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재판 30

단죄 받지 않은 밀로셰비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Slobodan Milošević. 1941-2006). 죽은 지 벌써 6년이 지났군요...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옛 유고연방 말기에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죠. 유고슬라비아 연방 내 세르비아 공화국 출신입니다. 이 유고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동유럽 얘기하면서 다시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하나의 민족국가로 묶여본 일이 없는 집단들을 억지로 묶어놓았던 나라라서 이후의 분열상이 너무나도 끔찍한 학살로 이어지게 되지요. 유고의 비극에 대해서는 조 사코의 시사만화 를 초초강추 하고요. 다시 밀로셰비치로 돌아가서- 1989년부터 1997년까지 세 차례 유고연방 내의 공화국 중 하나였던 세르비아 대통령을 지냈고, 동유럽 공산국가들이 스러져 가던 1997년부터 2000년까지는 유고슬라비..

믈라디치, 헤이그 구치소로

얼마전 붙잡힌 보스니아 학살자 라트코 믈라디치에 대한 뒷얘기들이 나오고 있네요. 유고 내전 당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공화국의 세르비아계 군인들이 무슬림 남성 및 소년 약 8000명을 무자비하게 죽인 ‘스레브레니차 학살’이라는 것이 있었죠. 학살이 벌어진 날은 1995년 7월11일. 그런데 학살 몇시간 전에, 당시 세르비아계 군 지도자로 ‘학살 책임자’였던 라트코 믈라디치가 스레브레니차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믈라디치가 미소를 띤 채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다독이던 모습은 당시 TV 화면을 통해 방영됐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대학살이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TV에 방영됐던, 믈라디치에게 초콜릿을 받아먹은 소년이 어제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2010 중동·아프리카

이라크전이 공식 종료됐습니다. 이란 핵문제는 별 돌출 없이 한 해 동안 지리한 공방이 반복됐습니다. 이스라엘의 여러 가지 만행과 말썽이 또다시 문제가 됐습니다. 아프리카는 의미심장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이 복잡다단한 지역에 대한 초간략 정리랍니다. 먼저 중동 정세. 이라크 미군 철수, 전쟁 종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8월 31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라크 자유작전(Operation Iraqi Freedom)’이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로써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공식 종료됐습니다. 미군은 이미 올초부터 단계별 철수를 시작해 8월 말에는 전투부대들이 거의 모두 이라크를 떠났습니다. 시리아 접경지대 등 ‘요주의 지역’을 남기고 바그다드 시내의 캠프들은 폐쇄됐습니다. 한때 16만명에 이르던 미군들은 9월..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 (8) 과거사 청산은 '현재진행형'

지난달 19일 오전 르완다 수도 키갈리. 가탱가 지역 주민센터 앞에서 한 여성이 16년 전 일어난 ‘대학살’을 증언하기 위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는 마을 사람들이 죽어갔던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며 “오늘 증인으로서 당시 벌어졌던 일을 그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의 격식은 따지지 않는 듯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 재판에선 법복 입은 판사 대신 옆 마을 주민들 중 명망 있는 이들이 법관 역할을 맡았다. 재판 장소도 주민센터 내 30㎡ 정도 크기의 소강당이었다. 이웃 마을에서는 이날 판사가 배탈이 나서 재판이 미뤄졌다고 했다. 이것이 르완다의 지역사회별로 이루어지는 1994년 제노사이드(인종말살) 전범재판 ‘가차차’의 모습이었다. 지난달 19일 르완다의 가탱가 지역 주민센터 밖에서 수의를 ..

수단 대통령 '인종말살' 기소되나

다르푸르 난민 학살을 조장·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사진)이 갈수록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그의 혐의 중에서 누락됐던 ‘인종말살(제노사이드)’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알 바시르 처리’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열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ICC 항소심 재판부가 3일 알 바시르의 다르푸르 인권탄압 혐의를 재심사, 지난해 예심에서 누락된 인종말살 혐의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ICC는 알 바시르가 다르푸르 내전에 개입, 인권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면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인종말살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인정치 않았다. 알 바시르를 법정에 세워..

'케미컬 알리' 처형 계기로 본 사담 잔당들의 말로

이라크 쿠르드족 대량학살을 주도한 사담 후세인의 측근 알리 하산 알 마지드(66)가 얼마전 처형됐다. 화학무기를 사용, 쿠르드족을 학살했다 해서 서방측으로부터 ‘케미컬 알리’라는 별명으로 불린 인물이다. 케미컬 알리의 처형으로, 후세인 정권의 핵심인물들은 거의 제거된 셈이 됐다. 쿠르드·시아파 학살 ‘케미컬 알리’ 처형 이라크 정부는 알리가 지난 17일 처형됐다고 발표했다. 알리는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태생으로, 후세인과 동향에 사촌이다. 후세인의 오른팔이 되어 쿠르드족과 시아파 등 반대세력 탄압에 앞장섰다. 그에게 ‘케미컬 알리’라는 악명을 안겨준 것은 1988년의 할라브자 학살사건이다. 후세인 정권은 80년대 후반 이란과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쿠르드족에게 이란과의 내통죄를 뒤집어씌워 대량학살..

'케미컬 알리'도 처형

이라크 쿠르드족 주민들을 화학무기로 대량학살한 것으로 알려져온 사담 후세인의 측근 알리 하산 알 마지드(66.사진), 일명 ‘케미컬 알리’가 25일 처형됐다.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족 학살 주범인 알리가 지난 17일 처형됐다고 이날 밝혔다. 후세인의 사촌이자 심복이던 알리는 1988년 북부 쿠르드 지역 할라브자 마을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살포, 주민 5000명 이상을 숨지게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후세인 정권은 80년대 후반 이란과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이란과 내통했다’는 죄를 뒤집어씌워 쿠르드족을 대량학살했다. 알리는 쿠르드족 말살정책을 주도, 화학무기와 폭격을 가해 18만명 이상의 쿠르드족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린, VX 등 독가스를 주로 써 케미컬 알리라는 별명을 얻었..

카라지치 재판 시작

이제는 ‘스레브레니차’의 한이 풀릴까. 옛유고연방 세르비아계 지도자로 지난해 체포된 라도반 카라지치(아래 사진)에 대한 전범재판이 26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시작된다. 기소된지 14년3개월, 오랜 도피 끝에 검거된지 1년3개월만이다. 보스니아 내전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가 마침내 이뤄질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세르게 브라메르츠 ICTY 수석검사는 카라지치에 대한 기소장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재판장은 2001년부터 ICTY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출신의 권오곤 부소장이 맡게 됐다. 카라지치는 현재 기소된 옛유고연방 전범들 중 최대 ‘거물’이다. 1992~95년 옛유고연방 내 세르비아공화국 지도자로서, 민병대를 시켜 보스니아계 ..

[캄보디아]킬링필드에 가다

세계적인 유적지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는 해마다 각국에서 온 20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한국 관광객은 매년 20만명 정도로, 캄보디아 전체 관광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캄보디아는 한국인들에게 여전히 ‘덜 알려진 나라’다. 프놈펜과 앙코르와트 유적지에서 10분만 벗어나면 수도와 전기도 없이 사는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 남한의 2배에 이르는 비옥한 땅에 1년의 절반이 우기인데도 관개수로가 모자라 벼농사를 망치기 일쑤인 나라, ‘킬링 필드’의 악몽과 베트남의 점령통치에서 벗어나 힘겹게 민주주의와 개발의 길을 걷고 있는 나라. ‘아시안브릿지’와 함께하는 ‘착한여행-메콩강 시리즈’의 세번째 여행지인 캄보디아에 다녀왔다(앞서 이뤄진 두 여행은 베트남과 라오스편). 이 나..

스페인 재판소, 인권 위한 ‘무한도전’

스페인 법원이 미국, 중국, 이스라엘의 ‘반인도 범죄’를 재판하겠다고 나서면서 국제적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인권 단체들은 환영했지만 당사국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고, 스페인 내에서는 재판의 상징적 의미와 현실성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시작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국가재판소가 미국 전직 관리들을 관타나모 수용소 수감자 학대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재판소의 엘로이 벨라스코 판사는 지난 3월 앨버토 곤잘레스 전 법무장관 등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고위관리 6명을 관타나모 불법 구금·고문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미 정부를 상대로 이들에 대한 미국 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지난 21일에는 이 재판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