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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다녀온 것들 정리하고 낼 넘길 원고 준비하고 한동안 밀어두었던 번역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밀린 책 리뷰도 해놔야 하고... 할 일은 많은데 머리 속이 멍~~ 하다. 그냥 놀고만 싶다.
이럴 때 좋은 게 장자를 하염없이 두드리고 있는 것.


사생존망이 일체임을 터득한 네 벗

22. 자사(제사 선생), 자여(가마 선생), 자려(쟁기 선생), 자래(오심 선생) 네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가 없음으로 머리를 삼고, 삶으로 척추를 삼고, 죽음으로 꽁무니를 삼을 수 있을까? 누가 죽음과 삶, 있음과 없음이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사람과 벗하고 싶네."
네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웃었습니다. 마음에 막히는 것이 없어 결국 모두 벗이 되었습니다.

23. 자여에게 갑자기 병이 나서 자사가 문병을 했습니다. 자여가 말했습니다. "위대하구나. 저 조물자. 나를 이처럼 오그라들게 하다니."
그의 등은 꼽추처럼 굽고, 등뼈는 불쑥 튀어나오고, 오장이 위로 올라가고, 턱은 배꼽에 묻히고, 어깨가 정수리보다 높고, 목덜미 뼈는 하늘을 향하고, 음양의 기가 어지러웠습니다. 그러나 그 마음은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했습니다. 비틀거리며 우물에 가서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았습니다.
"아, 정말 조물자가 나를 이렇게 오그라뜨렸구나."

24. 자사가 물어 보았습니다. "자네는 그게 싫은가?"
"천만에. 싫어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내 왼팔이 점점 변하여 닭이 된다면, 나는 그것으로 새벽을 깨우겠네. 내 오른팔이 차츰 변해 활이 되면, 나는 그것으로 새를 잡아 구워 먹겠네. 내 뒤가 점점 변하여 수레바퀴가 되고 내 정신이 변하여 말(馬)이 되면, 나는 그것을 탈 것이니 다시 무슨 탈것이 필요하겠나. 무릇 우리가 삶을 얻은 것도 때를 만났기 때문이요, 우리가 삶을 잃는 것도 순리일세. 편안한 마음으로 때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리에 따르면 슬픔이니 기쁨이니 하는 것이 끼여들 틈이 없지. 이것이 옛날부터 말하는 '매달림에서 풀려나는 것(懸解)'라 하는 걸세. 그런데도 이렇게 스스로 놓여나지 못하는 것은 사물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지. 세상의 모든 사물은 하늘의 오램을 이기지 못하는 법. 내 어찌 이를 싫어하겠는가?"

25. 갑자기 자래에게 병이 났습니다. 숨이 차서 곧 죽을 것 같아 부인과 아이들이 둘러앉아 울었습니다. 그 때 문병 간 자려가 "자, 저리들 비키세요. 돌아가는 분을 놀라게 하지 마세요." 하더니 문에 기대어 자래에게 말했습니다. "위대하구나. 저 조화. 자네를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자네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것일까? 자네를 쥐의 간으로 만들려나? 벌레의 팔뚝으로 만들려나?"

26. 자래가 말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동서남북 어디를 가라 해도 자식은 그 명을 따르는 것. 음양과 사람의 관계는 부모자식간의 관계 정도가 아닐세. 음양이 나를 죽음에 가까이 가게 하는데 듣지 않는다면, 나는 고집스런 자식. 음양에 무슨 죄가 있나. 대저 대지는 내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하지. 그러니 삶이 좋으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밖에.

27. 이제 큰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주물을 만드는데, 쇠가 튀어나와 '저는 반드시 막야(鏌鎁)가 되겠습니다' 한다면 그 대장장이는 필시 그 쇠를 상서롭지 못한 쇠라 할 것일세. 이제 내가 사람으로 나왔다고 해서 '사람의 모양만, 사람의 모양만' 하고 외친다면, 조화자는 필시 나를 상서롭지 못한 인간이라고 할 것일세. 이제 하늘과 땅이 큰 용광로이고 조화가 큰 대장장이라면, 무엇이 되든 좋은 것 아니겠는가? 조용히 잠들었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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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女優)가 가르치는 득도의 단계

18. 남백자규가 여우(등 굽은 여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나이가 많은데, 아직도 얼굴은 갓난아기와 같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도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도룰 배울 수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어찌 될 성이나 싶은 일입니까? 당신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복량의라는 사람은 성인의 재질은 있으나 성인의 도가 없었고, 나는 성인의 도는 있으나 성인의 재질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가 과연 성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19. 아무튼, 성인의 도란 성인의 재질이 있는 사람에게 가르치는 것이 역시 더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나는 신중하게 그를 지켜보았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그는 세상을 잊었습니다. 세상을 잊었기에 다시 잘 지켜보았더니 이레가 지나자 사물을 잊읍디다. 사물을 잊었기에 다시 잘 지켜보았더니 아흐레가 지나자 삶을 잊게 되었습니다. 삶을 잊게 되자 그는 '아침햇살같은 밝음(朝徹)'을 얻었습니다. 아침햇살같은 밝음을 얻자 그는 '하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하나를 보게 되자 과거와 현재가 없어졌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없어지자 죽음도 없고 삶도 없는 경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0. 삶을 죽이는 사람은 죽지 않습니다. 삶을 살리는 사람은 살지 못합니다. 사물을 대할 때 보내지 않는 것이 없고 맞아들이지 않는 것이 없으며, 허물어뜨리지 않는 것이 없고 이루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이를 일러 어지러움 속의 평온이라 합니다. 어지러움 속의 평온이란 어지러움이 지난 다음에는 온전한 이룸이 있다는 뜻입니다."

21. 남백자규가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이런 것을 들었습니까?"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부묵(버금먹)의 아들에게 들었고 부묵의 아들은 낙송(읊는 이)의 손자에게 들었고 낙송의 손자는 첨명(잘 보는 이)에게 들었고 첨명은 섭허(잘 듣는 이)에게 들었고 섭허는 수역(일 잘하는 이)에게 들었고 수역은 오구(노래 잘하는 이)에게 들었고 오구는 현명(그윽한 이)에게 들었고 현명은 삼료(빈 이)에게 들었고 삼료는 의시(처음같은 이)에게 들었습니다."


통 뭔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문장은 재미있다. 저것이 도의 전달경로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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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승

15. 우리는 사람의 모양으로 나온 것만 가지고도 기뻐합니다. 사람의 모양이 한없이 바뀔 수 있다면 그 기쁨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인은 사물들이 새어나갈 수 없어서 언제나 머물러 있는 경지에서 자유롭게 노닙니다. 일찍 죽어도 좋고, 늙어 죽어도 좋고, 태어나도 좋고 죽어도 좋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런 사람을 본받으려 하는데, 하물며 모든 것의 뿌리요, 모든 변화의 근원을 본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道란?

16. 무릇 도가 실재라고 하는 믿을 만한 증거는 있지만, 그것은 함도 없고(無爲) 형체도 없습니다(無形). 전할 수는 있으나 받을 수가 없습니다. 터득할 수는 있으나 볼 수가 없습니다. 스스로를 근본으로 하고 스스로를 뿌리로 하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있기 이전부터 본래 있었습니다. 귀신과 하늘님을 신령하게 하고, 하늘과 땅을 내었습니다. 태극보다 높으나 높다 하지 않고, 육극(六極)보다 낮으나 깊다 하지 않습니다. 하늘과 땅보다 먼저 있었으나 오래되었다 하지 않고, 옛날보다 더 오래되었지만 늙었다 하지 않습니다.

도를 터득한 사람들

17. 희위씨는 도를 터득하여 하늘과 땅을 들고 다녔고, 복희씨는 도를 터득하여 氣의 근원으로 들어갔고, 북두칠성은 도를 터득하여 예로부터 틀림이 없이 돌고, 해와 달은 도를 터득하여 예로부터 쉼이 없고, 감배는 도를 터득하여 곤륜산에 들어가고, 풍이는 도를 터득하여 황하에서 노닐고, 견오는 도를 터득하여 태산에 살고, 황제는 도를 터득하여 하늘에 오르고, 전욱은 도를 터득하여 현궁에 살고, 우강은 도를 터득하여 북극에 서고, 서왕모는 도를 터득하여 소광산에 자리잡았는데 그 처음과 끝을 알 수 없고, 팽조는 도를 터득하여 위로 순 임금 때로부터 아래로 오패 때까지 살고, 부열은 도를 터득하여 무정의 재상이 되어 세상을 뒤덮고, 죽어서는 동유를 타고 기미에 올라 여러 별들 중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재미있다. 道에는 관심 없었는데, 17번을 읽다보니 나도 도를 터득하여 순간 장소이동이 가능한 경지에 이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은행 금고 속으로 옮겨가 돈을 움켜쥐고 다시 순간이동으로 밖으로 나오리라, 이런 범죄적인 꿈은 꾸지 않는다. 다만 비행기값 안 들이고 어디로든 옮겨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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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사는 것

11. 죽고 사는 것은 운명입니다. 밤낮이 변함없이 이어지는 것과 같은 하늘의 이치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 모든 사물의 참모습입니다.
사람들은 하늘마저 아버지처럼 여기고 몸 바쳐 사랑하는데, 하물며 하늘보다 더욱 뛰어난 것을 위해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임금마저 자기들보다 낫다 여겨 목숨을 바치는데, 하물며 임금보다 더욱 참된 것을 위해 그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요거 맘에 든다. "하늘마저 아버지처럼 여기고 몸 바쳐 사랑하는데, 임금마저 자기들보다 낫다 여겨 목숨을 바치는데... " 그려, 그거여. 하늘이 뭐 대수고 임금이 뭐 대수랴. 하나님 타령하고 대통령 따르는 자들아 들어라! 종교에 빠지고 국가와 민족을 숭상하는 자들아 웃기지들 마라! 세상엔 더욱 참된 것, 더욱 나은 것들이 있으니. 특정한 하늘, 특정한 임금이 아닌 범 인류, 아니면 개인, 그 이상도 이하도 없는 것이다.
장자가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것 같진 않지만, 암튼 나는 나대로 아전인수 한다.



물고기는 물에, 사람은 도에

12. 샘이 말라 물고기가 모두 땅 위에 드러났습니다. 서로 물기를 뿜어주고, 서로 거품을 내어 적셔 주지만, 강이나 호수에서 서로를 잊어버리고 사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요 임금을 칭송하고 걸 왕을 비난하지만, 둘을 다 잊고 道에서 변화되며 사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옳거니! 멋지구리한걸?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13. 대지는 나에게 몸을 주어 싣게 하고, 삶을 주어 힘쓰게 하고, 늙음을 주어 편안하게 하고, 죽음을 주어 쉬게 합니다. 그러므로 내 삶을 좋다고 여기면 내 죽음도 좋다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14. 배를 골짜기에 감추고, 그물을 늪에 숨겨두고서 이를 안전하다 합니다. 그러나 한밤중에 힘센 사람이 와서 들고 가 버립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합니다. 작은 것을 큰 것 속에 감추면 그만인 줄 알지만, 거기에는 아직도 새어나갈 자리가 있습니다. 천하를 천하에 감추면 새어 나갈 자리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변함 없는 사물의 참된 모습입니다.

오늘 장자 아저씨 엄청 멋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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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7. 그러므로 성인은 군대를 움직여 적국을 망하게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잃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로움과 혜택을 만대에 두루 베풀지만, 사람을 특별히 편애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사물에 통달하려는 사람은 성인이 아닙니다. 편애하는 사람은 인자(仁者)가 아닙니다. 하늘을 시간으로 구분하는 사람은 현자(賢者)가 아닙니다. 이해(利害)에 걸림이 있는 사람은 군자가 아닙니다. 이름을 위해 참된 자기를 잃어버리는 사람은 선비가 아닙니다. 참된 자기를 잃고 참됨이 없는 사람은 딴 사람을 부리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마치 고불해, 무광, 백이, 숙제, 기자, 서여, 기타, 신도적처럼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았을 뿐, 스스로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옛날의 진인은

8. 옛날의 진인(眞人)은
그 모습 우뚝하나 무너지는 일이 없고,
뭔가 모자라는 듯하나 받는 일이 없고,
한가로이 홀로 서 있으나 고집스럽지 않고,
넓게 비어 있으나 겉치레가 없었습니다.
엷은 웃음 기쁜 듯하고,
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뿐,
빛나느니 그 얼굴빛.
한가로이 덕에 머물고,
넓으니 큰 듯하고
초연하였으니 얽매임이 없고,
깊으니 입 다물기 좋아하는 것 같고,
멍하니 할말을 잊은 듯했습니다.

9. [옛날의 진인은] 형(刑)을 다스림의 몸으로 삼고 예(禮)를 날개로 삼으며, 지(知)를 때맞춤으로 생각하고, 덕을 순리로 여겼습니다. 형을 다스림의 몸으로 삼았다는 것은 죽이는 일에 여유스러웠다는 것이요, 예를 날개로 삼았다는 것은 예를 세상에 널리 퍼지게 했다는 것이요, 지를 때맞춤으로 여겼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일만을 했다는 것이요, 덕을 순리로 여겼다는 것은 발 있는 사람이면 다 오를 수 있는 언덕에 올랐다는 뜻입니다만, 사람들은 진인이 특별히 열심히 노력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합니다.

10. 그러므로 좋아하는 것과도 하나요, 좋아하지 않는 것과도 하나였습니다. 하나인 것과도 하나요, 하나 아닌 것과도 하나였습니다. 하나인 것은 하늘의 무리요, 하나가 아닌 것은 사람의 무리입니다. 하늘의 것과 사람의 것이 서로 이기려 하지 않는 경지. 이것이 바로 진인의 경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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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편 큰 스승(大宗師)

진정한 앎

1. 하늘이 하는 일과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지극한 경지에 도달한 사람입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하늘과 함께 살아가고,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사람은 그의 '앎이 아는 것'으로 그의 '앎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완합니다. 이리하여 하늘이 내린 수명을 다하여 중도에서 죽는 일이 없는 것. 이것이 앎의 완성입니다.

2. 그러나 여기에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앎은 무엇에 근거해야만 비로소 올바른 앎이 됩니다. 그런데 그 근거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내가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인위적인 것이고, 내가 인위적이라고 하는 것이 사실은 자연인 것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통 뭔소린지...
아는 건 중요하지만 자기가 아는 걸 절대시하지 말라, 걍 그런 뜻인가?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진인(眞人)

3. 그러므로 진인, 참사람이 있어야만 참된 앎이 있습니다. 진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옛날의 진인은 모자란다고 억지부리지 않고, 이루어도 우쭐거리지 않고, 무엇을 하려고 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은 실수를 해도 후회하지 않고, 일이 잘 되어도 자만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은 높은 곳에 올라도 무서워하지 않고, 물에 들어가도 젖지 않고, 불에 들어가도 뜨거워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사람의 앎이 높이 올라 도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4. 옛날의 진인은 잠자도 꿈꾸지 않고, 깨어나도 걱정이 없었습니다. 음식을 먹어도 맛있는 것을 찾지 않았고, 숨을 쉬어도 아주 깊이 쉬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목구멍으로 숨을 쉬지만 진인은 발꿈치로 숨을 쉬었습니다. 외적 조건에 굴복한 사람은 그 목에서 나오는 말이 토하는 소리 같습니다. 여러 욕망에 깊이 탐닉한 사람은 하늘의 비밀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5. 옛날의 진인은 삶을 즐겁다 할 줄도 모르고 죽음을 싫다 할 줄도 몰랐습니다. 태어남을 기뻐하지도 않고 죽음을 거역하지도 않았습니다. 의연히 갔다가 의연히 돌아올 뿐입니다. 그 시원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 끝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삶을 그대로 받아들여 살다가, 잊어버린 채로 되돌아갔습니다. 이를 일러 마음으로 도를 해치는 일이 없고, 사람의 일로 하늘이 하는 일에 간섭하려 하지 않음이라 합니다. 이런 사람이 바로 진인입니다.

6. 이런 사람은 마음이 비고 모습이 잔잔하고 이마가 넓었습니다. 그 시원하기가 가을 같고, 훈훈하기가 봄 같았습니다. 기쁨과 노여움이 계절의 흐름같이 자연스럽고, 모든 사물과 어울리므로 그 끝을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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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성인은 사람의 모양을 지녔지만 사람의 情이 없습니다. 사람의 모양을 지녀서 사람들과 섞여 살지만, 사람의 정이 없으므로 옳고 그름은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사람들과 섞여, 실로 보잘것없고 작으나 홀로 하늘과 하나 되었으니 실로 크고 위대합니다.

21. 혜자가 장자에게 물었습니다. "사람에게 정이 없을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그러하네."
혜자가 물었습니다. "정이 없다면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道가 얼굴 모양을 주고 하늘이 형체를 주었는데, 어찌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22. 혜자가 물었습니다. "사람이라고 하면 어찌 정이 없을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말하는 정이란 그런 것이 아닐세. 내가 정이 없다고 하는 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하는 일이 없다는 것, 언제나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고, 삶에다 억지로 군더더기를 덧붙이려 하지 않는 것을 이름일세."

23. 혜자가 물었습니다. "덧붙이지 않으면 어떻게 그 몸을 유지할 수 있는가?"
장자가 대답했습니다. "도가 얼굴 모양을 주고 하늘이 형체를 주었으니,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하는 일이 없는데 지금 자네는 자네의 神을 겉으로 드러내 놓고 정력을 쓸데없이 소모하면서, 나무에 기대어 신음하고, 책상에 기대어 졸고 있네. 하늘이 자네의 형체를 골라 주었는데 자네는 지금 견백론(堅白論) 같은 것으로 떠들고 있네 그려."


장자는 쿨한 척을 많이 한다. 장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情'이라 부르는 것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속상해하고' '언제나 모든 것을 그대로 놓아두지를 않고' '삶에다 억지로 군더더기를 덧붙이는' 것이다. '그노무 정 때문에'라는 말에서 딱 알 수 있지만, '그노무 정 때문에' 무언가를 하고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되는이다. 사람이 다 정이 있다고 하지만 정에 끌려다니며 살아서는 안 된다.

희고 단단한 돌을 놓고 눈으로 보면 희다는 걸 알 수 있으나 단단한지는 알 수 없고, 손으로 만지면 단단한 줄은 알겠지만 흰 걸 알수는 없으니 '희고 단단한 돌'이라는 것은 동시에 성립되지 않는다는 궤변이 견백론이다.  장자는 '정없는 인간이 어딨나'라는 혜자의 말이 견백론이라고 타박을 한다. 장자는 쿨한 척 뿐 아니라 잘난 척도 꽤 많이 한다.

근데 나는 지금 장자를 읽기 시작한지 5년이지만 이제 겨우 절반을 넘겼다. 5편까지 끝나고 이제 6편으로 넘어가는데, 그럼 앞으로도 4~5년은 더 걸린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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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 

18. 인기지리무신(절름발이 · 꼽추 · 언청이)이라는 사람이 위 나라 영공에게 간언을 했더니, 영공이 그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영공이 온전한 사람을 보면 오히려 목이 야위고 가날프게 보였습니다. 
옹앙대영(큰 혹부리)이라는 사람이 제(齊)나라 환공에게 간언을 했더니, 환공이 그를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환공이 온전한 사람을 보면 오히려 목이 야위고 가날프게 보였습니다 
그러므로 덕이 뛰어나연 외형은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잊어야 할 것은 안 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습니다. 이런 것을 ‘정말로 잊어버림(誠忘)’이라 합니다. 

19. 그러므로 성인은 자유롭습니다. 성인에게는 말이 화근으로, 규약도 아교풀로, 얻음도 사람사귐으로, 솜씨 부림도 장사하는 것으로 여겨절 뿐입니다. 성인은 꾀하는 일이 없으니 앎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쪼개지 않으니 아교풀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잃음이 없으니 얻음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물건을 돈 될 것으로 보지 않으니 장사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 네 가지 함이 없어도 하늘이 죽을 줍니다. 하늘이 주는 죽이란 하늘의 음식. 하늘에서 음식을 받으니 인위적인 것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12.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습니다. “위(衛)나라에 못생긴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애태타라 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 남자들은 그 사람 생각에 곁을 떠나지 못하고 그 사람을 본 여자들은 부모에게 딴 사람의 아내가 되느니 오히려 그 사람의 첩이 되게 해달라고 조르는데, 그 수가 열 몇 명으로 아직도 계속 늘어간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나서서 주창하는 일이 없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동조할 뿐입니다. 임금의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 준 일도 없고 곡식을 쌓아 두고 사람들의 배를 채워 준 일도 없습니다. 거기다가 몹시 추하게 생겨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입니다. 동조할 뿐 주창하는 일도 없고, 아는 것이라고는 자기 주변의 일상사를 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남자 여자가 그 앞에 몰려드는 것은 그에게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13. 그래서 저도 그 사람을 불러 살펴보았습니다. 과연 추하기가 세상을 놀라게 할 만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달이 채 못 되어 그 사람됨에 반했고, 한 돌이 채 못 되어 그 사람을 믿게 되었습니다. 마침 나라에 재상이 없어서 제가 나라 살림을 맡기려 했더니, 모호한 응답을 하는데, 분명하지는 않지만 사양하는 듯했습니다. 저는 민망한 생각이 들었지만 나라 살림을 떠맡겼습니다. 그랬더니 금방 저를 떠나가 버렸습니다. 저는 뭔가 잃어버린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제 아무와도 이 나라를 다스리는 기쁨을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입니까?"

14.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제가 초 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 마침 새끼 돼지들이 죽은 어미의 젖을 빠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새끼 돼지들은 조금 있다가 순식간에 죽은 어미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 어미 돼지에게서 저희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이제 저희와 전혀 다른종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미를 사랑한 것은 그 몸을 사랑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몸을 움직이는 무엇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의 장례식에는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는 장식이 필요 없고, 발이 잘린 사람은 신 같은 것에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이 소용없기 때문입니다.
왕의 후궁들은 손톱을 깎지 않고, 귀에 귀고리 구멍을 내지 않습니다. 새로 장가든 사람은 제 집에 자고, 숙직을 하지 않습니다. 몸을 온전히 하는 일도 이렇게 하는데, 덕을 온전케 하는 일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지금 애태타는 말을 안 하고도 사람들의 신임을 얻고, 아무런 공적 없이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나라 살림을 맡아 달라고 하면서 맡아 주지 않을까봐 염려마저 하게 합니다. 이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재질을 온전히 하면서도 그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15. 애공이 물었습니다. “‘그의 재질을 온전히 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죽음과 삶, 생존과 파멸, 성공과 살패, 가난과 부유함, 현명함과 어리석음, 비방과 칭찬, 주림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이것이 모두 사물의 변화요 명(命)의 운행으로서, 우리 앞에 밤낮으로 번갈아 나타나지만 우리의 앎으로는 그 시원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이 마음의 조화를 어지럽히거나 마음속 깊은 곳으로 들어오게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조화롭고 즐겁도록 하고, 시원히 트여 기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밤낮으로 틈이 없도록 하고, 만물과 더불어 [화기 어린] 봄을 맞습니다. 이것이 사물에 접해서 마음에 봄이 오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일러 인간에게 주어진 재질을 온전하게 한다고 합니다."

16. “그러면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평평한 것은 불이 완전히 고요해진 상태입니다. 이것이 본보기가 될 수 있음은 안에 고요를 간직하고 밖으로는 출렁거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을 이룬 사람은 조화를 이룬 사람으로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에게서 떠나지 못합니다."

17. 애공이 훗날 민자(閔子)에게 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처음 임금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면서 백성이 법을 지키게 하고 그들이 죽지 않도록 염려하는 것으로 나의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소. 이제 지인(至人)의 말을 들으니 내겐 임금다운 바탕도 없으면서 몸을 가볍게 놀려 나라를 망치는 것이 아닌가 두렵소. 나와 공자는 임금과 신하의 관계가 아니라 덕으로 맺어진 벗이오.”
10. 노나라에 형벌을 받아 발이 하나 잘린 숙산무지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느 날 발을 절면서 공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공자가 말했습니다. “자네는 일찍이 근신하지 못해서 죄를 짓고 이 꼴이 되었거늘, 지금 이렇게 나를 찾아온들 무슨 수가 있겠는가?"
무지가 말했습니다. “저는 제 할 바를 모르고 제 몸을 함부로 굴리다가 이처럼 발을 잃었습니다. 이렇게 찾아온 것은 발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온전히 지키려 온 것입니다. 무룻 하늘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땅은 모든 것을 실어줍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저 하늘이나 땅과 같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어찌 선생님께서 이러실 줄 알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습니다. “내가 생각이 좁았네. 안으로 들어오지 않겠는가? 내가 듣고 배운 바를 말해 드리리다"
그러나 무지는 그냥 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힘써 배워라. 무지는 발을 잘리고도 힘써 배워 전에 저지른 잘못을 갚으려 하거늘, 하물며 온전한 덕을 가진 너희들이랴."

11. 무지가 이 이야기를 노자에게 했습니다. “공구는 지인(至人)의 경지에 이르려면 아직 까마득하더군요 그런데 그가 어찌하여 자꾸 선생님께 와서 배우려 하는 것입니까? 그는 괴상하고 허황한 이름을 원하고 있지만 지인은 이런 것들을 질곡으로 여긴다는 것도 모르고 있는 것 아닙니까?"
노자가 대답했습니다. “왜 그에게 직접 죽음과 삶도 한 가지요, 됨과 안 됨도 한 줄에 꿰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서 그 질곡에서 풀려 나게 하지 못했는가? 그러면 되는 것 아니겠나?"
무지가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하늘이 내리는 벌인데 제가 어찌 풀어 줄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좁은 공자는 결국 '천벌 받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속이 시원하다.
장자가 무지의 입을 빌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삶과 죽음이 한 가지요 됨과 안 됨도 한 줄에 꿰어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천벌을 받은 듯 질곡에 매인 사람"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