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3990

[요르단] 티그리스, 그리고 사해.

팔레스타인 호텔 내 방에서 내려다본 저녁의 티그리스. 잘 있니, 강아. 그리고 사해. 요르단의 암만은 해발 고도가 800m 넘는 고원이다. 로마가 일곱 언덕의 도시라고 하듯, 암만 또한 일곱개 언덕의 도시다. 언덕 사이사이를 지나 광야로 내려간다. 예수라는 분이 2천년전에 깨달음을 얻었다던, 그 광야다. 물론 그 광야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쪽에서 역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예수가 세례받았다는 곳이 바로 요르단에 있고 보면-- 예수님 시절에 무슨 국경이 있었으리오. 광야는 사람을 아주 이상하게 만든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치게 만든다. 광야의 끝에는 사해가 있다. 소금바다. 놀러간 것이 아니라서(날이 춥기도 했고 일행도 있었고) 물에 들어가 놀지는 못하고, 구경만 했다. 광야는 언제라도 다시 가고픈..

[이라크] 음식과 커피

작년에도 갔다 와서 쓴 적 있지만. 입에 안 맞는 양고기. 보시라. 여그가 바그다드 까페다. 실은, 작년에 갔던 멋진 까페--다들 기억도 안 나겠지만. 홈피닷컴에서 사진 날려먹은 관계로, 그 때 찍었던 그 사진을 지금 되살려올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위 사진의 저 까페는 내가 택시기사랑 같이 지나가다가 들른 한적한 곳이고, 작년에 갔던 그 곳은 무쟈게 좋은 까페기 때문이다. 작년에 갔던 그 곳을 왜 이렇게 그리워 하냐고? 다 이유가 있다. 그 곳은 바그다드의 압구정동인 만수르 거리에 있는 '알 사아'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실은 올봄에 가서도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잉글랜드 피리미어리그 경기를 잠시 관람했었다. 그런데 혹시 이라크전 보도에서 이런 내용 기억하는지. 후세인이 은신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

소피아성당

입장료가 무쟈게 비쌌다. 1층 구경하는데 1500만 리라, 2층 올라가는데 1000만리라 정도...아래위층 돈 따로 받는 건 또 첨 봤다. 소피아 성당은 블루모스크와 마주보고 있는데, 아시다시피(아나 모르나?)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의 유적이다. 이넘들! 성당이건 모스크건, 이렇게 크게 짓는게 어딨냐! 뼈대없는 제국주의자들같으니! 라고 하면 안 되겠고, 성당 안쪽에서 천정을 올려다본다. 하늘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이 나를 심판하려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공사중이어서 건물 안은 어두웠다. 아마도, 중세의 모스크였던 시절, 혹은 비잔틴의 성소였던 시절에는 더욱 어두웠을 것이다. 2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랍어 초서체의 현판이 너무 멋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개를 들고, 목이 아프도록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이슬..

관타나모

관타나모는 어떤 곳일까. 쿠바 남동쪽 끝부분, 바다에 면한 곳. 미군 해군기지. "인구는 20만 7796명(1994)이다. 관타나모만(灣)에 위치하는 외항(外港) 카이마네라에서 15km 떨어진 내륙에 위치한다. 관타나모만의 북쪽 16km 지점에 1819년에 건설된 도시로서, 서쪽 약 65km의 산티아고데쿠바와 철도로 연결된다. 배후지는 쿠바의 대표적인 농업지대로, 사탕수수·커피·카카오 등을 집산하며 농산물 가공업도 성하다. 지형적으로 양항 발달에 유리한 관타나모만은 미국-에스파냐전쟁의 결과 1903년 이래 미국의 해군기지가 되어 왔다. 1961년 4월의 반(反)카스트로 세력의 쿠바 상륙, 1962년 10월의 쿠바 미사일 사건 때에는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백과사전의 설명 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곳에,..

부시- 만델라 "안 만나!"

부시가 다음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가는데요, 남아공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정말 존경스러운 할아버지)님을 안 만나겠다고 했답니다. 미 국무부 월터 칸스타이너 아프리카담당 차관보 - "만델라 전대통령과 스케줄이 안 맞아 면담계획을 잡지 않았다" 부시가 7~12일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하면서 남아공 수도 프레토리아에 갈 건데, 할아버지가 이 기간 외국에 나가있을 것이어서 만날 시간이 없다는 얘기. 그러나 외신들은 미국측 설명을 액면대로 보지 않습니다. 할아버지가 이라크전쟁을 극력 반대한데 대한 분풀이로 보고 있는 거죠. 남아공을 방문하는 각국 정상들은 할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거나 만나는 것이 관행이거든요. 근데 사실 먼저 안 만나겠다고 한건 할아버지예요. 전쟁 전에도 인간방패 가는 것까지 고려하면서(가지는 않았지..

미국이랑 친한 나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미군은 기소되지 않도록 면책권을 달라고 *도 아닌 소리를 지껄이던 미국,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반대하는 나라에는 군사지원 안 해준다고--사실 자주국방 안되는 나라들에는 엄청난 위협이다. 군사지원 속에는 오만가지 의미가 다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실제로 미군 떠나버리면 경제까지 흔들리는 나라들이 한둘이 아니걸랑. 웃긴것은 미국이 ICC 문제를 기준으로 나라들을 분류해놨는데, 이것이 '미국과 친한 나라들' '미국과 안 친한 나라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 그 나라들을 ABC 순으로 살펴보면. 1. 군사지원을 끊기로 한 35개국 - 감히 미군을 국제법정에 세우자고 한 간큰 나라들 안티구아 바부다, 바베이도스, 벨리즈, 베냉, 브라질, 불가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콜롬..

나이키 vs 소비자운동가

(아침에 판결문을 프린트해보니 무려 35페이지...우리말 판결도 어려워서 잘 못 읽는데 영어 판결문이라니, 머리가 지끈지끈. 게다가 연방대법원 판결이라서 다수의견 소수의견 두개 다 나와있는데 뭐가 뭔지도 통 모르겠고...어렵습니다) 기업이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홍보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줘야 하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26일 기업 홍보활동의 정당성을 놓고 벌어진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나이키사와 소비자운동가의 싸움에서 “기업이 영리를 위해 광고하는 것은, 비록 홍보내용이 특정 상품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상업활동에 해당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미국 기업들은 “홍보활동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

미국이라는 나라

제게는 '미지의 나라'인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국인들이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 요즘 많이 들려오는 얘기입니다. 물론, 미국 주류가 아니라 마이너들의 얘기겠지만요. 밖에서 보기에(미국 한번도 안 가봤음) 9.11 테러 이후 미국사회는 병들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명분 아래 시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이 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브레이크 없는(있지만 너무 약한) 자동차처럼 보수주의로 폭주해가는 듯한 모습. 미국사람들 부러웠는데, 그들이 누리는 '자유'라든가 절차적 민주주의, 그들의 정신이 진심으로 부럽다 싶을 때가 많았는데, 제 눈에 멋지게 보였던 미국의 모습은 사라지고-- 보이는 것은 부시의 면상 뿐이라는 거죠. 미..

골리앗에 맞선 에콰도르의 다윗들

큰 놈한테 작은 놈이 용감하게 덤비는 걸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이라 하죠. 국제 기사에서 보통 '다윗 대 골리앗'이라 하면, 요새는 다국적 거대 기업 대 토착민들의 싸움을 말하는데요. 남미 에콰도르 산골에 이런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미 에콰도르 산간지방의 인디오 원주민들이 지역 환경을 파괴하는 다국적 에너지기업 셰브론 텍사코를 상대로 10년째 힘겨운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라틴아메리카프레스는 22일 거대기업의 횡포에 맞선 에콰도르 북부 오레야나주(州) 누에바 로하 원주민들의 투쟁을 전했습니다. 셰브론 텍사코 본사가 있는 미국의 법원도, 거대기업의 입김에 좌우되는 에콰도르의 법원도 이들의 편이 아니지만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싸움은 환경단체들과 원주민들의 성원 속에 계속되고 있습니..

룰라가 부시를 만났을 때.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20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로 다른 출신과 성향을 가진 두 정상의 만남으로 미리부터 관심을 불러모았던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서로의 외교술을 한껏 과시했다. 룰라 대통령의 워싱턴 외교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전에 반대했던 국가 원수로서는 처음으로 전후 백악관을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 룸에서 룰라 대통령을 맞았으며 "브라질은 북미와 남미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룰라 대통령의 당선에 경계심을 보였던 백악관이지만, 이날 만남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두 정상의 대면은 지난 1월 룰라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룰라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