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15

[구정은의 '수상한 GPS']프랑스의 쓰레기방지법과 유럽의 '그린 뉴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는 환경단체들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열풍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된 물건들이 배를 타고 실려온다”며 ‘환경 측면에서 양심적인 소비’를 강조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환경단체들이 ‘그린 프라이데이’를 외치며 친환경 소비를 주장하는 시위를 했다. 프랑스 의회의 ‘블랙프라이데이 금지법안’ 미국과 다른 길을 걸으려는 유럽에선 요즘 환경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에서 시작돼 몇 년 전부터 유럽에 상륙한 블랙프라이데이는 쇼핑붐과 함께 소비주의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스웨덴 ‘환경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촉발시킨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큰 공감을 불렀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와 맞물려 연일 기후대응을 촉구하는..

[구정은의 '수상한 GPS']성폭행·살해범 사살…'정의의 실현'인가 '권력 남용'인가

잔혹한 성폭행·살해사건을 저지른 범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피해자는 목숨을 잃었고 유족들은 고통에 시달리는데 법의 단죄는 멀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범행을 저지른 자들이 경찰에 사살됐다. 한쪽에선 ‘정의가 실현됐다’며 환호하고, 한쪽에선 경찰의 ‘판결 없는 즉결처형’에 우려를 보낸다. 인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재판 중 살해된 여성 지난달 27일 하이데라바드에서 27살 여성 수의사가 집단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데 이어, 또 다른 23세 여성이 우타르프라데시주 운나오에서 성폭행범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 여성은 2018년말 성폭행범들을 고소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었다. 기소된 남성 중 한 명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뒤 피해자를 협박해왔다. 범죄자를 자유롭게 풀어줘서는 안 된다고 피해자 측이 ..

[구정은의 '수상한 GPS']중국이냐 이란이냐…트럼프 ‘중동 증파’에 미국판 ‘주적 논쟁’?

중동 전쟁에서 발을 빼겠다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동에 미군 1만4000명을 증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와 외교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란 위협보다 ‘중국 위협’에 대한 대응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중국과 이란 중 어느 쪽이 미국에 더 큰 위협이 되느냐를 놓고 안보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트럼프 정부가 중동에 병력을 증파할 계획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동 철수를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증파 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이달 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걸프에 에이브러햄링컨 항모를 배치하고 1500명을 보냈으며 한 달 뒤 1000..

[구정은의 ‘수상한 GPS’]의약품 수입까지 끊은 미 제재, 한-이란 관계에도 결정타

“경제적 테러리즘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미국의 일방적인 경제제재로 의약품을 들여올 길마저 막혀, 희귀질환에 걸린 아이들이 숨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의약품 공급처 중 하나였던 한국에 대해서도 ‘인도적 지원물품마저 끊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그간 한국 정부가 공들여온 이란과의 경제관계도 파국을 맞을 판이다. 자리프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여러 차례 글을 올리며 미국의 ‘비인도적인’ 제재를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향해 “미국의 이코노믹 테러리즘은 이란을 굶겨죽이기 위한 것이고, 약품 공급을 끊어 무고한 우리 시민들을 죽이려는 것”이라고 했다. 자리프 장관은 지난 6월에도 “미국의 경제 테러..

[구정은의 '수상한 GPS']러·중 470조원짜리 가스관…'시베리아의 힘'과 푸틴의 가스 정치학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보내는 러시아의 ‘시베리아의 힘’ 가스관이 2일 개통된다. 옛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최대 에너지 프로젝트인 이 가스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것이며, 세계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RT 등 러시아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화상연결’ 방식으로 이날 개통식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러시아 측은 지난 10월 가스관에 천연가스를 주입하기 시작했으며, 이날 중국으로의 송출을 개시했다. 1단계로 2025년까지 38억㎥의 가스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총연장 6400km, 4000억달러 프로젝트 ‘시베리아의 힘’은 러시아의 야쿠티아·코빅친스크의 가스전 2곳에서 퍼낸 천연가스를 극동지역으..

[구정은의 '수상한 GPS']IS 두목 잡은 군견, 칠레의 시위견…개판인 세상의 개들

지난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에 공을 세운 군견 ‘코넌’을 공개했다. 코넌은 지난달 26일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시리아의 알바그다디 은신처를 급습했을 때 함께 투입됐다. 알바그다디는 군견에 쫓겨 탈출이 어려워지자 자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이 성공한 뒤에 몇 차례나 이 개를 칭찬했고 트위터에도 사진을 올렸다. 이름은 ‘기밀’이라더니, 며칠 안 가 트위터에 이름을 공개하고 “백악관에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마침내 백악관 로즈가든에 기자들을 불러놓고 코넌을 선보였다. 기념식을 열고 코넌에게 메달과 명패, 인증서를 줬다. 하지만 코넌이 받은 메달을 코넌은 정작 못 가져간다. 벨지안 말리노이즈 품종인 코넌이 받은 메달은 백악..

[구정은의 ‘수상한 GPS’]졌지만 이긴 시민들…홍콩의 '세 번째 싸움'이 남긴 것

중국 중앙정부에 맞선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싸움은 반년만에 당국의 무력진압으로 귀결됐다. 송환법은 보류됐고 구의원 선거는 ‘민주파’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양측 모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마천루와 쇼핑몰의 홍콩은 사라졌다. 점령과 봉쇄에 부서진 대학과 상점가, 실탄을 쏘는 경찰과 방독면을 쓴 시위대의 이미지가 홍콩을 덮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전문가 리처드 부시는 ‘홍콩을 위한 레퀴엠’이라는 글에서 “우리가 알던 홍콩은 더이상 없다”고 썼다. 분노한 청년들은 갇혔고, 빈부 격차는 그대로이고, 민주주의는 중국에 막혔다. 그래도 홍콩인들은 험난한 길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베이징을 대변해온 홍콩 당국은 무능했고, 중국은 상처 입은 공룡이 됐다. 중국 대 홍콩, 세 번의 싸움 ..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스라엘서도 '퀴드 프로 쿠오'...기소된 네타냐후 정치생명 끝나나

이스라엘 강경 우파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70)의 정치생명이 결국 끝날 것인가. 이스라엘 검찰이 21일 네타냐후 총리를 부패 혐의로 기소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기소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요르단강 서안에 국제법에 위배되는 유대인 거주지인 ‘정착촌’을 짓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대량살상하면서도 미국의 비호와 자국 우파들의 지지 속에 장기집권을 해온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역사성 기소된 첫 현직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스라엘판 ‘퀴드 프로 쿠오’ 하레츠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검찰이 네타냐후를 기소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 사기, 배임의 3가지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통신회사와 뉴스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가 샤울..

[구정은의 '수상한 GPS']‘외지 출생 40%’ 복잡한 홍콩…민족주의에 가려진 '격차'

21살 앳된 청년이 집으로 들어오자 아이들이 뛰어가 반긴다. 장난감이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 몸을 뉘인 청년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아파트에 사는 6살, 3살 두 아이와 어머니 ‘막’은 청년과는 남남이다. 하지만 시위대를 돕고 싶어서 잠자리 겸 은신처를 내준 것이다. 반년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면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 5000명이 넘는다. 그러자 곳곳에 막의 가족처럼 시위대를 돕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은 격렬한 정치적 갈등 속에서 이타주의와 이색적인 ‘공유경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장기화된 시위가 만들어낸 풍경들을 전했다. 하지만 주말마다 이어지는 시위 중에는 오성홍기를 홍콩 깃발과 함께 흔드는 ‘친중국’ ‘친베이징’ 집회도 적지 않다. 지난 16일에도 수백 명이 ..

[구정은의 ‘수상한 GPS’]중국의 홍콩 탄압, 그 배경엔 '광저우의 불안'

광둥성 82건, 허난성 76건, 산둥성 46건, 저장성 36건. 지난 5월부터 6개월 동안 중국의 주요 지역에서 일어난 노동쟁의 건수다. 홍콩 이공대 봉쇄에 시선이 쏠려 있던 18일 광둥성 선전에서는 초과근로수당을 달라는 택배기사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전날엔 윈난성 쿤밍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체불임금을 달라고 항의했다. 12일 간쑤성 란저우 택시기사 수백명의 파업, 13일 선전 제조업체 노동자들과 건설노동자들의 연좌시위, 15일 안후이성 추저우 보온병 공장 노동자들과 16일 광저우 판위 의류공장 노동자들의 체불임금 지급요구 시위 등등 이달 들어서만 51건이 일어났다. 중국의 숨겨진 노동쟁의들 홍콩인들의 저항을 세계가 나몰라라 하고 있다지만, 진짜로 알려지지 않은 건 중국에서 일어나는 노동쟁의들이다. 중국 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