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소행성으로부터의 귀환' 환호하는 일본

딸기21 2020. 12. 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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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을 탐사하는 하야부사2 탐사선의 상상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일본 탐사선이 소행성의 흙을 성공적으로 지구에 담아보냈다. 오랜만에 들려오는 기쁜 소식에 일본은 환호했다.

 

교도통신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소행성 ‘162173 류구’의 내부 물질이 담긴 탐사선 하야부사2의 시료 캡슐을 6일 오전 호주 남부 사막에서 회수했다. 캡슐은 전날 지구에서 약 22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탐사선과 분리됐고 이날 오전 초속 12㎞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해 호주에 착륙했다. JAXA는 캡슐에 달린 위치 송신장치의 신호를 따라 헬기로 수색작전을 벌여 캡슐을 찾아냈다.

 

지름 40cm의 원형 캡슐 안에 담긴 소행성 물질은 0.1g 정도에 불과하지만, 태양계의 생성과 진화에 대한 연구를 진척시켜줄 소중한 자료다. 지구에서 약 3억4000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는 태양계 생성 초기의 성분을 그대로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JAXA는 캡슐을 일본으로 가져와 개봉할 계획이다. 일본의 첫 소행성 탐사선인 하야부사1이 보낸 소행성 시료가 2010년 지구에 도착했지만, 소행성 지표면 아래의 내부 물질이 지구로 온 것은 처음이다.

 

나가노현 사쿠시에 있는 JAXA의 교신센터에는 주민들이 모여 캡슐이 탐사선에서 분리돼 지구로 진입하는 장면을 함께 지켜봤다. 사쿠시에 있는 JAXA의 우스다 우주공간관측소에는 지름 64m의 거대한 접시형 안테나가 있어 하야부사2와 교신해왔다. 2003년 하야부사1이 발사됐던 가고시마현 기모쓰키에서도 캡슐의 귀환을 관측하는 행사가 열렸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에서 분리된 시료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해 6일 오전 호주 남부 쿠버피디의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의 JAXA 통제본부에서는 캡슐이 착륙한 순간 환호와 탄성이 터져나왔다고 NHK는 전했다. JAXA의 쿠보타 다카시 교수는 “완벽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에 강타당해 야심차게 준비한 올림픽도 치르지 못한 일본은 간만의 기쁜 소식에 들뜬 분위기이며 언론들은 하야부사2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와 독일 항공우주센터도 환영 메시지를 내놨다. 하야부사2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개발한 착륙선도 실려 함께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가로 1m, 세로 1.6m, 높이 1.2m 크기에 6m 폭의 태양광패널을 단 하야부사2는 2014년 12월 발사됐다. 2018년 6월 류구에 가까이 다가가 55m 상공에서 이동식 탐사장비인 로버 2대를 떨어뜨렸다. 넉 달 뒤에는 독일·프랑스가 함께 만든 토스터 크기의 착륙선 ‘마스코트’가 소행성에 안착해 17시간 동안 활동했다. 4번째 로버는 착륙에 실패했으나 소행성에 안착한 로버들은 1년 반 가까이 탐사를 하며 하야부사2에 관측데이터를 전송했다.

 

모선인 하야부사2는 지난해 2월 궤도에서 소행성으로 내려앉으며 바닥을 향해 일종의 탄환을 발사했다. 소행성 표면의 흙을 띄워올려 채취하기 위해서다. 7월에 한 차례 더 탄환을 쏘아 소행성 표면에 구멍을 뚫고 내부 토양을 채취했다. 이렇게 모은 시료를 가지고 다시 궤도로 올라가 11월 류구를 떠났다.

 

6년 동안 하야부사2가 날아간 거리는 50억km에 이른다. 회수한 시료를 담은 캡슐은 지구로 보냈지만 하야부사2는 궤도를 변경해 다른 소행성을 찾아 떠났으며 앞으로 11년 동안 100억km를 더 비행할 계획이다. 2026년 7월쯤에는 ‘(98943) 2001 CC21’ 소행성을 지나며 관측하고, 2031년에는 ‘1998 KY26’ 소행성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연구개발기구(JAXA) 연구팀이 호주 남부 우메라에서 6일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보내온 캡슐을 회수해 호주우주국(ASA) 본부로 가져가고 있다. JAXA는 이곳에서 캡슐 외부를 가스로 검사한 뒤 일본으로 가져가 개봉할 계획이다.   호주우주국·AP연합뉴스

 

소행성 내부를 알려줄 시료를 확보한 것은 JAXA의 또 다른 개가다. JAXA는 1960년부터 일본의 우주연구를 주도해온 국립우주과학연구소(ISAS)에 정부 산하 우주개발사업단, 국립항공연구소를 합쳐 2003년 공식 출범했다. 설립 첫해에 하야부사1을 쏘아올렸고 2006년에는 태양탐사선 ‘히노데’를, 2007년에는 무인 달탐사선 ‘카구야’를 발사했다. 2008년에는 다국적 프로그램인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실험실 모듈 ‘키보’를 설치했다. 2010년에는 금성 궤도탐사선 아카쓰키와 솔라쉽(태양광 비행선) 이카로스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1998년 발사한 화성탐사선 노조미는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해 2003년말 프로그램이 폐기됐다. 현재 운용중인 것은 아카쓰키를 주축으로 한 ‘플래닛-C’와 이카로스, 하야부사2의 3가지 프로그램이다.

 

JAXA는 규슈 남쪽 타네가시마와 가고시마현 우치노우라에 우주센터를 두고서 미국 우주항공국(NASA) 유럽우주국(ESA), 중국 국가항천국(CNSA),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등과 우주탐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주변국들에서는 일본의 우주개발 목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본은 2008년 ‘우주기본법’을 제정해 ‘자위권의 범위 안에서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허용했다. 평화적 목적의 우주과학에 국한됐던 JAXA의 연구범위를 미사일 조기경보시스템 관련 연구 등 군사적 용도로 슬그머니 확장시킨 것이다. 이어 JAXA의 관할권을 문부과학성에서 내각 산하 우주개발전략사령부(SHSD)로 옮겨 총리 밑으로 들여보냈다.

 

일본 가나가와현 사가미하라에 있는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산하 국립우주과학연구소(ISAS) 관제센터에서 6일 직원들과 연구진이 하야부사2 시료 샘플 캡슐의 분리와 회수를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JAXA·AFP연합뉴스

 

201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총리는 우주정책 기본계획을 확정하면서 ‘우주 안보의 보장’을 최우선 순위로 올렸다. 정찰위성을 늘리고 JAXA와 방위성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지난 5월 아베 정부는 ‘우주군’ 창설계획을 발표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따라하듯 항공자위대 산하에 ‘우주작전대’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우주공간을 떠도는 로켓 부품 등 ‘우주쓰레기’ 때문에 인공위성이 망가질 위험이 커졌고 중국·러시아 등이 위성파괴 군사기술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미국의 아시아 군사전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중국을 겨냥한 우주 방어기술을 개발하려 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주작전대 창설과 함께 당시 아베 총리가 ‘우주 안보’를 강조한 새 우주기본계획을 발표하자 북한이 “우주를 전쟁 무대로 삼느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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