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혼자 떠들기 19분, 질의 1분

딸기21 2006. 12. 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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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적이고 애매한 어법 때문에 눌변 소리를 들어온 아베 일본 총리가 이번엔 `독단적인 회견'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질의응답을 하기로 한 기자회견에서 대부분을 자기 발언으로 채우고 정작 질문은 피해 언론의 비난을 받게 된 것.
아사히 신문은 19일 저녁 6시 아베 총리가 내각 출입기자단과 만나 내년도 국정 운영에 관해 설명하는 회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교육기본법 개정안과 임시국회 의결 내용, 지난해 우정민영화법안에 반대해 자민당에서 쫓겨난 전현직 의원 11명의 복당(復黨) 문제와 내년도 예산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당초 예정돼 있었던 질문과 응답 시간은 없었다. 정해진 회견 시간 20분 중 19분 동안 아베 총리 혼자서 준비해온 원고를 읽으며 말을 했던 것. 아베 총리는 남은 1분 동안 사전에 예정돼 있던 질문 2개를 받은 뒤 “시간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회견을 끝내버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아베 장관은 취임 이전부터 한정된 어휘로 모호한 말만 하는 특유의 어법 때문에 "총리의 언술로는 부적절하다"는 일본 언론들의 지적을 받았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같이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줄수 있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만 애매한 말로 피해가는 것이 아니라, 총리로서의 결단력을 보여줘야 할 일본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말끝을 흐리거나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러더니 이번엔 질문조차 받지 않아 비아냥을 듣게 됐다.

한편 잦은 `망언'으로 잘 알려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외상은 이날 자기 파벌을 발족시키고 차기 총리 자리를 향한 발걸음을 본격화했다.
아소 외상은 자신을 포함, 자민당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이코우카이(爲公會)라는 모임을 만들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아소 외상은 파벌 출범 기자회견에서 "내년 정기국회까지 한명이라도 동지를 더 늘리겠다"며 세력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그러나 아소 외상이 자기 파벌을 발판으로 `포스트 아베' 자리를 굳히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면서 고가(古賀)파와 다니가키(谷垣 )파 같은 당내 다른 파벌과의 통합을 노릴 것으로 관측했다. 아소 외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시절부터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당시 관방장관이던 아베 현 총리에 눌려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전총리의 출신 파벌이자 당내 최대 파벌인 모리(森)파 출신이고, 아소 외상은 군소 파벌 중 하나인 옛 고노(河野)파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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