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87

추억은 계속됩니다

어제 우리나라와 독일팀의 경기를 보고 잠시 아지님과 드라이브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우리(우리나라 사람들 모두)는 이번 월드컵을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2002년 6월, 23명의 선수들 뿐 아니라 모두가(정말 모두가!) 함께 땀에 절어 울고 웃었던, 기쁨과 탄식을 함께 나누었던 초여름날의 기억은 평생토록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을 겁니다. 거리에서 혹은 집에서까지도 'red'라는 흰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빨간 티셔츠를 입고 환호하면서 보냈던 이 여름날은, 제 인생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미사여구가 아니라, 정말로, 네덜란드라는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 거스 히딩크가 스물 세명의 청년들을 조련해 일궈낸 기적같은 사건은 우리에게는 마음속 보물로 영원히 남아있을 겁니다. 히딩크가 ..

딸기 선정 오늘의 인물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 파이낸셜 타임스(FT)의 저주 FT가 저주를 했다...는 말은 농담이고, '저주성' 보도를 했다는 얘기다. 요약하자면 "한국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선전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동안 월드컵 주최국들은 모두 좋은 성적을 냈었다(이른바 홈 어드밴티지?). 잉글랜드(FT는 영국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월드컵 72년 사상, 자기나라에서 개최하면서도 결승 못 올라간 나라는 1954년 스위스 한 나라 뿐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잘 했다고 해서 한국이 앞으로도 계속 축구를 잘 할 것인지는 아무도 몰라. 66년 8강 진출이라는 쇼킹한 업적을 달성했던 북한을 봐라. 그 뒤로는 아예 콧배기도 못 내밀지 않니? 62년 개최국인 칠레도 그 뒤로는 영 꽝이다... (이렇게 한참 악담 아닌 ..

누가 칸에게 바나나를?

국면이 좀 바뀐 것 같다. 심판의 공정성을 둘러싼 '스캔들'이 우리가 예기치 않았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로운 선지자의 광야의 외침...은 아니고, 아침에 이 문제를 놓고 잠시 부서 내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 혹자들(주로 국제문제를 다루지 않는 부서의 관계자들)은 "축구 못하던 나라가 갑자기 잘 하니까 시샘해서 하는 소리들"이라는 말로 일축해 버렸는가 하면, 또 다른 축에서는 "각국이 자기 이해관계에 따라서 심판 판정 문제를 편들거나 혹은 비난하거나 하는 분위기"라며 조금 다른 맥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느끼는 것은, 판정 시비가 이제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 외신들을 훑어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변했다. 지금까지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제'로 취급됐었지만 스페인전 이후로..

'고급언론'은 없다-

우리나라 스포츠신문들이 '피구, 담합 제의'라는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써서 나라망신을 시킨 요즘. '고급언론'으로 평가받는 다른나라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그 잘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나, 공영방송의 대표격인 BBC방송도 '민족주의'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일컬어지는 월드컵 브라질-잉글랜드 경기를 앞둔 20일, 양국의 열성 축구팬들의 백태와 언론들의 '설전'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양국 가운데 더 긴장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그동안의 전적에서 브라질보다 아래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영국. '고급언론'으로 정평나 있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BBC방송 등이 모두 나서서 브라질 대표팀의 약점 들춰내기에 나섰다. "브라질의 약점은 중앙에 있다"..

한국의 승리, Quicksilver soccer

어제 한국 팀의 월드컵 8강 진출. 아주 재미있었다. 집에서 혼자 꼭꼭 숨어서 TV를 봤는데, 나야 뭐 이탈리아가 올라가도 좋고(잘 생긴 선수들 계속 볼 수 있어서) 우리나라가 올라가면 더 좋고 하는 심정으로 브라운관을 후벼파고 있었다. 그렇지만 설기현의 골, 그 순간에 눈물이 맺힐 정도였다. 이유가 뭐였을까 나 스스로 궁금해했을만큼 감동했다. 별로 민족주의자 아니고, 설기현이 예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처럼 못 먹고 자라난 헝그리의 화신도 아닌데 그래도 감동적이었다.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각 동마다 베란다 문 열어놓고 대전경기장의 함성에 맞춰 똑같이 함성을 지르는 기현상. '사회정의' 차원에서라도 설기현이 꼭 한 골은 넣어줬으면 했기 때문에, 아니 누군가가 골을 넣는다면 설기현이었으면 좋겠..

축구

난 축구를 좋아한다. 운동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은 절대 아닌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의 TV중계에 목매다는 처지가 돼 버렸다. 당연히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즐거운' 기간이다. 역시나, TV 프로그램표를 옆에 끼고서 줄창 테레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항상 '늙는 건 서럽다'. 어렸을 때 삼국지를 읽다가 가장 마음아팠던 건 '소년장군 조자룡'이 뒷부분에 '노장 조자룡'으로 나온 부분이었다. 젊고 멋진 장수가 늙어서, 더우기 늙어서도 기개를 굽히지 않게 되어 등장한 게 아주 아쉽고 서운했다. 지금도 그 때의 감정(?)이 남아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바티스투타의 경기를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나는 기분이 별로 안 좋다. 신문마다 바..

너무 떨린다...

너무 떨리고 긴장된다. 오늘, 드디어 결!전!의!날! 미국이랑 싸워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겨야 한다, 이겨야 한다... 나는 지금 주문을 외우고 있다. 벌써 걱정이네. 이러다 월드컵 끝나면 앞으로 4년을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근데, 내가 바티랑 피구를 좋아한다고 그렇게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는데 굳이(!) 나에게 찾아와 베컴이 좋니 지단이 좋니, 심지어는 베론이 좋으니 하면서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아르헨이 잉글랜에게 1대0으로 패한 것은 두고두고 내 가슴에 한으로 맺힐 것 같다. 비겁한 잉글 넘들, 기껏 PK 하나 넣고 몽땅 수비에 나서다니. 오언은 잘 하더라마는(그것까지 부정하진 않는다--;). 여튼 베론(이 인간 땜에 열받아 죽는 줄 알았다)은 '발등찍은 도끼상' 혹은 '기대배반상'을 줘야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