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31

방글라데시 건물 붕괴, 여공들의 비극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의 사바르 지역에서 24일 8층짜리 건물이 무너져 최소 96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이날 오전 다카에서 30㎞ 떨어진 사바르의 라나플라자 빌딩 건물이 붕괴해 96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부상했으며 소방대원과 군이 동원돼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고가 난 건물에는 의류공장 5곳과 상점 200여개가 입주해 있다. 붕괴 당시 건물 안에는 2000명 가량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사상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류공장 종업원들은 대부분이 여성들로, 지방에서 올라와 공장에서 숙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최근 이 건물 2층에 균열이 생겼다는 사실을 건물주가 알고 있었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워킹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데이비드 K. 쉬플러. 나일등 옮김. 후마니타스. 지난해 말부터 이것저것 일처리할 것들이 많아...라고 핑계를 대기엔, 이 책을 좀 오래 붙잡고 있었다. 지난해 가을 일본 왔다갔다 할 때부터 손에 들고 다녔고, 서울 집에서는 바닥에 굴려두고 틈날 때마다 읽는다고 읽었는데... 548쪽에 이르는 얇지 않은 책이라 쳐도, 몇달에 걸쳐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미국 저술가들의 '저널리스틱한 글쓰기'와는 좀 다르다. 앨런 와이즈먼 같은 재미는 없지만, 좀 중구난방이기는 하지만,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천착한다는 느낌이랄까. 책에는 미국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오만가지 '가난하게 되어버린 이유'들이 백과사전처럼 펼쳐진다. 진보-보수(민주-공화)의 진영논리를 떠나 가난에..

딸기네 책방 2012.03.01

2010 아시아

2010년이 저물어 갑니다. 제멋대로 세계 뉴스 정리해봅니다. 아시아 아시아는 어떤 한 해를 보냈을까요... 예년에 비해 대규모 분쟁이나 참사는 그래도 적었던 것 같네요. 그 대신 주요국들 정치구도의 변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결정된 것, 일본 하토야마 정권이 물러나고 민주당 내 분란이 벌어진 것, 태국 친탁신계 시위, 버마 아웅산 수치 여사의 석방 등이 주요 뉴스로군요. 먼저 중국.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차기 중국의 지도자로 결정됐습니다. 10월 18일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행사의 하나인 제17차 당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57) 국가부주석이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선출됐습니다. 이로써 시진핑은 차기 중국 최고지도자직을 예약했습니다. 이..

거리로 나선 프랑스 고교생들

오늘 국제부 기사창고를 뒤지다 보니... 프랑스에서 고교생들이 가두시위에 나섰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최민영 기자의 글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계의 총파업이 현지시간 14일로 3일째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전역에서 수만 명의 고교생들이 처음 가두시위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입니다. 아직 사회생활에 뛰어들 나이가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연대를 하겠다고 거리로 나온 것인데요. 심각한 청년실업과 사회보장제도의 약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겁니다. 프랑스 전국학생연합(UNL)은 1100개 고등학교가 이번 총파업에 동참했으며 이중 700곳에서 수업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남부 툴루즈에서 1만명, 보르도 70..

회사 다니면 죽는다

오래전에 현실문화연구에서 나온 [회사가면 죽는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공포죠. 하지만 직장이 사람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이라는 연구결과도 많이 있다고 하네요. 일은 물론 중요하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_- 직장에서 비생산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것은 괴로움의 근원이기도 하지요. 미국 abc뉴스가 여러 연구결과들을 모아 인터넷판에 ‘직장이 사람들의 수명을 줄이는 7가지 대표적인 경우’와 그 대책을 소개했습니다. http://abcnews.go.com/Health/Wellness/working-early-death/story?id=11781365 첫 번째로 꼽힌 것은 오래 앉아 일하기.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무직 노동자들이라면, 더이상 설..

피묻은 다이아몬드, 끝없는 논란

내전·아동노동 등 부당한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이른바 ‘피묻은 다이아몬드’의 생산·거래를 금지한 킴벌리 프로세스(KP)가 위기에 봉착했다. 최근 들어 앙골라 다이아몬드 광산들의 아동 노예노동이 드러난데 이어, 짐바브웨에서도 독재정권의 불법 다이아몬드 거래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27일 짐바브웨의 마랑게 광산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들에 대해 인권단체들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야당 탄압과 억압통치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다이아몬드를 내다팔기 위해 광산지대에 군을 투입, 주민들을 노예노동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KP를 주도해온 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와 휴먼라이츠워치 등 인권..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11) 우리 안의 아프리카

‘아프리카 거리’로 알려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 지구대 뒷골목. 지난 3월 이 곳의 한 아프리카 식당을 찾았다. 한국에서 먹기 힘든 플랜틴(바나나튀김)과 병아리콩 스튜를 팔고, 위성TV로 나이지리아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식당 안에서는 나이지리아인들이 우르르 몰려 브라운관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종업원들도, 손님들도 모두 나이지리아인이다. 아프리카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한국인’이 찾아왔다는 것에 오히려 그들이 호기심을 느끼며 신기해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지난 24일 이 곳을 다시 찾아갔다. 그러나 취재진임을 밝히자 종업원들과 손님들, 길 밖에 모여 떠들고 있던 아프리카인들의 태도가 갑자기 싸늘하게 바뀌었다. 메뉴를 가져다주었던 여성 종업원은 부엌 안으로 들어가버렸고, 식당에서 일하고 ..

보이지 않는 사람들-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E. 벤저민 스키너 저/유강은 역 | 난장이 | 원제 : A Crime So Monstrous(2008) 석 달 전 코트디부아르 내륙 부아케에서 부룰리 궤양에 걸려 피부가 다 녹아내린 사내아이를 보았다. 시뻘건 근육이 밖으로 드러나 피가 뚝뚝 떨어지고 파리 떼가 몰려드는데도 아이는 울지 않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일 터인데, 아프고 못 먹어서 바짝 마른 아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뿐 울지 않았다. 상처를 소독하고 붕대를 다시 감는 ‘치료’를 받은 뒤엔 조용히 진료소 앞 빈 터에 앉아있을 뿐 웃지도 않았다. 그 무표정을 보면서, 울지 않았던 다른 어떤 아이들을 떠올렸다. 4년 전 바로 옆 나라인 가나에 갔을 때다. 볼타 호수의 어부들이 가..

딸기네 책방 2010.05.18

재로 변한 여공들의 꿈

방글라데시의 봉제공장에 불이 나 20여명이 숨졌다. 벌집 같은 공장에서 열악한 환경 속에 저임금으로 일해온 ‘여공들의 꿈’도 화재와 함께 재로 변했다. 방글라데시 데일리스타는 수도 다카에서 북쪽으로 50㎞ 떨어진 가지푸르 시 외곽의 의류공장에서 불이 나 여공 15명 등 21명이 숨졌으며 50여명이 다쳤다고 25일 보도했다. 화재가 일어난 곳은 스웨터를 주로 만드는 ‘가리브&가리브’라는 의류회사 공장으로, 24일 밤 9시 10분 쯤 공장건물 1층에 불이 나면서 2시간 넘게 불길과 연기가 치솟았다. 7층 건물의 1층에서 불이 바람에 위층에 있던 사람들이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희생자들 대부분은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 숨진 여성노동자들 중 대여섯 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나 아직 현장 수습도..

세계화되면 다 잘된다더니

“동틀 무렵 들판에 나가 낫을 들고 사탕수수를 자르는 아이들의 실루엣에는 볼리비아의 가난이 그대로 배어 있다. 아동노동은 불법이지만 이 곳에서는 가족들 모두가 일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아무리 수숫대를 자르거나 광산을 파내도 끼니를 잇기조차 힘들다.” BBC방송이 12일 전한 볼리비아의 농촌 현실이다. 남미 최빈국 중 하나인 볼리비아 뿐 아니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는 농산물과 자원을 꺼내어 외국으로 내다 팔면서도 가난에 시달려야 하는 수십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지난 십여년 동안 세계화가 개도국과 저개발국의 가난한 이들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세계화 지상주의’가 지구를 휩쓸었지만 교역의 자유화는 기대만큼 빈국의 삶의 질을 높이지 못했으며, 오히려 제3세계에서 지하경제와 암시장 등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