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198

이반 뇌제에서 푸틴까지, 크렘린의 역사

미국 대통령 혹은 미국 정부를 ‘백악관’이라 칭하고 미국 국방부를 ‘펜타곤’이라고 부르고 한국 대통령과 정부를 때로는 ‘청와대’라 부르듯, 건물이 곧 대명사가 되곤 하지요. 프랑스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다고 하면 외신에서는 ‘엘리제궁은 ~라고 말했다’고 쓰고, 영국 총리의 경우는 ‘다우닝가 10번지’라는 주소를 대명사로 쓰기도 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크렘린은 러시아의 대통령, 혹은 옛 소련 시절에는 서기장이나 공산당 정부를 가리키는 호칭이었지요. 냉전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크렘린은 비밀의 온상(?) 혹은 무언가 알려지지 않은 일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원래 크렘린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예전 러시아의 도시들에 있던 요새를 가리켰다고 합니다. 요새에 주거시설 등이 붙어 있는 일종의 복합..

46.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나라

46. 1920-1939년 체코슬로바키아와 뮌헨 나라는 물론이고 나라 '이름'도 생겨났다 사라지지요.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잇달아 해체되고 탄생하던 시기가 생각납니다. 어릴 적 제가 학교에서 배웠던 이름들,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소련 같은 이름들은 사라지고 그 나라들은 여러 조각으로 갈라졌습니다. 그 중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나라 이야기입니다. 베르사유 강화조약이 체결되기 전까지 이런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나라는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없었고, 문화적 전통이나 선례(先例)도 없었습니다. 열강들은 보헤미아-모라비아와 슬로바키아의 국경을 합쳐서 국경선을 그었지만 보헤미아-모라비아와 슬로바키아는 최소한 10세기 이전에 갈라졌고 이후 한 나라였던 적이 없었습니다. 45. 베르사유 조약으로 형..

신발에서 유황불까지, 유엔총회의 소동들

9월 28일부터 10월 6일까지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유엔 총회가 열립니다. 올해 총회는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것이라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16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초대형 총회’가 될 예정이기도 하고요. 유엔이 가진 한계와 개혁할 것들을 지적하는 이들도 많지만,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인류가 ‘좀 더 평화롭고 인권이 보장되는’ 지구를 만들기 위해 창설한 이 기구의 의미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계 각국이 목소리를 높이는 국제정치의 무대이다 보니 유엔 총회에서 벌어진 해프닝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역사를 모아봤습니다. 의장은 사무총장,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주요 의제 ‘통과’ 먼저 유엔 총회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보팔에서 톈진까지, 환경재앙의 역사

8월 12일 중국의 석유화학 산업단지이자 수출기지인 톈진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기업의 무책임, 고속성장으로 달려가면서 안전은 등한시해 온 정부의 무사안일주의와 부패가 모두 도마에 올랐습니다. 톈진 사고는 중국 압축성장의 민낯을 보여준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15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만, 인명피해만큼이나 환경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도 걱정됩니다. 폭발사고 현장 부근의 강에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 사진들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올라왔고, 국영 CCTV는 현장에서 신경성 독가스가 검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더 큰 재난이 물 밑에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생명보다 이익을 앞세우는 기업들이 사람과 자연에 엄청난 피해를 미친 사건들은 많았습니다. 그 중 피해규모가 컸던 것..

마천루의 역사

이집트의 룩소르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혹은 터키 이스탄불이나 미국 워싱턴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하얀 건축물이 눈에 들어오셨을 겁니다. 고대 이집트의 유적인 ‘오벨리스크’죠. 하늘에 닿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오벨리스코스라고 부르면서 오벨리스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된 이 뾰족탑들은 그런 역사를 보여줍니다. 원래 이 단어는 그리스어로 첨탑이나 못을 가리키는 것이었다지요. 네모난 기둥이 점점 위로 갈수록 좁아지다가 바늘처럼 날카롭게 하늘을 찌르며 끝나는 모양새가 그 단어와 잘 어울립니다. 오벨리스크에서 마천루까지, 하늘을 향해 뻗어나간 건축물의 역사를 훑어봅니다. 태양을 향한 인간의 욕망, 오벨리스크 고대 이집트인들이 남긴 오벨리스크 ..

45.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탄생

45. 1921-1941년 베르사유 조약으로 형성된 유고슬라비아 아 정말 미치겠어요. 언제 또 석달이 지나간 걸까요. 이 연재는 점점 '계간물'이 되어가고 있군요. 기다리고 계셨을 독자는 아마도 없겠지만 그래도 꾸준히 간만에 또 올려봅니다. '요즘 발칸이 이주민 문제로 아주 시끄럽습니다.' 라며 이야기를 시작할까 했지만, 사실 발칸 혹은 동유럽이라는 지역은 대체 시끄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어느새 1차 대전도 끝났고,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이른바 '전간기'에 일어났던 일들 중에서 한때 '유고슬라비아'라 불렸던 지역에 대해 돌아볼까 합니다. 크로아티아+세르비아, '유고슬라비아' 건국에 합의 유고슬라비아 건국의 주인공들이라 할만한 사람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크로아티아의 정..

네팔의 역사

네팔에서 지진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비극의 현장에서 연일 들려오던 이야기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기슭에 자리 잡은 작은 나라 네팔의 역사를 들여다보지요. ‘네팔’이라는 이름은 그 곳에 살아온 네와르(Newar)라는 민족 이름에서 나왔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인도 산스크리트어로 표기된 고대 문서들이 남아 있답니다. 전설에 따르면 수도 카트만두가 있는 카트만두계곡 지역에 오래 전 살았던 ‘네(Ne)’라는 힌두교 현자가 이 나라를 세웠다고 합니다. 네팔은 ‘네의 보호를 받는 곳’이라는 뜻이라는군요. 카트만두계곡에 사람들이 정착한 것은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적어도 1만1000년 전부터 이 지역에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네팔의 초기 정착민들은 기록에 의하면 고팔..

44, 트란실바니아를 둘러싼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갈등

44. 트란실바니아 문제 43회 올린 지 석달이 지났네요. 이럴 수가. (이건 제가 게으른 게 아니라 시간이 너무 빨리 가기 때문이라고 우겨봅니다;;) 이리하여 이 동유럽 연재는, 정리해 올리는 저조차 매번 앞의 내용을 다시 읽어봐야 하는 건망증 유발 시리즈로 전락해버렸... 아무튼 다시 기억을 되새겨 보지요. 땅 빼앗기고 등 떼밀려 '민족국가' 된 헝가리 헝가리는 트리아농 조약으로 빼앗긴 ‘역사적인 영토’들을 빼앗겼고, 마자르 민족주의자들은 이 때문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그들은 베르사유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와 국제사회의 이슈로 만들어 조약 재협상에 들어가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또 국제연맹의 소수민족문제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계속 제기했으며 국제사회를 압박하기 위해 여러 언론들에도 호소를 했습니다. 위..

북부흰코뿔소 '수단'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얼마 전 가디언에 흰코뿔소 기사가 실렸지요. 세상에 단 하나, 이 생물종(種)으로서는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수컷 북부흰코뿔소. 이 코뿔소의 이름은 ‘수단(Sudan)’이라고 합니다. 케냐의 사바나 지대, 라이키피아 주의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이 코뿔소의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서글퍼지게 합니다. 전 세계에 단 5마리만 남아 있고, 올페제타에는 수단과 함께 암컷 두 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세계에 수컷은 오직 수단뿐이고요. 번식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이 종은 영원히 사라지게 됩니다. 1900년대에 아프리카와 아시아에는 코뿔소 50만 마리 정도가 살았습니다. 그 숫자는 1970년대에 7만마리로 줄어들었습니다. 이 정도 숫자가 되면 멸종위기에 인접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는군요. At home w..

골치아픈 우주쓰레기들

쓰레기가 지구를 뒤덮은지 오래됐지요. 인류가 내다버린 쓰레기들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지저분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고장난 인공위성이나 우주탐사선의 잔해 같은 ‘우주쓰레기(space junk)’들은 지구 궤도를 돌며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가동 중인 인공위성에 부딪치는 사고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참 인류는 여러가지를 지구에, 그리고 지구 밖에까지 남기고 있네요. 우주쓰레기는 지구에서 인간들이 쏘아올린 물건이 부서지고 버려진 채로 지구 궤도 주변을 도는 걸 가리킵니다. 옛소련이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 밖에 인공물체를 쏘아올린 ‘스푸트니크 쇼크’(1957년) 이래로 인류는 계속 무언가를 쏘아보냈습니다. 미-소 냉전 시기의 스타워즈 경쟁에 더해 중국·일본·인도·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위성발사와 우주탐사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