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노벨상 논란 계속

딸기21 2009. 10. 11. 19:10
728x90
노벨평화상은 언제나 영광 뒤에 논란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올해엔 특히 뒷말들이 많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전격적인 수상 결정’을 계기로 노벨 평화상 후보들을 심사하고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년 영광의 주인공을 결정하는 것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이지만, 위원회의 구성은 노르웨이 의회에 달려 있다. 의회의 의석 배분에 따라 노벨위원회의 위원 구성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노벨위원회는 투르뵤른 야글란트(59) 위원장을 뺀 나머지 4명의 위원들이 모두 여성이었고, 좌파 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미국 공화당과 보수파 논객들은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을 ‘좌파의 공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0일 “노벨위원회가 오바마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위원들이 좌파 성향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임기 6년의 위원들 중 야글란트 위원장은 사회주의인터내셔널(SI) 부의장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좌파 정치인 중 한 명이다. 오슬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노동당 총재를 거쳐 1996~97년 한 차례 총리를 지냈다. 현재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은 노르웨이가 어서 빨리 EU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으며, EU의 이상을 높이 평가해 “EU가 노벨 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도 있다. 
유럽의 반 이슬람 분위기를 비판하는 국제주의자에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이지만 돌출행동을 서슴지 않아 총리로서는 단명했다. 2000년부터 이듬해까지는 노르웨이 외무장관을 지냈다.
기업 컨설턴트 출신의 보수당 정치인인 카치 쿨만 피베(58) 위원을 뺀 나머지 3명은 모두 좌파 정당 소속으로 야글란트 위원장과 성향이 비슷하다. 79년부터 97년까지 좌파 정권에서 여러 차례 다양한 각료직을 지낸 시셀 뢴벡(59) 위원은 노동당 소속이고, 잉게르-마리에 이테론(68) 위원은 진보당 의원 출신이다. 아고트 발레(64) 위원은 사회주의좌파당(SV) 정치인이다. 
워싱턴대학 북유럽전문가 테리예 라이렌은 폴리티코에 “그들은 오바마의 유엔 연설에 깊이 감명받은 이들이었을 것”이라면서 “특히 오바마가 내세운 구호들이 노르웨이의 외교노선과 일치한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A Kenyan driver buys the local daily newspaper showing the headlines in Nairobi Saturday, Oct. 10, 2009 following the announcement Friday awarding US President Obama  the Nobel peace prize for 2009. /AP


노벨상 여러 부문 중 유독 평화상만은 스웨덴 한림원이 아닌 노르웨이 측이 결정한다. 이유는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장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에 맡기라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르웨이는 독립국가가 아닌 스웨덴령 자치지역이었다. 노벨은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화합을 위해 이같은 유언을 남긴 것으로 추측되지만 확인할 수는 없다. 초창기 노벨위원회는 노르웨이 현역 의원들로 구성됐고 공식 명칭도 ‘노르웨이 의회 노벨위원회’였다. 정치 바람을 많이 탄다는 비판이 나와 1977년 독립 기구로 바꾸고 현직 의원들의 겸직을 금지시켰다.

워싱턴포스트는 올 후보 중에는 이스라엘 핵무기 개발을 폭로한 모르데차이 바누누, 미국 포크송 작곡가 피터 시거, 짐바브웨 야당지도자 모건 창기라이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후보 명단과 선정과정의 토론·평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며, 후보 숫자만 공개된다.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205명이 후보 추천을 받았다. 
위원회는 매년 2월1일까지 추천된 후보들을 5~25명으로 압축한다. 이 명단을 놓고 위원들과 노벨연구소 상임자문위원들이 검토를 한다. 9월 중순 자문위원 보고서가 나오면 위원들은 만장일치가 이뤄질 때까지 토론을 한다. 수상자 결정 이후에 어떤 논란이 제기되든 위원들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수 없다. 다만 50년이 지나면 후보 명단은 공개할 수 있다.


오바마 수상 놓고 좌우에서 공세


인터넷 검색사이트 구글 영어판에서 ‘오바마’와 ‘노벨상’을 치면 “오바마는 무엇으로 노벨상을 받았나”라는 문구가 자동으로 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지 사흘이 지났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공화당과 보수파는 오바마가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정치공세를 퍼붓고 있고, 친오바마 진영조차도 ‘충격적인 뉴스’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10일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의 노벨상 수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놓고 온통 시끄러웠다. 극우 논객 러시 림보는 오바마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9일 “노벨 갱들이 자폭을 했다”는 말을 했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첫 흑인 위원장으로 각광받았던 마이클 스틸은 오바마의 수상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자 이를 정치자금 모금에 활용하겠다며 당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는 메일에서 “노벨상의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면서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화당에 유권자들이 기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반발은 일부 보수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MSNBC방송의 ‘온건파’ 방송진행자 데이빗 셔스터는 림보를 비롯해 오바마의 수상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미국인의 행태라고는 볼 수 없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미국 내 여론이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친오바마 언론’의 대명사 격인 뉴욕타임스는 오바마의 수상을 비꼬는 카툰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유력 칼럼니스트로 오바마와 가까운 사이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오바마는 수상을 사양하고 좀더 업적을 쌓은 뒤에 받아라”라는 충고를 내놓기도 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의 시카고트리뷴도 “노벨상을 놓고 민주·공화 양당 모두에서 논란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비판의 초점은 오바마가 아직 이룬 것이 없다는 점, 즉 ‘시기상조론’오바마의 전쟁·중동정책에 대한 불만 두 가지로 나뉜다. 
중동 전문가인 영국 인디펜던트의 로버트 피스크는 “오바마는 평화를 상징하는 인물(man of peace)이 아니며 이번 노벨상은 실수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은 시작도 못하고 있고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증파냐 철군이냐 가닥도 못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수반 등 ‘노벨상을 받았지만 평화정착에 실패한 인물들’을 거론하며 노벨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도 “오바마의 노벨상은 중동 평화에 빛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오바마는 올초 이라크 미군을 철수시켰지만 아직 이라크전 종전 선언도 하지 않았다”면서 아프간 전쟁, 이-팔 평화협상, 이란 핵문제 등 오바마가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