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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치안군은 왜 오합지졸이 된 걸까

딸기21 2014. 6. 1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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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알자지라방송 등을 통해 이라크 북부 대도시 모술에서 반군에 밀려 총과 차량까지 버리고 도망치는 이라크 치안군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됐다. 15일에는 반군이 치안군을 줄세워두고 ‘처형’하는 사진과 동영상이 인터넷에 줄줄이 올라왔다. 미국이 훈련시킨 이라크 치안군은 왜 이런 오합지졸이 된 걸까.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은 당시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특사였던 도널드 럼즈펠드 등의 도움을 받아 이란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하지만 후세인 시절 강화됐던 군은 1990년대 유엔 무기사찰을 거치며 거의 무력화됐다. 특히 1990년 북부, 1991년 남부에 유엔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이후 대공능력은 완전히 잃었다. 후세인의 아들들이 이끌던 정예부대인 ‘페다인’이 있었지만 이라크전에서 드러났듯 정규군과 페다인 모두 미국의 막강한 화력 앞에서 한달 만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이라크를 점령한 뒤 2003년 8월 치안군(ISF) 모집에 들어갔다. 2006년 새 정부 수립에 맞춰 치안군 사령부도 출범했다. 치안군은 이라크군, 이라크경찰, 국가경찰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있는데 그중 이라크군만 국방부 산하이며 나머지는 내무부에 소속돼 국내 치안을 맡는다. 전체 치안군 수는 55만명에 이르지만 부패와 종파주의가 심각하다. 2005년에는 국방예산 10억달러가 몽땅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치안군은 2007~2008년 수니파 무장세력 소탕작전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3~4년 전 치안군 내 수니파와 쿠르드계 장교들을 몰아내고 그 자리를 시아 충성파들로 채우면서, 치안군은 정부 조직이라기보다는 ‘알말리키의 무장조직’으로 전락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치안군 내 수니 병사들은 ‘시아파 정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칠 의사가 없었고, 시아 병사들은 북부의 ‘수니파 도시’들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이것이 지금 같은 상황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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