 작은 제후국들이 있었다. 다소 폄훼하는 뉘앙스의 일본식 표현을 빌면 ‘아랍 토후국’으로 불리는 작은 부족국가들이다. 영국의 위임 통치를 받았지만 완전히 점령된 것은 아니고, 그렇다고 독립된 것도 아니며 근대 국가의 형태를 갖추지도 않은 지역들이었다. 이들의 통칭에 ‘휴전’이라는 말이 들어가게 된 연유는 185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족국가들은 영국과 ‘영구 해상 휴전협정(PMT)’이라는 것을 맺어 위임통치를 받게 됐다. 1892년에는 영국의 보호령으로 들어갔다. PM..

어제의 오늘/ 미시마 유키오의 자살

일본 전후 최고의 작가로 불렸던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의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타케(平岡公威)다. 그의 인생 초창기는 전형적인 일본 엘리트의 경로를 밟는 듯했다.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귀족학교로 유명한 도쿄의 가쿠슈인 대학을 나왔고 2차 대전 때 군수품 공장에서 근로봉사를 했다. 전쟁이 끝난 뒤 도쿄대에서 법학을 공부했고 1948~49년에는 옛 대장성 금융국에서 일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49년 발표한 첫 소설 이었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동성애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을 묘사한 자전적인 작품으로,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추천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미시마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작가로 나섰다. 이후 내놓은 소설들도 대부분 신체적인 문..

어제의 오늘/로디지아에서 짐바브웨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개척자’로 꼽히는 영국 출신 귀족사업가 세실 로즈는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의 창업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로즈 장학금’으로도 유명하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받았다는 로즈 장학금은 영어권 모든 학생들의 ‘꿈의 장학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는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로즈 박물관이 있고 말을 탄 로즈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그가 사실은 제국주의자로서 수많은 아프리카인들을 학살·착취했다는 사실도 역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영욕을 상징하는 이름은 ‘로디지아’다. 로디지아는 그의 이름을 따서 남아공 옆에 세워졌던 나라다. 스페인 펠리페2세의 이름에서 나온 필리핀이라는 이름과 함께 로디지아라는 국명은 제국주의자의 영광을 상징하..

어제의 오늘/ 14년 전 이츠하크 라빈 암살

올봄 집권한 이스라엘의 우파 리쿠드당은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을 부정하고 폭력적 해법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그렇게 비난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나 다를 바 없다. 이스라엘 극우파의 위험성은 이슬람 무장조직의 위험성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유대 극우파 테러’도 그 못잖게 무섭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14년 전 오늘 일어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암살사건이었다. 이스라엘인들이건, 이스라엘 외부에 사는 ‘디아스포라(이산)’ 유대인들이건 1995년 11월 4일의 비극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카흐네차이로 알려진 유대 극우파 집단에 소속된 이갈 아미르라는 청년이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라빈 총리를 죽였다. 총탄 세 발과 함께 모처럼 만들어진 해빙 분위기와 이스라엘..

어제의 오늘/ 뉴욕항에 자유의 여신상 서다

“여기 해지는 바닷가에 횃불을 든 여인이 있으니 그 불꽃은 투옥된 번개, 그 이름은 추방된 이들의 어머니/횃불을 든 손은 전 세계에 환영의 빛을 보내며 부드러운 두 눈은 항구를 향해 명령한다/오랜 대지여, 화려했던 과거를 간직하라/지치고 가난한, 자유를 숨쉬고자 열망하는 이들을 나에게 보내다오, 폭풍우에 시달리는 고향 없는 자들을 내게 보내다오” 미국 뉴욕 ‘자유의 여신상’의 받침대에 새겨져 있는 에머 래저러스의 소네트다. ‘자유를 열망하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인 자유의 여신상은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옮겨져 1886년 10월 28일 뉴욕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신상의 공식 명칭은 ‘세계를 밝히는 자유(Liberty Enlightening the World)’.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제막식에 나와 양국..

어제의 오늘/ '과학자들을 불러들여라' 아이젠하워의 결정

올해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면서 시선은 온통 미국으로 쏠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논란 많은 평화상 수상은 논외로 치더라도, 올해 7개 부문 수상자 13명 중 무려 11명이 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돈과 야심이 노벨상 독식을 가져왔다”는 해석이 나왔고, 유럽은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서라도 자기네 지역 출신 수상자들을 늘려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1901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 총 816명 중 309명(약 38%)이 미국인이라고 하니 독식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 ‘독식’ 이면에는 세계적인 두뇌들을 빨아들이고 키워주는 포용정책과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에는 관행적으..

어제의 오늘/ 척 예거의 음속 돌파

미국의 윌버 라이트와 오빌 라이트 형제는 1903년 비행기를 공중에 띄우는 데에 처음으로 성공했고, 찰스 린드버그는 1927년 ‘스피릿 오브 세인트루이스호’를 타고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 간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옛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61년 최초로 우주선을 타고 지구 궤도를 돌았지만 7년 뒤 비행기 사고로 숨을 거뒀다. 미국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가가린이 죽은 이듬해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착륙, 외계 천체에 첫발을 디딘 외국인이 됐다. 우주항공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47년 ‘마하(음속)의 벽’을 깬 찰스 엘우드 '척' 예거다. 예거는 그 해 10월 14일 오전 10시 29분 벨 사가 제작한 X1 비행기를 타고 미 서부 모하비 사막의 에드워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