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198

<토마스와 친구들>에 왕실 추억 담은 해리 왕자

집 나간 왕자. 왕실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영국 해리 왕자는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닌다. 올 1월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38)은 왕실 고위 구성원 모임에서 빠지고 재정적으로도 독립하겠다고 발표했고, 할머니인 엘리자베스2세 여왕도 “본인의 뜻을 존중하겠다”며 결국 손을 들었다. 미국 배우 출신인 메건이 버킹엄궁에서 인종차별적인 홀대를 받았다는 것 등등 온갖 추측성 보도들이 나왔다. 그 뒤 해리 왕자 부부는 영국을 떠났으며 지금은 메건의 고향인 캘리포니아에서 지내고 있다. 하지만 해리 왕자도 왕실에서 보낸 어릴 적 추억마저 거부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AP통신은 마텔의 장난감으로도 유명한 탄생 75주년을 맞아 해리 왕자가 녹음에 참여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영국을 떠나기 전인 올 1월 해리 왕자가 녹음에..

[해외문화 산책]멜리사는 도서관에 돌아갈 수 있을까

멜리사는 초등학교 4학년 ‘소녀’다. 학급에서 엘윈 화이트의 소설 낭송 행사가 열린다. 여자아이들은 주인공 샬롯 역할을 따내려고 열심이다. 멜리사도 샬롯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 하지만 가족들, 그리고 세상 사람들 눈에 멜리사는 멜리사가 아니라 조지라는 ‘소년’이다. 그래도 멜리사는 포기하지 않고, 샬롯 역을 따낸 친구 켈리를 설득한다. 켈리는 멜리사가 멜리사임을 믿어준다. 멜리사는 샬롯 역을 맡을 수 있을까? 현실은 늘 소설보다 엄혹한 법이다. 멜리사 이야기는 미국 작가 앨릭스 지노의 아동소설 의 내용이다. 국내에는 라는 제목으로 번역돼 있다. 지노의 이 소설은 2015년 발표된 이래로 트랜스젠더 소녀를 다뤘다는 점 때문에 줄곧 논란거리가 돼왔다. 최근 미국도서관협회(ALA)는 ‘가장 도전적인 책들’을 ..

중국판 ‘프로듀스 101’ 출연한 중페이페이의 ‘외롭지 않은 싸움’

중국 광저우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 ‘흑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었다.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 소셜미디어와 외신들을 통해 퍼지고 중국 안팎에서 인종차별이라는 거센 비판이 일자 15일 맥도날드 중국법인은 이 매장을 폐쇄하고 공식 사과 성명을 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해외 역유입’이 늘어나면서 애꿎게도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이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아프리카계를 상대로 혐오공격에 가까운 인종차별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광저우는 아프리카계가 많이 사는 곳인데, 흑인이라는 이유로 빌려 살던 집에서 쫓겨나거나 임의로 격리당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중국 주재 아프리카 대사들이 중국 외교부에 서한을 보내 낙인찍기와 차별에 항의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부른 인종차별 논란은 연예계로도..

화장지 사러 가는 벨, 코로나 랩소디...봇물 터진 ‘코로나19 패러디’

프랑스의 시골마을. 바구니를 든 아가씨가 집을 나서며 노래를 부른다. “온 마을이 록다운(봉쇄)됐네.” 이웃들이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며 외친다. “집에 머물러!” 그리고 전염병에 감염된 마을 사람의 소식이 이어진다. 애니메이션 의 한 장면이다. 물론 ‘진짜’가 아닌 패러디다. 미국 디즈니가 1991년 만든 는 세계적인 히트를 넘어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2017년에는 영국 배우 엠마 왓슨이 주연한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난달 유튜브에 원작 애니메이션의 ‘코로나19 버전’이 등장했다. 바구니를 들고 마을 거리를 걸으며 ‘록다운’을 노래하는 여성은 주인공 ‘벨’이다. 왜 자가격리를 하지 않느냐며 ‘거리 두기’를 하라고 간청하는 이웃을 향해 “저는 아프지 않아요”라고 답하며 걸어가는 벨. 이어지는..

코로나 ‘집콕’ 아이들 달래주는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영국 작가 J.K.롤링이 이달 초 웹사이트를 새로 열었다. 사이트의 이름은 ‘해리 포터 앳 홈’,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해리포터 ‘집콕’ 버전이다. 롤링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꼼짝할 수 없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에겐 아이들을 재미있게 만들어줄 마법이 조금 필요하다”고 적었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아이들을 맞는다. ‘내게 맞는 기숙사 찾아보기’를 비롯해 해리 포터에 대한 언론 기사, 퀴즈, 게임, 영상들이 준비돼 있다. 시리즈 1편인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오디오북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아마존 오디오북 ‘오더블’과 제휴, 무료로 풀었기 때문이다. 롤링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지만, 시리즈가 성공하기 전에는..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코로나 시대, 발코니에 울린 '저항의 노래'

문화예술계에 이런 한파는 없었을 것이다. 거의 전 세계에서 문화, 예술, 스포츠 행사들이 올스톱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노래하고, 그림을 그리고, 삶 속의 문화를 지켜나간다. 그 최전선은 발코니다. 극장이나 콘서트홀에 갈 수는 없어도 발코니를 무대 삼아 사람들은 안부를 전하고 연대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유럽과 남미 등으로 퍼져간 ‘발코니의 아리아’들은 코로나19 시대를 비춰주는 빛이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감염자와 사망자가 많이 나온 스페인에선 지난 18일 밤(현지시간) 시민 수천명이 발코니에서 냄비 시위를 했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2014년 퇴위한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재임 시절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억 유로를 몰래 받았다는 폭로가 터져나왔다. 그런데 아들 펠..

북페어 미뤄지고 박물관 문 닫고...할리우드까지 '코로나19 타격'

지난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이 현실화되자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설들에게는 비상경보가 울렸다. 프랑스 정부는 5000명 이상이 모이는 실내 행사를 금지시켰고,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대규모 이벤트를 중단시키거나 미루게 했다. 유럽뿐 아니라 세계의 문화·예술산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해 루브르를 찾은 사람은 960만명에 이르렀고, 그 중 4분의3이 외국인이었다. 이튿날 박물관은 다시 개장했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에는 장막이 드리워졌다. 평소 사람들이 몹시 붐비는 이 전시실에는 경비 직원들을 두지 않는 것으로 박물관과 노조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파리 북페어도 연기됐다. 12~15일 열..

농가 부엌에서 발견된 치마부에의 작품

프랑스 파리 북쪽에 있는 소도시 콩피에뉴의 한 농가에서 2019년 9월 그림 한 점이 발견됐다. 이곳에 살던 90세 할머니는 집안에 전해오던 ‘오래된 러시아 성화(聖畵)’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이사를 하기 전 집안 물건들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알아보려고 경매사에게 감정을 부탁했다. 할머니 집을 찾아간 경매사 필로메네 볼프는 다행히도 예술품 보는 안목이 있었고, 화로 위에 걸려 있던 그림의 진가를 알아봤다. 자칫 쓰레기로 버려졌을 수도 있었던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화가 치마부에의 ‘조롱당하는 예수’가 세상에 다시 나타나게 된 경위다. 13세기 피렌체에서 활동한 치마부에는 비잔틴과 르네상스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던 화가다. 그의 작품들은 정교하고 도식적인 비잔틴 양식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서도 현..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2010년대의 문화 트렌드

‘밀레니엄 버그’ 소동이 벌어진지도 벌써 20년이 지났고, 2010년대도 저물어간다. 그 사이 세계는 정치적 격변 못잖게 트렌드의 변화도 겪었다. AFP통신이 지난 10년 동안 세계 문화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결산하는 기사를 실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스트리밍 세대의 등장’이다. TV와 라디오가 전해주는 음악이나 오락거리를 ‘공급자 시간대에 맞춰’ 듣는 대신에, 좋아하는 콘텐츠를 골라 ‘내가 원할 때’ 즐기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등장한 것이다. 2010년 초 스웨덴의 음악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가입자는 100만명 정도였고, 넷플릭스 가입자는 1200만명이 조금 넘었다. 당시만 해도 지구 상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스트리밍은 낯선 것이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나자 스포티파이는 2억4800만명, 넷플..

‘히잡 바비’의 엘사 패션 

자스민, 인어공주, 벨, 포카혼타스, 뮬란. 모두 미국 디즈니사가 제작한 애니메이션의 여성 주인공들이다. 영화나 만화 속 등장인물들을 본떠 화장을 하거나 ‘코스프레’해서 사진을 올리는 이들은 많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어느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사진들은 좀 다르다. ‘사라스와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 여성은 자신의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해서 디즈니 만화 속 등장인물로 꾸민 뒤 사진을 올리는데, 여기에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무슬림 여성들의 머리수건인 히잡을 도구로 변신을 한다는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사라스와티가 소셜미디어 스타로 뜨기 시작한 것은 2016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24세이던 그는 패션 블로거로 출발해 팔로어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슬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