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53

2016년 읽은 책들

1. 현대 중동의 탄생. 데이비드 프롬킨, 이순호 옮김. 갈라파고스 왜 언론들이 이 책을 찬양하며 널리 소개했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길다. 방만하다. 정확히 말하면 현대 중동의 탄생을 다룬 책이라기보다는 '영국의 중동정책사'다. 2.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로빈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최완규 옮김. 시공사. 1/14 3. 빌프리트 봄머트, 빵과 벽돌. 김희상 옮김. 알마 1/25 4. 이탈로 칼비노. 반쪼가리 자작. 이현경 옮김. 민음사. 2/1 5. 강윤중. 카메라, 편견을 부탁해. 서해문집 3/6 6. 사이토 도시야, 오하라 미치요.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홍성민 옮김. 공명. 3/18 돈 아깝다... 1만3000원짜리 책인데, 2000원짜리 팜플렛으로 만들면 딱 알맞은 수준. 진짜 내용 없..

스탠리 밀그램, 권위에 대한 복종

권위에 대한 복종 Obedience to Authority스탠리 밀그램. 정태연 옮김. 에코리브르 온갖 책에 인용되는 스탠리 밀그램의 그 유명한 실험을 소개한 책을 드디어 읽었다. 1970년대에 나온 책은 사실상 밀그램의 ‘실험 결과 보고서’에 가깝다. 이미 나온 지 오래됐고 여러 곳에서 마르고 닳도록 인용됐으나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유럽계 유대인들에 대한 나치의 실험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복종이라는 미명 하에 수행한 가장 비도덕적인 행위의 극단적인 예”였고, 그 충격이 아직 사람들의 마음에서 가시기 전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의 평범성’이 안겨준 충격은 반전이었고, 이 또한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수행되는 악’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밀그램은 미국의 ‘보통 ..

딸기네 책방 2016.12.28

존 머터, 재난 불평등

재난 불평등 THE DISASTER PROFITEERS존 C. 머터. 장상미 옮김. 동녘 번역이 별로이고, 책도 그리 재미있지 않다. 역시 빈곤이나 재난과 사회적 '건강'의 문제라면 폴 파머의 책을 읽어야. 자연과학을 하는 학자가 쓴 것이라, 사회과학과 접목되는 부분이 좀 약하다. 하지만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미얀마 이라와디 삼각주를 강타한 태풍 나르기스와 미국 루이지애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비교, 분석한 내용이었다. 왜 저들(책임지고 무언가 대비를 하거나 사후 대응을 했어야 할 국가 기관 혹은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나? '세월호' 이후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의문이다. 왜 대통령도, 청와대의 재난 대응 라인도, 해경도, 선원들도, 어느 누구도 승객들을 구하지 않았나?..

딸기네 책방 2016.12.18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

화성 이주 프로젝트- 생존하라, 그리고 정착하라How We'll Live on Mars스티븐 L. 퍼트라넥 지음. 구계원 옮김. 문학동네 과학저널리스트의 TED 강연을 책으로 묶은 것이라, 간명하면서도 재미있다. 영화 을 매우 보고 싶었으나 못 보고 지나갔다. 집에 화성에 대한 책이 한 권 더 읽는데, 맛뵈기 삼아 이 책부터 꺼내들었다. 토요일 오후 카페에 앉아 책장을 후다닥 넘겼다. 화성 이주 프로젝트라니, 멋지다! 화성으로 이사간다는 것은 아직은 상상에 불과하다. 책은 상상으로 넘쳐난다. 그 상상이 그들어맞을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다. 기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화성 이주라는 것은 온갖 장애물들을 끌어안고 있으니. 하지만 그저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뭔가 신나는 기분. 책은 화..

진공이란 무엇인가

진공이란 무엇인가 Les avatars du vide마르크 라시에즈-레. 김성희 옮김. 알마 매우 얇은데 매우x10000 어려운 책. 근래 읽은 책들 중에 가장 얇고, 가장 난해한데, 가장 폼난다.'진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다고 진공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하게 되지는 않는다. 진공이 그렇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이런 책을 과학자들이 힘들게 쓰지도 않았을 테니까. 진공은 무지무지하게 어려운 개념이고, 아직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개념이다. 진공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류의 유구한 역사와 함께 변화해왔으니. 때론 진공은 그냥 텅 빈 공간이었고,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었으며, 하늘이었고, 우주였다. 이 책은 '에테르'부터 '우주복사'까지, 진공과 관련된 아이디어들이..

프리먼 다이슨이 권해주는 책들

프리먼 다이슨이 권해주는 책들 Kristen Ghodsee “The Left Side of History,” Joan Connelly “The Parthenon Enigma,” Octavia Butler, “Parable of the Sower” “Parable of the Talents,”Edward Wilson. (with Bert Holldobler) “On Human Nature,” Robert Kanigel, Eric Bell, “Men of Mathematics,”Arthur Eddington, “Space, Time and Gravitation,” Bjorn Lomborg. William James. “The Varieties of Religious Experience,”Richard Hug..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 Disturbing The Universe 프리먼 다이슨 (지은이) | 김희봉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9-02-10 | 원제 어쩌다 보니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올 여름 책을 펴들었는데, 분명 일전에 다 읽은 책이라 생각했음에도 밑줄 하나 없지 뭔가. '엥, 분명히 읽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 다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서 한참을 쥐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줄 쳐 가며 다 읽었다. 그러고 나서, 다른 책꽂이에서 '줄.쳐.진.' 똑같은 책을 한 권 더 발견. 그러니까 두 권이 있었던 게 문제였어.... 이리하여 우리 집에는 밑줄 쫙쫙 쳐진 다이슨의 '20세기를 말하다'가 두 권이 되었다. -_- 나는, 한 과학자가 ‘인간의 ..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

새로운 정치 실험 아이슬란드를 구하라욘 그나르 지음. 김영옥 옮김. 새로운 발견 포퓰리스트라면 포퓰리스트이고, 좌파라면 좌파다. 본인 스스로는 '펑크에 빠졌던 무정부주의자 코미디언'이라 칭하는 그나르의 '정치 참여기'. 정말 유쾌하다. 거품을 쌓아올리다가 마침내 그것이 터져버리고 만 아이슬란드에서, 기성 정치권에 맞서 '최고당'이라는 정당을 만들어 레이캬비크 시장까지 지내고 다시 코미디언의 길로 돌아간 그나르는 '행복하고 웃기는 정치'에 대해 말한다. 그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지만, 정치라는 낯선 길에서 고군분투하는 것이 어떻게 재미있기만 했을까. 세계 곳곳에서 기성 정치권이 그나르 같은 사람들, 혹은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그와 정반대편에 서있을지언정 그나르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얻어터지고 있다. ..

딸기네 책방 2016.12.11

딕과 프리먼의 여행.

사막에는 빨간 꽃을 피운 선인장이 서 있었고, 우리가 앨버커키로 다가가는 동안 딕은 좋아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태양은 우리를 위해 빛났고, 경찰차가 우리를 환영했다. 딕은 경찰차가 우리에게 서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을 알아채는 데 한참이 걸렸다. 경찰은 우리가 책에 나오는 모든 교통법규를 어겼다고 공손하게 말해 주었고, 약식 재판을 하는 법정에 출두하라고 했다. 판사는 벌금 50달러를 내라고 했다. 판사는 자기가 내린 과속 벌금 중에서 이번이 가장 비싼 벌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앨버커키의 기록을 깼다. 딕은 이때부터 그가 가진 최고의 능력을 발휘했다. 우리가 어떻게 이타카에서 앨버커키까지 3200킬로미터를 사랑하는 여인에게 청혼하러 달려왔는지, 앨버커키는 얼마나 멋진 도시인지, 3년만에 처음 ..

이 도시에 살고 싶다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 주(州) 오로빌Auroville은 49개국에서 온 230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마을이다. ‘모든 인류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슬로건으로 내건 오로빌은 시민들이 어떤 가치를 나누고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우고 실천에 옮기는 소도시다. 국적과 인종·민족·종교·성별에 상관없이 시민들은 서로를 차별하지 않고 배려한다. 인도의 작은 행정구역이지만 이제는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린 실험장이 됐다. 1968년 세워진 이곳의 실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다. 풀 한 포기 없던 황무지는 녹색공간으로 바뀌었다. 피부색도 종교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한 학교에 다니며 크리스마스 대신 타밀나두 전통 명절에 ‘트리’를 세운다. 이들이 기념하는 것은 예수의 탄생이 아닌 전통적인 ‘빛의 축제’이지만, 사실 ..

딸기네 책방 201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