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73

이집트 군사 원조, "해도 욕먹고 끊어도 욕먹는" 미국의 딜레마

‘벌’을 주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30년 넘게 이어져온 관계입니다. 일방적인 도움도 아닌, 서로 주고받는 사이였습니다. 민선 정부를 뒤엎고 반대세력 1300여명을 학살한 이집트 군부를 미국이 어떻게 ‘응징’할 수 있을까요. CNN방송의 보도대로 미국은 이집트 원조를 두고 “해도 욕 먹고 안 해도 욕 먹는” 처지('Damned if you do, damned if you don't')가 돼버렸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백악관 참모들과 존 케리 국무장관들을 불러 ‘각료급 긴급회의’를 열고 원조를 중단할지 말지 검토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올해 책정된 미국의 이집트 원조 예산은 총 14억8000만달러(약1조6500억원) 규모로, 그 중 13..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함마드 바디에 체포... '85년 역사상 최대 위기'

이집트 카이로 북부 나스르시티의 한 아파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수장 무함마드 바디에(70)가 20일 체포됐다. 시위대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라바광장 바로 부근에서였다. 이집트 소셜미디어들에는 흰 셔츠 차림으로 방탄차량에 실려 어디론가 호송되는 바디에의 체포 장면들이 올라왔다. 이어 현지 위성방송 ONTV는 바디에가 총을 든 경찰 옆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내보냈다. 이날 경찰에 끌려간 바디에는 1928년 창설 이래 군부정권의 숱한 탄압을 받아온 무슬림형제단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지난 16일 아들 암마르(38)를 진압경찰의 총탄에 잃은 바디에는 스스로도 체포되는 처지가 됐다. 투쟁으로 점철된 그의 인생은 이슬람 정치운동과 무슬림형제단의 굴곡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디에는 카이로 북부 산업도시인 마..

기로에 선 이집트... '범국민 시위'냐, 무슬림형제단의 와해냐

이집트 군·경찰의 강경진압에 밀린 무슬림형제단 시위대는 17일 카이로 시내에 있는 알파트 모스크에 집결해 농성을 벌였다. 조용하던 사원은 시위대의 야전병원 겸 시신 안치소로 변했다. 하지만 곧 경찰이 들이닥쳐 발포했고, 시위대는 줄줄이 체포됐다. 그런데 이날 모스크 봉쇄와 강제해산을 주도한 것은 군이나 경찰이 아니었다. 쇠파이프와 고무 호스를 든 ‘민간인’ 수백명이 모스크를 에워싼 뒤 농성 중인 무슬림형제단 시위대를 공격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카림 파힘은 “이 ‘민간인들’이 현장에 있던 외신기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취재를 막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군부(정부)에 의해 조직된 것인지,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집트 사태는 ‘군부 대 국민’의 구도로 가느..

이집트 유혈사태, 외교협상이 실패한 이유

지난달 3일 이집트 군부가 ‘48시간의 최후통첩’ 뒤 무슬림형제단 소속의 모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전격 축출했습니다. 누가 뭐래도 군부 쿠데타인 이 사건을 미국은 ‘쿠데타’로 규정하길 꺼렸습니다. 지난 14일부터 며칠 째 계속되고 있는 이집트의 유혈사태는 이집트 군부(현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간의 정치적 타협을 중재하는 데 실패한 미국의 ‘외교적 실패’라는 비난이 빗발쳤습니다. 미국은 왜 실패했으며, 이집트 정국을 둘러싸고 ‘막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17일 이집트 쿠데타 이후 벌어진 막후의 외교협상을 되짚어보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유럽연합 이집트 특사인 스페인 외교관 베르나르디노 레온과 미국의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2주 동안 수차례 이집트를 ..

이집트 군부 키우고 쿠데타 묵인한 미국의 ‘원죄’

이집트 군부쿠데타를 사실상 묵인, 유혈사태가 벌어지는 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이 이집트와의 합동군사훈련을 취소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오바마는 이날 휴가지인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에서 특별성명을 발표, “이집트 폭력사태를 강력 규탄한다”면서 “이집트는 더 위험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다음달 실시될 예정이던 이집트와의 정례 합동군사훈련 ‘브라이트 스타(Bright Star)’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집트 군부와 민주적인 정권 이양을 위해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정부가 지난달 초 벌어진 이집트의 모함마드 무르시 정권 축출..

쿠데타 일으킨 엘시시, 이집트의 '킹메이커'에 만족할까

쫓겨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압델 파타 엘시시(58)를 국방장관에 임명했을 때만 해도, 이렇다할 경력도 없고 대중적 인지도도 낮은 50대의 엘시시가 이집트를 좌지우지할 인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엘시시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이집트의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엘시시는 무르시 정권에 ‘최후통첩’을 보낸 지 이틀만인 3일 무르시의 축출과 헌법 효력중지를 선언했다. 불과 며칠 새 벌어진 이 무혈쿠데타의 과정에서 엘시시가 보여준 모습은 주도면밀하고 카리스마 넘쳤다. 군 내에서조차 이렇다할 경력이 없고 야전사령관 출신도 아닌 엘시시는 무르시가 흔들리는 사이 치밀하게 군과 자신의 위상을 높였다. 엘시시가 미국 군사학교에서 공부할 때부터 그를 알고 있었던 미국..

이집트 ‘최후통첩’ 지나... 군부 침묵 속 일촉즉발 긴장감

이집트 정국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최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군부의 압박에 밀린 무르시 정부가 연립정부 구성과 개헌을 제안했다. 하지만 대통령직 사퇴 요구는 계속 일축, 극도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3일 오후(현지시간) “연립정부가 정치적 교착상태를 풀 해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며 ‘국민적인 대화’를 제안했다. 무르시는 군부의 ‘최후통첩’ 시한이 지난 직후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무르시는 전날 발표한 정국 수습 ‘로드맵’에 들어 있던 연립정부 구성안을 다시 내놓으면서 이를 위한 ‘대화’를 할 것을 제시했다. 또 이슬람주의를 강조한데다 대통령에게 막강한 권한을 줘 ‘파라오 헌법’..

이집트와 이란이 친해지면?

(한동안 '돋움' 글씨체에 크기는 10포인트로 해왔는데 말이죠... 제가 요즘 늙었나봐요. 넘 작아서 잘 안 보여요... 랩톱 화면이 작아서 더 그런 걸까요? 암튼 그래서, 글자 크기 11포인트로 키웠습니다 ㅎㅎ) 오랜만에 중동 소식 들여다보려니 (눈이 나빠서가 아니라 머리가 나빠서;;) 이것도 좀 힘드네요. 암튼 이집트와 이란 사이에 직항 항공편이 개설됐다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또 아무 것도 아닌 게 아닌 소식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비행기가 오가는 것은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34년만이거든요. 이집트 카이로와 이란의 테헤란을 잇는 민간 항공기가 30일 운항을 시작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보도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직항편이 오가는 것은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입니다. 새로 개설된 항공편은 이집트..

무바라크, 법정에 나오다

지난 2월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에 밀려 30년만에 권좌에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마침내 법정에 섰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누워 있습니다만... 무바라크는 부패, 시위대 진압 등 여러가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지만 건강악화를 이유로 카이로 시내 자택에 머물며 수감을 피했습니다.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였고요. 지난 4월 이후로는 홍해 휴양지 샤름 엘 셰이크의 병원에 주로 머물러 왔습니다. 무바라크의 장남 알라아, 차남이자 후계자로 꼽혔던 가말, 그리고 전직 내무장관 하비브 알 아들리 등도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습니다. 무바라크는 혐의가 인정되면 최고 사형선고까지 내려질 수 있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무바라크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까 하는 점이었는데... 법정에 나왔군요. 조금..

중동 북아프리카의 현실과 재스민 혁명의 의미 -1강

[강좌후기]중동 북아프리카의 현실과 재스민 혁명의 의미 중동 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의 오늘과 내일 참여연대는 4월 한 달 동안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혁명에 대해서 강좌를 엽니다. 최근 중동의 반정부 시위는 튀니지에서 청년의 분신으로 시작해 이집트, 리비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퍼져가고 있습니다. 이 강의는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지역과도 같았던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변화양상과 그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강의는 중동 현장의 경험이 많은 구정은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가 맡았습니다. 4월5일, 첫 강의에서는 중동 북아프리카의 현실과 재스민 혁명의 의미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리비아 사태에 인식의 지평을 넓히는 바람으로: 사회자 주은경 이 강의를 기획한 것은 이집트 혁명이 승리를 이루면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