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 55

'생색내기' 구호품 반입

“집이 다 부서졌는데 시멘트 대신 초콜렛이 웬말이냐.” 지난달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자유가자운동’ 구호선단을 공격, 구호요원들을 살해한지 한달 여가 지났다. 이스라엘은 형식적으로나마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 봉쇄조치를 완화한다고 발표했고, 1일에는 자유가자운동 선박에 실려 있던 구호품들이 유엔 요원들을 통해 가자지구에 일부 전달됐다. 하지만 여전히 봉쇄완화는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어,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들이 1일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 한달을 맞아 가자시티 항구에서 반이스라엘 ‘꽃 시위’를 하고 있다. |AP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는 1일 성명을 내고 지난 4월말 이스라엘군에 습격당한 뒤 압수됐던 자유가자운동 ..

이스라엘, 또 이 지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싣고가던 선박을 공격, 최소 15명이 숨졌다.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원들이 31일 새벽 가자지구에 식량·의료품을 건네기 위해 지중해를 이동하고 있던 구호단체 ‘자유가자운동(FGM)’의 구호선박들을 공격, 15명 이상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자유 선단(Free Flotilla)’이라 명명된 구호선단은 다국적 구호활동가 700여명과 구호품 1만톤이 실린 터키선적 선박 6척으로 이뤄져 있었다. 배들은 지난 21일 키프러스를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의 제지로 30일에야 항해를 시작했다. 선단이 가자지구 해안 65㎞에 다가갔을 무렵 하이파 항구의 해군기지에서 출동한 이스라엘 함정 3척이 공격을 시작했다. 이스라엘 라디오는 “공격 2시간..

[코트디부아르]시골 진료소에서

망고나무 밑 작은 테이블에 항생제와 붕대를 올려 놓은 간이 진료소. 통나무 의자에 걸터앉은 코피 셀레스텐(11)이 흰 가운을 입은 남성에게 왼쪽 팔을 내민다. 상처에 엉겨붙은 붕대를 물에 축여 떼어내니 피부조직이 사라져 벌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피 냄새를 맡은 파리떼가 코피의 상처로 순식간에 몰려든다. 피가 줄줄 흐르는 팔뚝을 항생제로 닦아내고 다시 붕대를 감는 동안, 소년은 끔찍한 고통을 참아낸다. 울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다. 꽈꾸꽈꾸 미카엘(15)은 발바닥 쪽에 비슷한 상처가 나있다. 이미 피부와 근육이 손상돼 걸을 수 없는 발을 절룩거리며 끌고 다닌다. 다시 파리떼가 날아든다. 상처가 아물더라도 저대로 둘 수는 없고, 수술을 해서 발목을 절단한 뒤 의족을 달아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코..

밑바닥의 10억명을 위한 '빈곤의 경제학'

빈곤의 경제학 : 극빈국 10억 인구의 위기 폴 콜리어 저/류현 역 | 살림출판사 | 원서 : The Bottom Billion 아프리카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교보문고에 가 책 구경도 하고, 인터넷서점들도 뒤져보고, 이전에 읽었던 아프리카에 대한 책 목록도 되새겨보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이 책이다. 책의 원제는 즉 ‘밑바닥의 10억 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책은 아프리카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개발의 그늘에서 밀려난 지구촌 밑바닥 가장 가난한 10억명이 왜 그런 절대빈곤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즉 ‘개발의 경제학’이 그동안 놓쳐온 것과 국제원조의 성공/실패 사례들을 분석하고 ‘좀더 효율적으로 밑바닥 10억 명을 생존선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딸기네 책방 2010.03.10

G7 아이티 빚탕감은 '빛 좋은 개살구'

캐나다 북부 이칼루이트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회의에 참석한 재무장관들이 아이티의 대외채무를 없애준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최근 몇년 새 부자나라들과 국제금융기구들은 수시로 최빈국들에 대한 빚탕감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빈국에는 보탬이 되지 않는 생색내기일 뿐이라는 비판이 많다. 아이티의 경우도 G7의 조치가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캐나다의 짐 플래허티 재무장관은 6일 회의에서 “아이티에 대한 채무탕감 움직임이 일고있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G7은 아이티가 회원국들에 지고 있는 채무를 모두 변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별 국가에 진 빚 외에 아이티가 다자간 기구에 지고 있는 부채도 모두 없애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영..

어제의 오늘/ 1993년, 오드리 헵번 세상을 뜨다

영화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그녀는 요정이었다. 벨기에 익셀에서 1929년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오드리 캐슬린 루스톤. 세상에는 ‘오드리 헵번’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기의 여배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점령된 네덜란드 안하임에서 자란 헵번은 어릴 적부터 발레를 배웠다. 48년 영국 런던으로 옮겨 발레수업을 계속 받으면서 사진 모델로 일했다. 이후 몇몇 유럽 영화에 얼굴을 비췄지만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51년 제작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에서다. 그후 헵번의 출연작들은 줄줄이 대히트를 쳤다. (53년)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고, 최우수 영국여배우상과 뉴욕영화비평가협회상까지 휩쓸었다. (54년), (56년), (61년), (64년) 등으로도 수많은 상을 받았다. 54년에는 T..

아이티 '도시 전체가 시체 안치소'

곳곳에 널린 주검들과 먹을 것을 찾기 위한 약탈극. 지진에 강타당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 도심은 아비규환으로 변했지만 구호행정의 손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사실상 ‘실종상태’이고, 주민들은 구조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가족들을 찾아 건물더미들을 파내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직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FP통신은 지진 사흘째인 14일(현지시간) 포르토프랭스 곳곳에서 주민들이 중장비가 없어 맨손과 곡괭이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시신을 가릴 천이 모자라 거리엔 그대로 버려진 주검들 천지랍니다. 무너진 병원 앞마당과 거리 곳곳에서 시신이 썩어가고 있습니다. 시신안치소 앞에는 가족의 주검이라도 찾으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도심에선 총격 소리가 들려오고, 주민들은 물이 ..

아이티와 미국

미국이 지진 참사를 당한 아이티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이티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항공모함과 병력을 보냈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세아니아 순방길에 나섰다가 일정을 미루고 워싱턴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습니다. 미국이 이처럼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힘겹게 세워진 아이티의 취약한 민주정부가 이번 사태로 무너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죠. 난민 사태를 막는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요.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지진 발생 이후로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이 ‘아이티 사태’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바마는 메릴랜드주를 방문하기로 했던 일정을 미루고 12일 밤 백악관 상황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습니다. 13일 아침에는 참모들과 다시 회의를 한 뒤 ..

가자로 가는 험한 길

“드디어 국경을 넘었다.비바 팔레스티나(팔레스타인 만세)!” 가자(Gaza)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영국과 터키 등 세계 17개국에서 온 자원활동가와 구호요원들이 지난해 12월초 영국을 출발, 약 200대의 트럭에 짐을 싣고 홍해에 면한 아카바 항에 도착한 것은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였다. 트럭에는 의약품과 식품 등, 봉쇄 속에 굶주리는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긴급구호품이 실려있었다. 하지만 침공 1년이 지나도록 철통 봉쇄를 하면서 ‘가자 고사작전’에 들어간 이스라엘과, 이스라엘·미국 눈치를 보는 이집트는 빗장을 닫아걸고 트럭들의 발을 묶었다. 가자에서 정부 역할을 하는 무장정치조직 하마스를 몰아내기 위해 100만명 가자 주민 모두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의 북쪽과 동쪽은..

특수아동들 돕는 워싱턴의 퇴직자 도우미

미국 워싱턴 근교 페어펙스카운티의 특수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처럼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고 발성이 안되지만 등교하는 순간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휴대용 컴퓨터장치의 키보드를 누르면 합성음으로 “안녕하세요”, “굿모닝” 하는 인사말이 나온다. 간단한 인사는 물론, 점심 메뉴에서부터 수업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가 이뤄진다. 의사소통 기계가 고장나거나 장애아동들을 위한 교구와 안전장비가 부숴지면 낭패다. 하지만 이 곳 학생들에게는 모든 고장을 수리해주는 ‘미스터 수리공(Mr.Fix-Its)’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페어팩스 특수학교 학생들의 벗으로 세상과의 대화를 가능케 해주는 두 명의 퇴직자 스토리를 소개했다. 카운티 내 장애인 지원단체들에 소속돼 이 학교 아이들을 돕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