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22

[공감] 역사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

오래전 인터넷에 바칼로레아(프랑스 대학입학 자격시험)의 철학 문제들을 소개한 글이 유행했다. 프랑스의 수준 높은 철학교육은 우리에게만 관심거리인 게 아닌 듯하다. 영국 BBC방송 기자가 프랑스에 살면서 그곳 교육을 보고 느낀 것들을 지난 주말 웹사이트에 올렸다. 제목이 “왜 프랑스는 학생들이 철학을 알아야 한다고 고집하는 걸까”다. 기자가 소개한 프랑스의 철학시험 문제는 이런 것들이다. ‘진실은 평화에 도움이 되나’, ‘폭력 없이 권력이 존재할 수 있나’‘사실(facts)에 위배되면서도 옳은 입장에 설 수 있나’.철학 교과서의 주제들은 의식, 타자, 예술, 존재, 시간, 물질과 정신, 사회, 법, 의무, 행복 같은 것들이라고 한다. 고교 시절 나도 철학 과목을 배웠다. 주로 철학자들의 이름과 시대를 외우..

애들 잡는 어른들

'어린이' 혹은 '예의 없는 어린이' 얘기만 나오면 인터넷에 난리가 난다. 자주 가던 어느 홈페이지에서는 기혼인지 미혼인지 모를 남녀들이 '지하철에 애 데리고 타가지고는 자리 양보하랍시고 뻗치고 있는 엄마들'을 일제히 소리높여 욕하는 걸 보았다. 지하철에서 우는 얼라들, 식당에서 까부는 얼라들, '애새끼를 그렇게 키운 요즘 젊은 엄마들 왕싸가지' 어쩌구저쩌구... 그들의 주장은 극도로 단순하다. 애들을 싸그리 잡아다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화 삼청교육대가 따로 없다.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나, 애들 문제만 나오면 손가락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게 바로 '애'라는 것이다. 실수하고 예의 못 차리고 떠들고 짓까부는 것이 애들이다. 애들의 문제점이 아니라 애들의 자연스런 행..

[홈스쿨링] 엄마와 딸, 도쿄 생활 시작하다

이 때 아니면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용기를 내어 선택한 반년 동안의 홈스쿨링. 실은 뭐 엄청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닌데다가 겨우 6개월에 그칠 것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하려 했는데 상미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어느 시민단체에서 발행하는 잡지에, 요니 홈스쿨링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소개하지 않겠느냐고. 별것도 아닌 것으로 유세떤다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요니와 엄마에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기간이 될 것 같아서 큰 부담 없이 적어볼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 삼아 간간히 올려두려고 합니다. 홈스쿨링을 결정하기까지... 아무래도 가장 큰 동력은, 요니가 6개월의 짧은 일본 체류기간 동안 도쿄의 학교에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것이었겠죠. 일본 생활에..

요니가 공부할 것들

올 1학기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엄마와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다. 늘 꿈꾸던(엄마는 살짝, 요니는 강력하게;;) 홈스쿨링. 이미 엄마표 공부의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엄청난 어려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며칠 전 신문에 난 엄마표 영어학습의 조건에 대한 기사를 둘이 함께 읽어보면서 간이 체크를 해봤다. 핵심은 이거다. "엄마표 영어가 성공하려면 엄마가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 상당한 수준의 정보력과 학습 관리 능력, 시간 투자 등이 필요하다. 자녀 역시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순응적이고 성실한 성향의 아이들이 성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요니는 저기서 '순응적이고 성실한 성품'이라는 말에 feel 꽂혀서... 마구마구 애용하고 있다 -_- ) 암..

[아침을 열며] 죽는 10대, 죽이는 10대...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엄마가 중학생 아들의 책상을 톱으로 썰었다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어떤 아이는 “아이팟과 함께 묻어달라”며 목숨을 끊었다. 넉 달 전 청주에서는 한 남학생이 차마 인용하기도 힘든 충격적인 행위를 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의 국제학교에 다니던 한국 학생들이 귀국해 행인을 폭행, 살해했다. 그리고, 가혹한 폭행을 당하던 남학생이 친엄마를 살해했다. 언론에선 우리 사회의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끔찍하긴 하지만,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패륜 존속살해사건의 효시 격인 ‘박한상 사건’이 떠올랐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다. 부유층 집안에서 자라 미국에 유학했던 학생이 도박에 빠져 집으로 다시 끌려온 뒤 부모를 살해했다. 부잣집 유학파 아들이 저지른 경악스러운 사건에..

시험이 없어지니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에서 초등학교 중간, 기말고사를 사실상 없앴다. 꼼꼼이가 다니는 학교는 서울시내에서도 학생수가 적기로 1,2위를 다투는 곳. 그래서 교육여건이 너무나 좋다. (사교육 극성인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이런 좋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는 게 문제일 뿐 -_-;;) 곽노현 교육감의 조치가 아니더라도, 꼼꼼네 학교는 이전부터 '점수'가 없었다. 오로지 점수에 4지선다에 목매고 살았던 엄마아빠는 처음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험에 몇점 받았니? 못봤다고 야단치는 게 아니라, 니가 몇점인지 궁금한데... 도대체 시험을 봤는데 점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니? 그런데 나중에 시험지를 보니... 정말로 점수가 없었다. 국어는 27문제 중 3개를 틀렸구나, 수학은 23문제 중에서 7개를 틀렸구나... ..

할까? 말까? - 귀여운 메리 제인.

할까? 말까? 댄디 데일리 맥콜 (지은이) | 구정은 (옮긴이) | 푸른숲주니어 | 2010-12-30 ‘무한 경쟁'에 시달리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10대 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이란 어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이 아이들에게는 ‘꿈이 무어냐’고 묻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일 같은데,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에 대한 관심은 청소년기에는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입니다. 옆 학교, 옆 반 남학생을 보면서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지는 경험. 그런 작고도 두근거리는 경험들이 10대 시절을 반짝거리게 만들어주는 추억이겠지요. 메리 제인은 평범한 여고생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평범하기만 한 사람이 누가 있..

꼼네 학교 이야기

개학하고 첫 토요일인 어제는 꼼꼼이네 학교 도서실 청소가 있었다. 한 학기에 2번 정도 청소를 해주는 '명예교사회'에 들어갔기 때문에 나가서 나도 손을 거들었다. 1학기에도 한번 했지만 도서실이 워낙 깨끗하고 기본 설비가 다 좋아서 청소래봤자 사실 엄마들 모여 이야기도 좀 나누고 하는 모임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고 나서 나가서 점심을 먹었다. 꼼꼼이 1학년 때부터 이런 모임에 나가면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해서 비교적 친숙해진 ㅇㅈ 엄마, 그리고 5학년 ㅂㅈ의 엄마가 한 테이블에 앉았다. ㅂㅈ은 워낙 귀엽게 생긴 아이라서 꼼이 1학년(걔는 3학년) 때부터 얼굴을 알았다-라고 말하면 이것도 살짝 어폐가 있다. 왜냐? 얼굴이 귀엽게 생겨서 알았다기보다는, 아주 약간의 특징만 있으면 꼼네 학교는 워낙 인원수가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