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50

오랜만에 읽은 '작은 책방'

작은 책방 The Little Bookroom (1955) 엘리너 파전 | 에드워드 아디존(그림) | 햇살과나무꾼 (옮긴이) 전에 바람구두님과 엘리너 파전 얘기를 하다가, 생각난 김에 선배에게 빌려 다시 읽어봤다. 어린 시절 그 느낌은 별로 살아있지 않았다. 먼지 쌓인 다락방 냄새가 나는 듯했던 그 서문의 감상은 그동안 숱하게 되새겨 봤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기대했던 의 느낌이 예전같지 않아 섭섭했다. 물론 다시 읽어도, 줄거리만으로도 재미있기는 했지만. '우리말 다듬기 이오덕'이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말을 너무 다듬어서일까. 아이들용--당연한거지만--의 친절한 존대말투가 오히려 감정을 퇴색시킨 것 같다.

딸기네 책방 2003.04.15

[스크랩] 어술러 르귄,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The Ones Who Walk Away from Omelas) -어슐라 르 귄(Ursula Le Guin) 낭랑한 종소리에 제비들이 높이 날아오르면서, 바닷가에 눈부시게 우뚝 선 도시 `오멜라스'의 여름 축제는 시작되었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은 모두 돛에 매인 밧줄마다 깃발들이 나부꼈다. 빨간 지붕에 울긋불긋하게 담장을 단장한 집들과 이끼가 곱게 깔린 정원들 사이로 난 거리를 따라, 길가에 늘어선 가로수 그늘을 거쳐, 넓은 공원과 관청을 지나 축제 행렬이 나아갔다. 빳빳하게 다림질한 자주색이나 회색 예복을 입은 노인들과 엄숙한 표정의 직공장들, 그리고 아기를 안은 채 걸으면서 소곤거리는 수수한 복장을 한 명랑한 여인네들로 이루어진 행렬은 점잖은 축에 들었다. 또다른 거리에서는..

딸기네 책방 2003.04.11

혹시 샤나메 번역본 알고 계시는 분

샤나메 번역본이 우리 나라에 나와 있나요? 아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주세요. 영어로 읽고 있는데...(실은 다운받아놓기만 한 상태) 심심해서 걍 번역이나 해볼까 하거든요. 있을리가 없잖아요. 딸기님 --; 그런 책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이 희귀한 나라라고요. 여긴. 쿠오~ 없다는 거 제가 이미 확인한바 있으니 제발 번역해주세요. 음...없군요. 샤나메가 뭐예요? 번역하시믄 읽어드릴께요. 라는 빵집이 학교 근처에 있다가 망하긴 망했는데... p.s. 난 왜 항상 이러지? 이러니 맨날 러블리한테 구박당하지... 쪼끔씩 번역해 m.e.& i. 에 올리기로 했어요. 그런데...분량이 넘 많자나. A4 용지로 130쪽 분량... 이걸 언제 다 번역해? 어째서 우리나라에는 샤나메조차 번역이 안 돼 있는..

딸기네 책방 2003.04.11

[스크랩] 김유정, '봄봄'

정말 너무 좋아했었는데. 김유정의 소설들. 구두님이 점순이 키자라기 바라는 머슴사위마냥 이름표 바꿔달라고 하는 거 보고 생각 나서 옮겨봅니다. 봄봄 김유정 "장인님! 인제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하고 꼬박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말이 많다. 허지만 점순이가 아직 ..

딸기네 책방 2003.04.05

[스크랩] 루쉰의 '고향' -나의 고향은 희망입니다

참 좋아했던 소설입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그냥 담담하게 들려주는 에세이같지요. 루쉰의 이름이 실명으로 나오기도 하고요. 아큐정전의 뒷부분에 같이 실려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좋아하는 글이라, 조금 길지만 실어봅니다. 차근차근 읽어주세요. 이 글을 읽으면 '달빛의 강'이 떠오릅니다. 무라카미 류의 '달빛의 강' 말고, 더 잔잔하고 아련하고 차가운 공기로 가득찬 그런 새벽의 강 말이죠. 강가에서 새벽을 맞아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달빛의 강'이 떠오른다고 한 것은 순전히 이미지 차원을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길'에 대한 몇가지 말들이 생각나지요. 길은, 가면 뒤에 있다. 아마도 황지우의 시에 나온 구절이 아니었나 싶고요, 또 "길은 내 뒤에서부터 시작된다"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납니..

딸기네 책방 2003.04.05

[스크랩] 바스크

카발리 스포르차의 에서 스크랩. ...(카발리-스포르차 팀 연구는) 바스크인들이 구석기인들과 뒤이어 프랑스 남서부와 스페인 북부에서 살던 중석기인들로부터 직접적 계통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시사했다. ... 전지구적으로 RH+가 대다수인 반면에 RH-는 유럽인들에게서만 주목할만한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의 바스크족에서 최대의 빈도가 나타난다. 이것은 RH-가 서부 유럽의 RH+ 대립인자에서 돌연변이로 나타나고,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RH+ 유전자의 빈도를 확연하게 감소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퍼져나갔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스크인들은 독특하면서 어려운 그들의 고유한 언어 덕분에 자신들의 인족 집단 안에서만 결혼하는 부분적 족내혼이 관습화되었고, 이..

딸기네 책방 2003.03.12

0, 無에 관한 책 2권- 카플란의 '존재하는 무 0의 세계'와 존 배로의 '無0진공'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 0, 무(無)의 역사와 의미를 다룬 책 두권이 나왔다. 로버트 카플란의 '존재하는 무 0의 세계'와 존 배로의 '無0진공'이다. 배로의 책은 원제가 아예 '무에 관한 책(The Book of Nothing)'이다. 0이라는 개념이 언제 인간의 머릿속에 떠올랐는지, 그리고 그것이 동그라미로 기호화된 것은 언제인지, 숫자 0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데에서 두 책 모두 출발한다. 카플란의 책은 0과 무의 개념을 '박물관 순례' 스타일로 설명하고 있다. 바빌로니아에서 탄생한 0은 고대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강적을 만나면서 세계관의 외곽(지평선 너머)으로 사라졌다가 인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다. 중세와 근대를 거쳐 '디지털의 지배자'로 군림하게..

[스크랩] 엘리너 파전의 '작은 책 창고' 서문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우리집에는 아주 작은 방이 하나 있었다. 우리는 그 방을 '작은 책 창고'라고 불렀다. 사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우리집의 방은 모두 서재라고 부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층에 있는 우리들 어린이 방도 책으로 가득 차 있었고, 아래층 아버지의 서재도 책으로 꽉 차 있었다. 책은 그리고 식당의 벽을 메우고 어머니의 방과 계단을 올라가 여기저기 침실까지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당시 우리들에게는 책 없이 생활하는 것보다 옷을 입지 않고 사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마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책이 가득 찬 온 집안의 어느 방보다도 책이 내 눈에 들어와 박힌 곳은 바로 '작은 책 창고'였다. 그것은 마치 꽃과 잡..

딸기네 책방 2003.02.22

조 사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Palestine 조 사코 (지은이) | 함규진 (옮긴이) | 글논그림밭 | 2002-09-16 조 사코의 . 말 하려고 시작하면 할 말이 많겠지만 너무 귀찮아서, 읽고난 뒤에 얌전히 책꽂이에 꽂아놨다. 라고 해봤자 지금의 정신상태를 반영하듯 책꽂이 주변은 어수선하기 짝이 없지만. 책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미국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청년이 팔레스타인 땅을 돌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그린 만화책이다. 우선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만화다운 코믹함과 극도의 리얼리티가 양립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단히 잘 그린 그림들이다. 내용은? 군데군데 유머가 엿보이면서도 슬픔을 슬픔답게, 괴로움을 괴로움답게 잘 잡아냈다. 그러면서도 과장하지 않는다. "그냥 보란 말이야, 팔레스타인 사람..

딸기네 책방 2003.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