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829

[이라크]바그다드 인민경기장 풍경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저녁 바그다드 시내 인민경기장에서는 사담 후세인 현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 축제가 열렸다. 이라크 프로축구리그 1,2위 팀간의 친선경기에 앞선 축하행사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사실상 축구경기가 아니라 후세인 우상화를 위한 정치집회였다.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까지 참석한 이날 행사는 군악대의 행진과 이라크의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공연, 패러글라이딩 시범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집체극'이었다. 이라크 올림픽위원회의 하레스 아바위 위원은 "국민들을 위해 무료로 축구경기 관람 행사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라크에서는 축구가 이날처럼 종종 정치선전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체육분야는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가 주관하는 영역으로, 지난 6월 월드컵 기간에는 국영방송 3개 채..

[이라크]사마라의 탑

사마라(Samarra)에 갔던 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사마라는 바그다드 북쪽 120km, 자동차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마을 없는 초지를 지나, 타리크가 모는 밴을 타고 갔다. 나를 맡은 인 사멜이 동행했다. 사마라에는 유명한 미나레트(사진)가 있다. 원래 미나레트는 모스크 옆에 있는 망루같은 것인데, 예전에는 미나레트에 사람이 올라가 큰 소리로 기도시간을 주변에 알렸다고 했다. 나는 모스크에는 4개의 미나레트가 있는 것이 정석(定石)이라고 들었는데, 이라크의 모스크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미나레트가 4개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카디미야의 모스크에는 4개가 있다"면서 자랑스럽게 대꾸한다. 바그다드 시내에 있는 카디미야의 황금돔사원을 말하는 것인데, 이 사원 외에 ..

[이라크]함무라비는 없다

말로만 들었던 바빌론, 그 바빌론에 도착했다. 타리크도 길을 모르는지 물어물어 찾아갔다. 말로만 듣던 이슈타르의 문(사진). 파랗게 칠한 벽돌에 사자를 돋을새김하고 노랗게 칠한 그 문은 물론 '가짜'다. 진짜 이슈타르의 문은 독일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어쨌든 여기는 바빌론이 아닌가. 고대 수메르의 수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네부차드네사르왕의 공중정원이 있는 곳. 대추야자나무가 있는 정원을 지나 진흙벽돌로 만들어진 성곽으로 올라갔다. 사담 후세인이 옛날의 공중정원을 80년대에 복원해놓았다. 복원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멋있었다. 황량한 분위기와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벽돌은 진흙으로 만들었는데 굽지 않고 그냥 햇볕에 말린 것 같았다. 날은 몹시 더웠다. 낮기온이 40℃까지 올라..

[이라크]바빌론 가는 길

바빌론에 갔었다. 바빌론, 바벨. 이라크 사람들은 외국인에게는 (영어로) 바빌론이라 말하고, 자기들끼리는 그냥 바벨이라고만 부른다. 택시를 빌려 타고 갔다. 기아에서 만든 프레스코인가 하는 승합차인데, 운전기사 타리크(32)와는 그 뒤로도 한 이틀인가를 함께 다녔다. 한국산 전자제품 상점들이 몰려 있는 카라데 거리를 지나 바그다드를 벗어나니 허름한 집들, 주변에는 대추야자밭이 보인다. 바그다드가 있는 바그다드주(州) 바로 남쪽에 바빌론이 있는 바벨주가 붙어 있다. 승합차는 바벨주의 시작인 마무디야 마을을 지나는데, 여기도 도처에 사담의 얼굴이다. '나암 나암(예스 예스)' 하는 선전구호가 쓰인 현수막들. 곳곳에 일본제, 한국제 자동차가 보이는데 모두 20-30년전 것들이다. 흰 페인트로 덧칠한 도요타의 ..

[이라크]알 마쇼우크의 '사랑의 성'

사멜과 타리크와 나는 티그리스 강변을 따라 알 마쇼우크로 향했다. 바그다드의 티그리스는 마치 서울의 한강변처럼 양 옆으로 제방을 쌓아 보는 재미가 없는데, 사마라 부근의 티그리스는 초지 사이를 자연 그대로 흐르고 있어 아주 멋졌다. 수천년전 세계에서 가장 오랜 문명을 낳았던 바로 그 강. 물 위로 새들이 많이 날았다. 알 마쇼우크는 뜻풀이를 하면 이다. 오래전에 사막의 왕이 베두인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왕비가 될 아가씨는 황량한 초원에 살게된 것을 몹시 슬퍼했단다. 왕은 왕비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성을 새로 짓고, 티그리스 강을 건너는 다리를 놓아 왕비가 친정 식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알 마쇼우크에서 티그리스 강까지는 너무 멀어보였는데, 옛날에는 강이 바로 앞으로 흘렀다는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이라크]사담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사담 후세인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바그다드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수막. 실제 그 말대로, 이라크는 후세인의 나라였다. 바그다드는 '눈만 돌리면' 후세인의 얼굴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세인의 동상과 초상으로 덮여 있었다. 큰 건물의 벽면에는 어김없이 초대형 후세인 초상화가 걸려 있고 관공서 담장, 호텔의 로비, 시내 중심가의 광장 할 것 없이 모든 곳에 그의 얼굴이 붙어 있었다. 특히 15일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거리에는 관공서에서 나눠준 후세인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승합차들은 앞뒤로 '후세인 만세' 등이 쓰인 플래카드를 달고 거리를 달렸다. 각종 기념일이면 혁명광장에서 대통령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시내 중심에는 높이..

[이라크]알리바바의 도시에서 사담의 도시로

첫눈에 들어온 바그다드는 여느 나라의 대도시와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경비초소를 지나 바그다드 외곽의 만수르에 들어서자 팔레스타인과의 친선관계를 상징하는 기념조형물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시내 중심가인 사둔거리에는 허름한 간판을 내건 극장들이 늘어서 있었고, HDTV와 DVD 플레이어 등 고급 전자제품을 파는 가게도 보였다. 도심을 흐르는 티그리스 강가의 레스토랑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야경을 즐기는 시민들로 새벽 1-2시까지 북적거렸다. 사둔 광장의 분수대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물 속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쟁위협을 받고 있는 나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한번 더 들여다보면 경제난의 기색이 역력했다. 근사한 외양의 대형건물들과 잘 정비..

[이라크]암만에서 바그다드까지

요르단의 암만에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까지는 총 950km. 거의 대부분 사막으로 이뤄진 이 길을, GMC밴을 렌트해 달려가기로 했다. 밴의 운전사는 이라크 국경이 가까워오자 가게에 들러 바그다드의 가족에게 가져갈 물건들을 잔뜩 사들였다. 콜라와 초콜릿 따위를 하나 가득 실은 차는 요르단-이라크의 접경인 케라메에 도착했다. 허름한 단층건물로 된 입국심사장에 들어서 맨 처음 부닥친 것은 에이즈 검사였다. 에이즈를 '동성애자들의 죄악의 결과물'로 간주하는 이슬람권에서도 유독 이라크는 입국시 에이즈 검사를 위한 채혈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해 세계에이즈 총회에서 이슬람권은 총회결의안에 동성애가 지탄받아야 할 도덕적 죄악임을 명시하자고 주장했었다. 북유럽 등의 거센 반발로 결이안에 그런 문구가 들어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나기브 마흐푸즈 論'

Naguib Mahfouz and the Cruelty of Memory December 16, 2001 by Edward Said Before he won the Nobel Prize in 1988, Naguib Mahfouz was known outside the Arab world to students of Arab or Middle Eastern studies largely as the author of picturesque stories about lower-middle-class Cairo life. In 1980 I tried to interest a New York publisher, who was then looking for "Third World" books to publish,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