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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키우고 쿠데타 묵인한 미국의 ‘원죄’

딸기21 2013. 8. 16.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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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쿠데타를 사실상 묵인,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이 이집트와의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오바마는 이날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특별성명을 발표, “이집트 폭력사태를 강력 규탄한다”면서 “이집트는 더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다음달 실시될 예정이던 이집트와의 정례 합동군사훈련 ‘브라이트 스타(Bright Star)’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집트 군부와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정부가 지난달 초 벌어진 이집트의 모함마드 무르시 정권 축출을 군부 쿠데타로 규정하길 회피하며 묵인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한달여에 걸친 무르시 지지자들과 무슬림 형제단의 항의 시위가 5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엄청난 참사로 귀결되자 미국은 뒤늦게 군부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군사훈련을 취소할 것이라 밝히면서도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8일 이집트 카이로 시내 타흐리르 광장에 배치된 군인들. /AP


 

이번 사태 이전,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나기 전부터 수십년간 이집트의 군부를 지원하고 키워온 것은 미국이다. 이집트 군부가 민주주의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을 짓밟기까지, 중동 최대 규모의 군사력을 지닌 거대 세력으로 키워놓은 것은 미국의 원죄라는 지적이 많다.


이집트 군부와 미국의 밀월 관계는 친소련 아랍사회주의 정책을 펼친 가말 압둘 나세르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고 안와르 사다트가 집권한 1970년부터 시작됐다. 친미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길을 택했던 사다트는 1974년 수에즈 운하에서 소련 기술자들을 모두 추방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한 획을 그었고, 1979년에는 이스라엘과 캠프데이비드 평화협정을 하며 ‘아랍의 대의’ 대신 친미·친이스라엘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미국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화해를 중재하면서 이집트에 거액의 원조를 퍼붓기 시작했으며, 특히 군사부문에서의 협력이 두드러졌다.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미 국무부 외교전문 등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은 이집트에 190억달러 규모의 군사원조를 했다.


이집트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 중에서는 이스라엘에 이어 미국의 원조를 두 번째로 많이 받는 나라였다. 같은 기간 이집트가 군사원조를 제외하고 미국으로부터 받은 경제원조 총액은 300억달러에 이른다. 2009년 한 해에만 미국은 이집트에 13억달러를 군사원조 형식으로 지원했다.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앤서니 지니는 “이집트는 내 관할 영역(중동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라며 “이 나라를 통해 이 지역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두 나라 사이에 다소간 균열이 온 것은 2001년 9·11 테러를 저지른 범인들 중 상당수가 이집트 출신이었고 알카에다 상층부에 이집트인들이 포진해있다는 것이 확인된 뒤였다. 미국의 맹방이던 무바라크가 2003년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면서 두 나라 사이는 더욱 벌어졌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이집트 군부와 미군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집트 군부 지도자들은 미국의 군사학교에 유학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현 군부 수장인 압델 파타 엘시시 국방장관도 2006년 미국 육군 전투학교에서 수학했다.

 

2011년 무바라크가 축출된 뒤에도 미국과 군부의 관계는 끊어지지 않았다. 군사정권이 카이로에서 활동하던 서방 비정부기구들을 쫓아내고 레이 라후드 미국 수송장관의 아들인 샘 라후드 등 비정부기구 활동가들에 대한 체포령을 내리자 미국은 군사원조 중단을 경고했으나, 실제로 중단하지는 않았다. 

 

군부의 쿠데타가 일어난 지난달 3일에도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집트) 군은 수십년 간 그 나라를 이끌어왔고 민주주의 속에서 역할을 찾아 스스로 변화하고 있다”며 30년 넘게 이어져온 두 나라의 군사협력을 계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미국이 이집트에서 이슬람 세력이 득세하는 것을 우려, 군부가 전면에 나서도록 묵인한 것이 이번 사태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은 “세계는 이번 유혈사태를 바라보며 이제라도 미국이 군사원조를 끊어 이집트 군부를 압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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