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36

'이슬람=테러집단' 표현의 자유?

덴마크의 한 신문이 이슬람 창시자 무하마드(마호메트는 영어식 표기다)를 테러범으로 묘사한 만화를 실었다가 거센 공격을 받고 넉달만에 사과했다. 덴마크 일간지 `율란츠-포스텐'은 30일 편집국장 명의로 웹 페이지에 사과성명을 내고 "(이슬람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지만 무슬림들이 수치심을 느끼게 한 것은 분명하다"고 시인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9월 폭탄 모양의 터번을 두른 무하마드를 그린 만화를 실어 이슬람국가들의 항의를 샀었다.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신문의 사과 성명에 대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환영했지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정부 차원의 사과는 거부했다. 앞서 만화가 게재된 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국가들은 대사까지 소환하면서 사과를 요구했고, 몇몇 나라에서는 덴마..

곰돌이 푸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근한 캐릭터 중의 하나인 `곰돌이 위니 더 푸(Winnie the Pooh)'가 최근 80살 생일을 맞았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푸가 지난 24일(현지시간)로 세상에 태어난 지 80년을 맞았으며 곳곳에서 푸의 생일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마음착하고 따뜻하지만 다소 아둔한 이미지인 푸는 스코틀랜드 작가인 앨른 밀른이 만든 캐릭터. 1925년 12월24일자 런던 이브닝뉴스지를 통해 처음 세상에 등장했다. 밀른은 4살 난 아들을 데리고 런던 동물원에 갔다가 `위니펙'이라는 이름의 아기곰을 보고서 아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곰돌이 캐릭터를 창안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니더푸'는 숲 속에 사는 아기곰 푸와 분홍 돼지 피글렛, 호랑이 티거 같은 친구들과 지내며 겪는 에피..

안전지대 고라즈데

안전지대 고라즈데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글논그림밭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을 대단히 감명깊게 읽었다. 너무 상투적인 표현같지만, 그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역자의 말마따나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했다 할만한, 공들인 역작이었다. 단아하지 않고 섬세하지 않고 격렬하지 않고 심금을 울리지도 않고 심지어 코믹하지도 않은, 저자 특유의 저널리즘. ‘팔레스타인’의 매력은 적어도 내겐 그 성실함에 있었다. 네모칸 구석구석, 얼마나 성실한지. 지겨운 것은 지겨운 대로, 우울한 것은 우울한 대로 그저 성실하게 그려내는 만화가라니. 그리하여 그 지긋지긋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의 진면목을 여지없이 보여줘 버리는 성실함이라니. 그러니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고르면서 주저함이란 있을 수 없었다. ..

딸기네 책방 2005.04.13

요술공주 밍키와 추억의 마법소녀들

어렸을 때 테레비 만화영화 안 좋아했던 사람이 어딨겠냐마는. 특히 내 몇년 아래위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다른 오락거리가 거의 없는 형편에 텔레비전 만화 많이도 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아마도 나는 그중에서도 텔레비전 만화에 몹시 몰두해가며 보았던 축에 들지 않을까 싶다. 오늘 되돌아보는 것은, 요술공주의 테마. 다음은 내가 보았던 요술공주(혹은 변신소녀) 만화들에 대한 짤막한 소개다. 요술공주 새리(魔法使いサリー 마법사 샐리) 촌스런 시대상황에 맞는 촌스런 화면, '꺼벙이' 수준으로 교훈적인 결말, 내용 단순 그림 단순 초단순 애니임에도 불구하고 요술공주라는 모티브의 원조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에 남을만함. 요술천사 꽃분이(魔女っ子メグちゃん 마법소녀 메구짱) 이름만 들어도 우리는 이 애니의 성격을 ..

음양사

음양사 유메마쿠라 바쿠 (지은이) | 오카노 레이코(그림) | 서울문화사 매니아를 많이 거느리고 있는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건 참 쉽지가 않다. 함부로 평을 했다가 누구한테 욕 먹을까 두렵다는 뜻이 아니라, 주변에 이 작품에 대해 잘 알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으니 작품을 보는 내 눈에도 분명 선입견이 몇겹은 끼었을 것이라는, 그런 얘기다. 그런 '작품'이 바로 음양사다. 이 만화에 대해서라면- 이미 우리 마을에도 전문가분들이 여럿 계시고 ^^ 또한 영화까지 나왔다고 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보았던 것은 영화 '음양사'의 한 장면을 담은 사진이었다. 만화책을 보면서, 검은 배경의 그 사진이 자꾸만 생각났는데- 사진 속 세이메이는 만화에서 느껴지는 고상한 후까시를 전혀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

딸기네 책방 2004.01.29

기생수

기생수 이와아키 히토시 (지은이) | 학산문화사(만화) | 2003-05-24 만화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그림을 조금 맛뵈기로 올려놓는 것이 예의이겠으나, 워낙 엽기적인 관계로 일단 생략. 엽기스러운 취향에 일가견이 있(어보이)는 또치님의 소개로 '기생수'라는 만화를 빌렸다. 다 봤다. 무려 '애장판'까지 나와있는 것으로 보아서 만화광들한테는 제법 이름있는 작품인 것 같은데, 그림이 초반에 아주 혐오스럽고 오바이트 쏠린다. 한번 훑어봤을 뿐 곰곰히 곱씹어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디테일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어디에선가(어디인지 모르는 어떤 곳) 공 같은 것이 날아와 사람들에게 침투한다. 물린 인간들은 형체만 인간인 괴수가 되어 다른 인간들을 아작을 내는데, 방식이 가히 엽기적이다. 인간을 아주 분쇄..

딸기네 책방 2004.01.05

명작만화 ^^ <십자군 이야기>

재기발랄한 김태권군의 1편이 드디어 나왔다. 역사만담이라고 하는데, 책표지에 쓰인 그 말처럼 만화가 아주 재미있고 유쾌하다. 실은 그닥 좋지 않은 내용--'십자군'으로 표현되는 전쟁과 폭력, 야만 등등 우울한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한층 더 우울해지는 것은 책에 담긴 내용들이 그대로 현대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당나귀부시를 타고 다니는 은자 피에르, 여론조작의 대가 마틸다 백작 따위를 현대의 군상들과 연결시킨 것이 하나도 어색하게 안 보이고, 오히려 아주 정확해 보인다. 작가 자신은 '썰렁개그'라고 지레 손사래를 치지만 순간순간 넘쳐나는 재치가 돋보이기만 할 뿐. 얼마나 열심히 연구를 했는지, 문장 하나하나 그림 하나하나에 '원전'이 있고, 해석이 있다. 따위를 여기에 들이밀..

딸기네 책방 2003.12.05

장애와 소통하는 법

토베 케이코 글·그림. 자음과모음. 노라 엘렌 그로스. 한길사 몇해전 전문직종에서 제법 잘 나가는 사람을 취재차 만났다. 심심찮게 신문에 이름이 거론되기에 "언제 출마하실거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아니"란다. 그분 아이가 자폐아라고 했다. 정치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아이에게는 아직 아빠가 필요한 때라는 얘기였다. 토베 케이코의 만화책 `사랑하는…'의 주인공 히카루는 자폐아다. 싸우고 울고지새던 일중독자 아빠, 마음 약한 엄마가 자폐아를 매몰차게 대하는 사회와 맞부딪쳐 함께 싸우는 것이 책의 줄거리다. 사회는 장애를 가진, 혹은 그저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인 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과학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는 다운증후군 아기를 낳을까 싶어 낙태를 하는 세태를 비꼬면서 "사람들은 `그저 ..

딸기네 책방 2003.07.28

후쿠야당 딸들

후쿠야당 딸들유치 야요미 (지은이) | 서울문화사(만화) | 2000-12-07 간만에 만난, 너무너무 재미있는 만화. 일본에 갈 기회가 있으면 H2와 이 책, ‘후쿠야당 딸들’을 꼭 소장판으로 장만해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맛의 달인, 초밥왕 류의 만화를 싫어함.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신경과민으로까지 보이곤 한다. 먹을 것 갖고 누가누가 더 맛있게 만들었나 싸우다니. 맛있게 만들었으면 맛있게 먹음 됐지, 왜 싸우냐고... 이 만화는 다르다. 일본 전통과자 얘기를 귀엽게 늘어놓으면서 동시에 교토라는 지역의 생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일본의 전통을 자랑하는 것 같은데, 밉지 않고 신선하고 재미나다. 주인공인 후쿠야당 세 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스토리로 꽉 차있다. 그들의 개성, 그..

딸기네 책방 2003.07.11

아리엘 도르프만, '도널드 덕'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 디즈니 만화로 가장한 미 제국주의의 야만 How to Read Donald Duck : Imperialist Ideology in the Disney Comic (1984) 아르망 마텔라르, 아리엘 도르프만 (지은이), 김성오 (옮긴이) | 새물결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슬픈 사랑이야기이지만 디즈니의 `머메이드(Mermaid)'에 이르면 극단적인 이분법 대결구도로 바뀌어 헐리우드식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내용의 단순성은 차치하고, 동글동글 예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폭력적인 행동은 가관이다. 디즈니의 인어공주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뒤에 안데르센의 책을 본다면 "속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우리 모두 그렇게 속았던 경험이 있다. `마징가Z'와 `요술공주 새리'가 일본만화였다는 ..

딸기네 책방 200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