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191

나일강 물 분쟁 해결될까

오랫동안 나일강 수자원을 둘러싸고 물 싸움을 벌여온 이집트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분쟁이 타결될 조짐이 일고 있다. 이집트 관영 MENA통신과 알 아흐람 등 현지 언론들은 23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카이로를 방문한 케냐의 라일라 오딩가 총리, 콩고민주공화국(DRC) 조셉 카빌라 대통령과 연달아 만나 나일강 수자원 이용에 관한 조약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나일강 상류 수원지 부근에 있는 에티오피아, 우간다, 르완다, 탄자니아 4개국은 나일강을 이용해 관개농업을 확대하고 수력발전을 늘리기 위한 국제조약을 체결했다. 케냐도 최근 이 조약에 가입한데다 DRC와 부룬디도 곧 조인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나일강 하류에 위치하면서 강물을 가장 많이 끌어다 써온 이집트와 수단은 상류..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8) 과거사 청산은 '현재진행형'

지난달 19일 오전 르완다 수도 키갈리. 가탱가 지역 주민센터 앞에서 한 여성이 16년 전 일어난 ‘대학살’을 증언하기 위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는 마을 사람들이 죽어갔던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며 “오늘 증인으로서 당시 벌어졌던 일을 그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의 격식은 따지지 않는 듯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 재판에선 법복 입은 판사 대신 옆 마을 주민들 중 명망 있는 이들이 법관 역할을 맡았다. 재판 장소도 주민센터 내 30㎡ 정도 크기의 소강당이었다. 이웃 마을에서는 이날 판사가 배탈이 나서 재판이 미뤄졌다고 했다. 이것이 르완다의 지역사회별로 이루어지는 1994년 제노사이드(인종말살) 전범재판 ‘가차차’의 모습이었다. 지난달 19일 르완다의 가탱가 지역 주민센터 밖에서 수의를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7) 민주화로의 갈림길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1960년대 건국 이후 군부 쿠데타와 군사독재를 경험했다. 가장 최근인 1980년 독립한 짐바브웨는 30년간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독재에 시달리고 있다. 기니와 모리타니에서는 군사쿠데타가 이어지고 있다. 이디 아민의 폭정을 끝낸 우간다의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몇해 전부터 ‘종신집권 개헌’을 하며 시대를 거꾸로 되돌리고 있다. 토고에서는 40년 철권통치를 했던 에야데마 냐싱베의 아들 포레 냐싱베가 세습 집권했다.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성적표는 경제만큼이나 형편없어 보인다. 그러나 뉴스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독재체제를 끝내고 민주화로 나아가는 나라들이 더 많다. 문제는 이런 나라에서도 지역 갈등과 종족 갈등, 종교간 충돌, 부패와 경제 퇴행 등 심..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6) 검은 대륙을 떠도는 사람들

“여기서도 나가라 하면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입니다. 별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달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 해안도시 케이프타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농촌 마을 드두어런스에서 만난 짐바브웨 출신의 이민자 머시는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머시가 머물고 있는 곳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제공한 텐트가 모여있는 난민촌. 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곳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흑인거주지구 슬럼에 살았다. 열악한 환경이기는 해도 ‘집’이 있었고 남아공 주류 부족 중 하나인 코사족 이웃들도 있었다. 짐바브웨 출신 이민자들이 작년 11월 남아공 주류 부족 코사족에게 밀려나기 전까지 살았던 드두어런스의 슬럼. 이들이 살던 집에는 현재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5) 아프리카는 거대한 슬럼

고층건물이 솟아오르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 라고스. 바닷가를 따라 난 허버트 매컬레이 고가도로 위로 일본제, 유럽제 자동차들이 달린다. 그 아래에는 라고스 주민들이 아데콜리 빌리지라 부르는 수상촌(水上村)이 있다. 세상 어디에서나, 뭍에서 몸 누일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밀리고 밀려 정착하는 곳이 물 위다. 지나가는 이들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일지 모르지만 거기 사는 이들에겐 열악한 생존의 현장이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밑바닥 10억’… 도시의 그늘서 사투 말이 좋아 ‘마을’이지 아데콜리는 ‘주거지’라고 하기 힘든 곳이었다. 얕은 바다에 띄운 나룻배에선 여성들과 아이들이 고기잡이를 하고 있고, 사이사이 좁은 부지에는 온통 목재 가공공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습기와 열기와 톱밥이 뒤섞여 숨이 막혀..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4) 석유와 카카오

코트디부아르는 세계 최대 카카오 생산·수출국이다. 아비장에서 서쪽으로 바닷가를 끼고 달리다 보면 보이는 것은 모두 플랜테이션 농장들이어서, 대체 이 나라 사람들 먹을 것은 어디서 키우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시속 80km로 3시간을 달리는 사이 도로 양옆에는 팜(야자), 코코넛, 고무, 카카오 농장들이 계속 스쳐지나갔다. 그 중 한 카카오 농장에 들렀다. 수확철이 아니어서 일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국적 기업들의 하청업체나 현지 대지주들이 운영하는 팜 농장과 달리 카카오 농장은 대개 가족농 형태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농사철에 일을 시키는 경우가 많아 ‘아동노동’이라는 악명을 얻었고, 이 때문에 한동안 카카오 수출에 지장을 받기도 했다. 7~9월 한 차례 수확을 한 뒤 11월부터 1월까지 본..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3) 독립 50년, '성찰의 시기'

코트디부아르 수도 아비장 교외 코코디에 있는 아비장 국립대학교를 지난달 찾았다. 서아프리카의 중심 대학 중의 하나로 주변국들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 이 대학은 유럽의 대학도시들처럼 넓은 부지에 소도시같이 꾸며져 있었다. 고풍스런 건물들 사이에선 뙤약볕을 피해 그늘로 모여든 학생들이 삼삼오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올해는 1960년 ‘아프리카 독립의 봄’ 이후 50년이 되는 해다. 아비장 대학 학생들을 만나 ‘독립 50주년’의 의미와 아프리카의 장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젊은이들은 “진정한 독립을 이루었는가”라는 질문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통계학과 학생 레옹은 “우리가 쓰는 물건 대부분이 프랑스 것이고, 몇 안 되는 기업들도 프랑스 기술에 의존한다”며 “정치적으로 자유로워졌다고는 하지..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2) 성장과 혼란의 도시들

나이지리아 경제중심도시인 라고스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이 거대도시는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 없을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상업중심지인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레키 지구에는 정부가 택지를 개발, 고급 주택가를 짓고 있었다. 정원에 수영장이 있는 2층, 3층짜리 고급 주택들이 즐비하고, 대문 앞에는 사설 경비원들이나 집주인의 돈을 받은 현지 경찰관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뛰는 물가, 막히는 거리 레키 지구 한쪽에 위치한 샵라이트. 서울의 대형 쇼핑몰들처럼 크진 않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서점, 상점들을 갖춘 쇼핑몰이다. 그 안의 대형마트에서는 값비싼 수입 식료품들을 팔고 있다. 이달 초 가봤을 때 망고주스 1000ml 하나가 1300나이라(약 ..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1) 희망에 들뜬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가 한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월드컵이다. 지난 15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샌턴 신시가지의 월드컵 입장권 판매소 앞에는 티켓을 구하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운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이었다. 전날 아침 9시에 와 24시간 동안 줄서서 기다린 끝에 결국 표를 쥐고 기뻐하던 타보(22)는 “역대 최고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며 “남아공에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의 나라에서 열리는 잔치만 구경했던 가나인 이민자 딘 달라스는 “우리 팀이 곧 온다”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월드컵 기간에는 여러 경기장에서 아프리카 출전국들의 문화를 보여주는 박람회가 열린다”며 “이번 월드컵은 아프리카 전체의 행사”라고 강조..

킬리만자로

킬리만자로 역 암보셀리 평원에선 사자도 우리라고 생각했다 아침이면 오래된 가구 같은 구릉들 사이에서 아무렇게나 깨어나도 수數가 고스란했다 강에 대한 기억으로 오지 않는 강을 기다릴 때조차 태평스레 코가 길어지고 해 떨어지듯 가만히 코를 내려 사자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해발 육백 미터 이상은 코끼리가 없다는데 그 보다 조금 높은 슬픔이면 어때 새끼 하나에 하나씩 코를 꾸려 자꾸 자꾸 산 위로 오르면 사냥꾼이 코끼리를 찾아오는 입구는 낙일 落日 옆에 있으리라 녹은 눈 두둘두둘 내려오는 산등성에 은신한 코끼리 하산 못하는 마음을 아는 우리만 모여 산등성에 서면 발의 슬픔은 평지를 달리는 기분에 젖고 귀의 슬픔은 산 아래까지 먹먹하게 날개를 퍼덕이고 눈의 슬픔은 긴 계곡의 도면을 펼치지 그러니 초원에 대한 기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