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119

27. 주정뱅이 술탄과 오스만 제국의 몰락

27. 17-18세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쇠퇴 오스만 투르크 제국을 정점에 올려놓은 술레이만 대제가 1566년 죽고 그의 아들 셀림2세가 즉위했습니다. 그런데 셀림2세의 별명은 '주정뱅이'였습니다. 영어로는 Selim the Sot 혹은 Selim the Drunkard... 아버지의 영어식 호칭이 Suleiman the Magnificent 인 것과 비교하면 참 얼굴 팔리는 별명입니다. 덕망 있는 군주의 치세가 끝나면 꼭 이렇게 쇠퇴를 재촉하는 인물들이 등장하지요. 그것이 어디 개인의 문제이겠습니까마는. 술레이만 대제가 사망한 뒤, 오스만 제국은 점차 안팎에서 쇠락의 길로 빠져들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안으로부터의 쇠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창 융성하던 시기의 오스만 정부가 갖고 있던 독특한 구..

기돈 크레머, 러시아 인권탄압 항의 콘서트 열기로

옛소련 태생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66·사진)가 러시아 인권탄압에 맞선 투사로 나섰다. 크레머가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의 인권탄압에 항의하기 위한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고 디벨트 등이 23일 보도했다.크레머는 오는 10월 7일 베를린필하모닉 홀에서 ‘러시아와의 사랑’이라 명명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콘서트에는 크레머와 베를린필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 이스라엘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다니엘 바렌보임,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독일 첼리스트 니컬러스 알트슈태트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대거 참가, ‘꿈의 연주회’가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크레머는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이 콘서트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자유, 표..

미 정보수집 폭로 스노든, 러시아에 임시망명 신청

미국 국가정보국(NSA)의 비밀 정보수집프로그램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사진)이 러시아에 임시망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러시아 내에서 스노든을 돕고 있는 인권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는 이날 오후 스노든이 ‘임시망명 신청서’를 작성해 연방이민국 직원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쿠체레나는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 환승구역에 머물고 있는 스노든을 찾아가 서류 작성을 도왔으며, 연방이민국 직원도 환승구역으로 와서 망명신청서를 접수받았다고 밝혔다. 스노든과 망명 문제를 논의해온 위키리크스 측도 트위터에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는 글을 올렸다. 스노든이 머물고 있는 모스크바 셰레미티예보 공항 통상적인 절차대로라면 러시아 당국이 신청서를 검토한 뒤 ‘일시체류허가’를 내주게 ..

25. 폴란드, 스웨덴, 코사크, 러시아... 폴란드와 러시아의 기나긴 악연

25. 16-17세기 폴란드의 성쇠 한동안 머물렀던(?) 투르크제국과 이스탄불을 떠나, 다시 폴란드로 가봅니다. 야드비가 공주와 야기에워 공의 결혼을 통해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합쳐지면서 '정략결혼을 통한 왕실-국가간 결합'이라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고 했지요. 1565년 루블린 조약으로 통일이 공식화되면서, 폴란드 귀족들의 관료 체제가 리투아니아 귀족사회에도 뿌리를 내렸습니다. 왕자공주 혹은 왕과 여왕의 결혼이 '나라끼리의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이 몽땅 다 끼리끼리 결혼한 것도 아니고... 리투아니아는 이후 모든 영역에서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의 직접적인 지배를 받는 처지가 됐다고 보는 것이 역사가들의 시각입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일방적인 관계라는 게 있나요. 폴란드인들은 리투아니..

옛소련 도메인 .su 사이버범죄 온상으로?

옛소련(USSR)은 이미 20여년 전 사라졌다. 하지만 옛소련에 할당된 도메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사라진 제국의 영역이 온라인에서 범죄자들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옛소련이 여러 나라로 갈라지기 직전인 1990년 9월 ‘.su’라는 옛소련의 인터넷 국가코드가 만들어졌다. 불과 1년여 만에 옛소련은 사라졌지만 러시아의 일부 기관 중에는 초창기 사용했던 ‘.su’로 끝나는 도메인 주소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년 새 ‘.su’로 끝나는 도메인들이 해킹이나 스팸메일 전송, 돈세탁에 사용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사이버 보안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동안 사이버범죄 용의자들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토켈라우(.tk)의 도메인 등을 이용해왔는데 여기에 옛소련 도메인들이 ..

미-러 '블랙리스트 싸움' - 겉으론 신경전, 물밑에선 대화?

“견제는 하되 대결은 피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인권문제를 들먹이며 서로 상대국 관리들 이름을 적은 ‘블랙리스트’를 발표했다. 그런데 드러난 싸움보다는 이면의 외교가 더 눈길을 끈다. 먼저 깃발을 올린 쪽은 미국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러시아인권법, 일명 ‘마그니츠키법’에 따라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경제제재를 받을 18명의 명단을 12일 발표했다. 이법은 2009년 경찰의 부패를 고발했다가 체포돼 가혹행위를 당하고 숨진 러시아 변호사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사건에서 비롯됐다. 마그니츠키의 죽음은 체첸 반군탄압과 함께 러시아의 인권탄압을 상징하는 국제적인 이슈가 됐고,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인권법을 제정하면서 러시아 인권 문제를 부각시켰다. 세르게이 마그니츠키의 무덤. 경향신문 자료사진블랙리스트에..

키프로스의 줄타기 외교와 경제 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에서 키프로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0.5% 미만입니다. 키프로스의 면적은 경기도보다도 작은 9251㎢이고, 인구는 100만명이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의 경제를 두고 주변국들이 왜들 그렇게 애를 태우는 걸까요. 이 나라가 중요한 것은 위치 때문입니다. 서유럽과 동유럽, 중동, 아프리카 모두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는 지정학적 중요성이 이 섬나라의 역사를 좌우해왔습니다. 지중해 동쪽 끝에 있는 이 섬은 이미 30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살아왔기 때문에 신석기 이래의 유적이 즐비하다고 합니다. 이 작은 땅을 유라시아의 거의 모든 제국들이 거쳐갔습니다. 아시리아, 이집트,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비잔틴, 아랍 제국을 거쳐 프랑스와 베네치아 공국, 오스만투르크, 그리고 ..

베레조프스키,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죽음

크렘린은 냉혹했다. 한때의 벗이자 ‘공신’이었던, 하지만 나중엔 적이 되어버린 자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1)은 용서하지 않았다. 탈(脫)소비에트 시대를 풍미한 러시아 갑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67)가 모스크바로 돌아가고자 했던 마지막 소망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망명지인 영국에서 숨졌다고 이타르타스통신 등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이날 런던 교외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냉전이 끝난 뒤 러시아의 민영화 바람을 타고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의 선두를 차지했던 풍운아의 쓸쓸한 최후였다. 베레조프스키는 모스크바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수학자 출신인 그는 옛 소련이 무너진 뒤 사업가로 변신해 놀라운 상술을 발휘했다. 국영기업들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러시아 최대 자동차회사인..

러시아 위성 망가뜨린 중국의 우주쓰레기

인류가 최초로 우주공간에 무언가를 쏘아올렸던 옛소련의 ‘스푸트니크 쇼크’(1957년) 이후, 어느새 57년이 흘렀다. 미-소 간, 그리고 뒤를 이은 미-러시아 간 우주경쟁에 더해 최근엔 유럽과 아시아 각국들까지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 덕에 우주는 지구에서 쏘아올린 물체와 잔해들, 이른바 ‘우주쓰레기’들로 넘쳐나게 됐다. 미국 CNN방송은 러시아가 인공위성 고장을 조사하다가 중국발 미사일 잔해 때문에 이상이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 1월 22일. 러시아의 과학실험용 인공위성 ‘블리츠(BLITS)’가 인공물질의 잔해로 보이는 물체에 부딪쳤다. 모스크바에 있는 정밀공학장치연구소와 우주혁신센터의 연구자들은 2월 4일 실험용 위성이 고장나 궤도를 이탈한 사실을 포착했..

아서 쾨슬러, '한낮의 어둠'

아서 쾨슬러의 (문광훈 옮김. 후마니타스)을 읽었다. 지난해 가을, 마포의 후마니타스 책다방 주차장에서 열린 책 싸게팔기 행사 때 사다놓았던 소설이다. 피아노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다가 일본으로 가져와서는 다시 아무렇게나 쌓아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엊그제 '안 하던 짓'을 하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는 짓. 언제부터였을까? 소설이 아닌 책들을 주로 읽게 되면서부터 누워서 책 보는 것을 안 하게 됐다. 누워서 보는 책은 아주 재미있어야 하는데, 내가 보는 책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하더라도 대개 밑줄 쳐가며 읽어야 하는 '정보성' 서적들이다보니 버릇이 그렇게 바뀌어버린 것 같다. 엊그제는 꽤 피곤했다. 이틀 동안 하루 너댓시간씩 비포장 도로를 걷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고 집에 온 터..

딸기네 책방 2012.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