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네 다락방

장자일기/ 사람과 미꾸라지

딸기21 2006. 12. 19. 10:07
728x90

사람과 미꾸라지


23. 자네에게 묻겠네. 사람이 습지에서 자면, 허리가 아프고 반신불수가 되겠지. 미꾸라지도 그럴까? 사람이 나무 위에서 산다면 겁이 나서 떨 수밖에 없을 것일세. 원숭이도 그럴까? 이 셋 중에서 어느 쪽이 거처(居處)에 대해 바르게 안 것일까?

사람은 고기를 먹고, 사슴은 풀을 먹고, 지네는 뱀을 달게 먹고, 올빼미는 쥐를 좋다고 먹지.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맛을 바르게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원숭이는 비슷한 원숭이와 짝을 맺고, 순록은 사슴과 사귀고, 미꾸라지는 물고기와 놀지 않는가. 모장(毛嬙)이나 여희(麗姬)는 남자들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지만 물고기는 보자마자 물 속 깊이 들어가 숨고, 새는 보자마자 높이 날아가버리고, 사슴은 보자마자 급히 도망가 버린다. 이 넷 중에서 어느 쪽이 아름다움을 바르게 안다고 하겠는가?

내가 보기에 仁義의 시작이나 是非의 길 따위의 것은 [결국 이처럼 주관적 판단 기준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번잡하고 혼란한데 내 어찌 이런 것이나 따지고 앉아 있겠는가?


앞서 설결과 스승 왕예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왕예의 이 말은 앞선 말보다는 굉장히 명료하다. 그런데 지네가 뱀을 먹는 줄은 몰랐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