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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매매·납치·살인… 멕시코, 마약조직 두목 트레비뇨 체포

딸기21 2013. 7. 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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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가 몇 년간 추적해온 악명 높은 마약조직의 두목이 체포됐다. 멕시코 경찰이 미국과 접경한 누에보 라레보에 숨어 있던 미겔 트레비뇨 모랄레스(40. 사진)를 15일 체포했다고 레포르마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멕시코 경찰은 총격전 등 무력충돌 없이 은신처에 숨어있던 트레비뇨 등 마약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정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말 취임한 페냐 니에토 대통령에게는 트레비뇨 체포가 큰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는 전임 펠리페 칼데론 정부 시절인 2007년부터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마약조직들의 보복전과 마약조직들 간 세력다툼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전국이 극도의 치안불안에 빠졌다. 2007년 이후 멕시코 전역에서 7만명 이상이 마약조직과 관련돼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니에토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마약 전쟁’의 계승과 치안 강화를 내걸었다. 특히 정부 측 공세의 대상이 됐던 것이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인 로스세타스 카르텔이었고, 이 조직을 이끄는 인물이 흔히 ‘Z-40’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트레비뇨였다.

 

트레비뇨는 미국 국경을 넘나들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세차장 등에서 일하다가 10대에 마약조직 카르텔 델 골포(걸프카르텔)에 들어갔다. 영어가 유창한데다 미국 쪽 범죄조직들과도 연결돼 있어, 조직 내에서 쉽게 힘을 키웠다. 하지만 한때 멕시코 마약조직의 대명사였던 걸프카르텔은 몇년 새 힘이 약해져 로스세타스에 거의 흡수됐다. 


정부의 공세 속에 조직들 간 이합집산과 세력다툼이 벌어지면서 극도로 잔혹한 폭력전이 벌어졌고, 이를 주도한 것이 트레비뇨였다. 그의 조직은 2010년 북부에서 이민자들을 학살했고 이듬해에는 중부 도시 몬테레이의 카지노에 방화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다른 마약조직의 조직원들을 납치, 참수하는 짓까지 저질렀다. 


트레비뇨는 지난해 10월 로스세타스에서 장기간 군림해오던 에리베르토 라스카노가 사망한 뒤 조직의 1인자가 됐다. 트레비뇨는 북부 미국 국경에서 남부 과테말라 국경까지 이어지는 드넓은 지역에 세력권을 형성하고 영역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마약거래에 대해 ‘세금’ 명목으로 돈을 거둬들였고, 인신매매와 납치·살인 등을 자행했다. 미국 텍사스에서 과거 몇년간 벌어진 살인사건들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트레비뇨에게 3000만페소(약 26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고, 이와 별도로 미국 정부도 500만달러를 걸었다.

 



트레비뇨의 체포로 니에토 정부의 치안강화 정책이 힘을 받을 것으로 뉴욕타임스 등은 예측했다. 하지만 마약조직들이 일거에 힘을 잃을 것 같지는 않다. 


멕시코에서 마약조직들의 활동과 폭력사태가 집중돼 있는 곳은 북부 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와 티후아나, 태평양 연안의 시날로아와 동부 멕시코만 연안의 베라크루스 등이다. 모두 미국과 접경해있거나 미국으로 향하기 좋은 항구도시들이다. 멕시코가 마약조직들의 주무대가 된 것은 남미산 마약이 미국으로 이동해가는 경로에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마약거래 규모는 연간 13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멕시코 정부의 마약조직 소탕작전을 지원해왔지만, 마약조직들에게서 압수된 무기의 70%가 미국산이라는 통계도 있다. 


멕시코의 부패도 마약조직의 근절을 막는 요인이다. 트레비뇨는 예외적인 존재일 뿐, 마약조직의 간부들은 대부분 멕시코 군에서 경력을 쌓았다가 포섭된 이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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