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5

[구정은의 '현실지구'] 마약, 납치, 성폭행…아이티의 그 많은 총은 어디서 왔을까

재난이 ‘만성화’되고 나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그곳을 떠난다. 특히나 200개 가까운 나라 가운데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도 적고 가난한데다 이렇다할 자원조차 없으면 더욱 그렇다. 중미 카리브해의 히스파니올라 섬 반쪽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티. 전쟁통도 아닌데 폭력 때문에 피란민이 생기고 농부들이 밭을 버릴 지경이 된 아이티의 사정이 딱하다며 유엔이 연일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큰발톱단(Baz Gran Grif)’ 등등의 갱조직이 설쳐대면서 올들어 석달여 동안 530명 넘는 이들이 숨졌다. 갱 조직들이 총을 쏘아대는 바람에 유탄을 맞고 목숨을 잃은 이들이 많았다.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뒤 아이티의 행정기능은 마비됐다. 이달 초 유엔마약범..

바이든 숄츠 만나고 이번엔 시진핑...'중남미 맏형' 룰라 숨가쁜 외교

미국 가서 바이든 만나고, 독일 총리 손님 맞고, 베이징 가서 시진핑 만나는 룰라. 중남미 규합하고, 지역기구들 재건 선언에 중재외교. 2000년대 남미 좌파 바람, 2010년대 우파의 반격, 최근 몇년 새 다시 중도/좌파 쪽으로 남미 정치지형이 돌아서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세는 좌우로 설명하기 힘들다. 각국 사정에 따라 제각각, 좌우의 의미조차 불분명.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룰라의 브라질이 목소리를 많이 낼 것이라는 점. 브라질은 남미의 맹주, 한 나라가 아닌 하나의 대륙의 정치적 위상을 가짐. 마침 비슷한 성향의 정권들이 주요국에 포진한 상황에 남미를 규합할 룰라가 재등장한 것. [구정은의 '수상한 GPS'] 돌아온 룰라, 그때와 지금의 브라질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

윤석열 정부가 가입하고 싶어하는 '쿼드'란 무엇일까

쿼드(Quad)란? 호주 인도 일본 미국 4자 안보대화 The 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SD)의 약칭. 2007년 창설. 일본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제안하고 호주 존 하워드, 인도 만모한 싱 총리와 미국 딕 체니 부통령이 화답.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쿼드 전에 2002년 미-일-호주 3자전략대화 Trilateral Security Dialogue (TSD) 시작. 2005년 장관급 대화로 격상. 미국은 대테러전 협력을 얻기 위한 도구로 생각, 일본과 호주는 미국의 아시아 개입을 보장받는 메커니즘의 하나로 인식. 2004년 인도양 쓰나미 때 미일호주와 인도가 구호와 재난대응 위해 회동하면서 4자 대화틀을 타진해보는 계기가 됐음. 출..

[바람과 물] 지구를 지키는 여성들

감비아의 사회활동가 이사투 시세이는 1971년 은자우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감비아는 세네갈에 삼면이 둘러싸여 있고 서쪽만 대서양으로 통해 있는 작은 나라다. 우리에겐 낯선, 부국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그곳에서도 은자우는 가난한 시골마을이었고 시세이 역시 이웃 여성들처럼 어릴 적 잠깐 학교를 다닌 것 외에는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가난하고 개발이 덜 된 마을조차 지구를 휩쓰는 자본주의 상품의 물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상품의 물결은 소비가 끝나고 나면 곧 쓰레기의 물결이 된다. 중앙정부도 지방정부도, 그 쓰레기들을 치우고 재활용할 능력이 모자란다. 시세이는 1997년 여성들을 모아 은자우에 재활용센터를 만들었다. 왜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지, 비닐봉지와 플라스틱이..

[구정은의 '세계, 이곳'] 이스라엘 조종사들의 보이콧과 사막 도시 베르셰바의 역사

이스라엘 남부의 하체림 Hatzerim 공군기지. 네게브 사막의 중심도시인 베르셰바 Be'er-Sheva 외곽에 있는 기지다. F-15I 전투기를 운용하는 69비행대대, F-16I 조종사들로 이뤄진 107 비행대대 등이 이 기지에서 근무한다. 이 공군기지에 갑자기 이스라엘 전역의 시선이 쏠렸다. 장거리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편대인 69비행대대 40명의 예비역 전투기 조종사들 가운데 37명이 훈련을 보이콧한 것이다. 이들은 8일로 예정돼 있던 훈련을 거부하고 군 상층부와의 협상을 요구했다. 5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훈련에 참가하는 대신 “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을 위한 담론과 사색에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며 “기지로 가겠지만 훈련이 아니라 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태를 초래한 것..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어떻게 되고 있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핀란드, 스웨덴 안에서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이 높아짐. 4월 중순, 핀란드와 스웨덴 정부는 안보 평가보고서를 통해 NATO 가입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 5.17 스웨덴 가입 신청, 이튿날 핀란드 가입신청. 유럽연합, 두 나라 나토 가입 지지한다고 발표. 하지만 그날 튀르키예는 반대 목소리를 냄. 스웨덴이 튀르키예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인민방위군(YPG)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6월 28일,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튀르키예는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지지하기로 합의. 그래서 7월 5일 30개 회원국 대사들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 의정서에 서명하고 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가 두 나라의 가입을 승인. 9월 27일..

[구정은의 '현실지구'] '작은 우크라이나'와 브라질의 난민 정책

프루덴토폴리스는 브라질 남부 파라나 주에 있는 도시다. 면적 2308km², 서울 4배 크기의 땅에 5만2000명이 산다. 오스네이 스타들러 시장의 소셜미디어에 들어가보니 숲속에 흩어진 집들을 잇는 도로를 까는 모습, 수도관을 설치하는 사진들과 함께 색색으로 꾸며진 부활절 달걀이 올라와 있다. 동방기독교라고도 불리는 ‘정교’의 부활절이 지난달에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하게 장식된, ‘파이산키’라 부르는 우크라이나식 부활절 달걀이 눈길을 끈다. 주민 75%가 우크라이나계인 이 도시의 가게 간판들에는 포르투갈어와 함께 우크라이나어가 적혀 있다. 브라질 우크라이나계 매체 ‘라디오 스보보다’에 따르면 2021년에는 시 의회가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했다. 지난해 이맘 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

[기자협회보] GPT가 말하고 딥플이 옮겨주는 세상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연금 개혁,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고령화와 연금 고민은 프랑스만의 것이 아니죠죠. 세계의 언론들, 전문가들은 이 이슈를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구글 영문 뉴스에서 프랑스 시위와 연금을 키워드로 넣어 검색을 하고, 제목을 보며 몇 가지 기사를 골라 읽어볼만한 것들을 클릭합니다. 연금과 관련된 국내 기구들과 연구자들이 프랑스의 사례를 보고 분석해놓은 과거 자료들도 찾아봅니다. 외교부 자료도 나오네요. 둘러보니 프랑스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비기여식 연금(ASPA)이 있고, 그 외에 평생에 걸친 노동기간과 개인 기여분 등을 연계해서 받는 돈이 있습니다. 의무가입해야 하는 개인 연금과 직장(직역)연금,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민간 연..

[라운드업] 1991년 독립 이후 우크라이나의 역사

1991 12.1 독립 국민투표, 92% 찬성으로 독립 가결 1994 1. 14 러-우크라-미 대통령 공동성명,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전략 핵탄두 모두 러시아로 옮긴 뒤 해체하기로. 우크라이나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면 받게 될 안보 보장도 명시. 2.8 나토와 파트너십 체결 7.10 레오니드 쿠치마 대통령 집권 12.5 '핵 포기'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약속한 부다페스트 각서(The Budapest Memorandum) 서명 러시아, 영국, 미국은 우크라 주권, 영토 보전, 독립을 존중하며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거나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 1996 6.28 새 헌법 비준. 대통령제, 언론자유와 사유재산 소유권 보장, 우크라이나어를 유일한 국어로 인정 1997 7.9 쿠치마 대통령, 마드..

[구정은의 '세계, 이곳'] 내전, 지진... 알레포의 진짜 적은 어쩌면

지진이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를 강타했다.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의 유적도 피해를 입었다. 인프라는 내전으로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툭하면 정전에, 콜레라마저 돌고 있었다. 그런 곳에 지진이 겹쳤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는 건물이 무너져 주민들을 덮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AFP통신은 가족 12명을 잃은 남성의 절규를 전했다. "잔해 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구출할 방법이 없다, 구해줄 사람도 없고 장비도 없다." 내전은 거의 끝났다지만 알레포는 여전히 정부가 통치하는 지역과 야당 혹은 무장세력 구역인 곳으로 나뉘어 있다. 그러니 효과적인 구조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얼어붙은 날씨와 비바람마저 구조를 방해한다. 내전 기간 도시에서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어떤 이들은 20여차례나 피란길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